거실에서 김삼웅 선생

현관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이 빼곡히 가득차있는 책장에 놀라워하며 집안에 들어섰다. 김삼웅 선생 내외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며칠 전에 러시아 세미나 갔다가 가져왔다는 홍차 맛이 입안을 정말 깨끗하고 개운하게 해주었다.

출입문 근처 책장

집안에 있는 서적이 3만권 정도 된다고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1만 5천권만 동교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옮겼다고 했는데,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느냐는 질문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게오르크 루카치의 『미학』을 보면 ‘도자기에 맨날 밥이나 물을 담아 먹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말문이 막혔다. 곧 말이 이어지면서 “나도 잘 모른다. 자료로서 활용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점심 한 끼 굶더라도 책을 샀다. 그러면서 3만권 정도 되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거실에 있는 책장

그의 평전은 30여권에 이르는데 대한민국 식자라면 그의 평전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안창호, 장준하, 백범 김구, 단재 신채호 평전을 비롯해 『박현채 평전』까지. 그가 평전을 쓰게 된 계기는 젊은 시절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매우 좋아해서 자주 읽던 터에, E. H. Carr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을 읽으면서 한 인물을 과장하지 않고 이렇게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보고 계기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30권의 평전을 쓰겠노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박현채 선생에 대한 존경이 대단했다.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태어났더라면 애덤 스미스 같은 대학자나 피케트보다 더 훌륭한 경제학자로 인정받았을 거라고 평하며 아쉬워한다. 박현채 선생 평전을 쓰기 위해 그의 부인을 만나 몇 가지 여쭈었으나 답을 듣지 못해 평전에 싣지 못한 것도 아쉬워했다. 평전작가로서 한 인물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려는 그의 집요함에 경외심을 갖게 했다.

문익환 목사 서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도 인상적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하게 된 계기는, “사상계에서 일하다가 박정희 유신정권 탄압으로 폐간이 되면서 유진오 박사가 만든 『민주전선』 기관지의 기자로서 일하면서, 70년 10월 대통령 경선 2차에서 김대중이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그 분을 취재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45-6세 때 출중한 언변력으로 『대중경제론』을 펼쳤는데, 바로 박현채 선생이 그 골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삼웅 선생은 박현채 선생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생전에 강연만 몇 번 들었다고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야당신문 기자를 하다 보니 정보원들에게 쫓겨 다녔다. 당시 박 선생을 만나려고 했으나 전직 빨치산이라고 하니 겁도 좀 나더라. 그러던 와중에 병원에 드러누워버리시더라.”

함석헌 선생과 김삼웅 선생

박현채 선생의 경제관점은 민중이 중심이 되는 경제체제이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고 민본사상이다. 3천만 국민정도면 외세로부터 자주적인 자립경제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자립경제라야 자주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이 편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게 박현채의 경제관점이다. 박정희 정권의 자립경제를 죽이는 차관경제와 외세의존경제체제에 반대했다.

금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미래를 믿느냐고 물었다. “비교적 낙관하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동양 3국 중 가장 약한 나라이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이만한 고유한 민족이 고유한 언어와 문화로 빠른 시간동안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것은 드물다. 수구세력과 족벌 언론 등 반민족적 반역사적 세력들이 강고하지만 거대한 물결에 의해 이것도 씻겨 갈거라 생각한다. 99% 각성된 시민들이 개혁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변호인’영화를 1천3백만 명이 보고, ‘명량’을 1천5백만 명이 보고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1%도 택하지 않았다. 이런 시민정신을 목도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살아생전에 김삼웅 선생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느끼며 수많은 책을 뒤로하며 배웅을 받으며 선생의 집을 나왔다.

김삼웅 선생 내외

<편집자 주>**지난 9월 15일자 경기도 남양주 자택에서 가진 김삼웅 선생과의 인터뷰를 올린다. 김삼웅 선생은 『박현채 평전』뿐만 아니라 30여권에 이르는 평전을 쓴 평전전문작가이다. 사상계 폐간 이후 신민당 『민주전선』이라는 당지 기자로 홛동하면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동행하면서 정치적 역사의 순간을 함께 했다. 민주당 홍보위 위원장, 아태평화재단 기획실장, 아태평화포럼 편집위원장, 제7대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로 시국토론을 하며 활발히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