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와 화순군이 10월 6일 『광주·화순의 상생발전을 위한 동복댐 이서적벽개방협약』을 맺어 23일 적벽제행사와 함께 화순 이서적벽을 민간인에게 개방하게 이르렀다. 많은 언론사와 주민들의 관심속에서 오랫동안 깊이 숨겨진 절경을 드러내어 많은 이들의 입을 다물지못하게 했고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그 절경이 품고있는 아픔을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971년 2월 동복수원지 1차 준공이 시작되었고, 1973년에 동복댐 인근 마을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1981년부터 3개면 15개 마을 5600명의 주민이 이주하기 시작하였고, 1985년 6월에는 동복수원지 확장공사가 준공되면서 이서적벽은 민간인에게 폐쇄되었다.

●향토문화유적보존회장 장두석 선생의 적벽에 대한 설토

문제는 3개면 15개 마을에 사는 주민을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데 있다.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이자 향토문화유적보존회장인 장두석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적벽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힌다. 수억년에 걸쳐서 형성된 적벽동천, 천척 단애의 천연기념물이 아닌가? 그런데 80년대 신군부세력과 광주시가 결탁하고 당시 화순군은 광주의 시녀노릇을 하여 민족혼이 서린 천연자원기념물을 수장시켰다. 천연자원을 보전하고 개발시켜야 할 것인데, 그로인해 화순지역경제나 호남관광명소를 얼마만큼 손실시켰는지 모른다. 수원지라는 명분으로 주민들을 위협하고 댐공사를 하면서 시청직원들이 군복을 입고 압력을 가했다. 이주했던 주민들의 보상액은 협천댐의 1/3도 안되었다.

이를 반대하기 위해 화순군으로 나갔더니, 당시 화순군수가 전투경찰을 불러내어 막아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화순군수라면 거주 군민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행정을 펼쳐나가야 하는데 광주 당국의 시녀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로 적벽을 얘기하면 말문이 막힌다.

적벽 위로 500m 정도 위치한 노리목을 막으라고 수십차례 청을 했으나 막무가내로 묵살되었다. 84년까지 이주하면서 보리수확 후에 담수하기로 했으나 그 전 4월에 수원지 물을 담아내었다. 농민들이 키운 보리밭도 집과 살림가재도구도 그대로 둔 채 보완마을, 노리목마을, 학당 마을에 시에서 불을 질렀다. 이렇듯 정든 고향을 물속에 수장시키고 피난민처럼 도망치듯 나와야만 했다. 그 이후로 전국에 흩어져 유민생활을 하다 시피했고, 광주시에서는 이주민을 위한 집성촌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개인 사유재산을 수용하면서도 제대로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러움 속에서 30년이 흘렀다. 보호명목으로 개인 임야까지 폐쇄시켜 사유재산을 침해했다. 이것은 부당한 처사다. 그 길을 열기 위해 실향민들이 중심이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망향정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화순군과 전라남도 및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망향정을 만들고 길을 만들었다. 망향정 만드는데 광주시에서는 한 푼도 보조하지 않았다.

이렇듯 수모를 당하면서 30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적벽개방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주광역시 윤장현 시장과 화순군 구충곤 군수의 상생협력에 의해 다소의 위로를 받기는 했지만 앞으로 완전개방을 통해 개인 사유재산관리가 가능하고 실향민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덜어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주민에 대한 광주광역시의 보상 노력

광주광역시 상수도사업부 시설과에 이주민들 보상에 관해서 문의를 해보았다. “지금도 광주광역시는 해마다 7-8억이 이주민들 재산매입으로 예산이 소요된다. 일단 171m 만수위 이하 토지는 다 매입이 된 상태이고, 영산강 환경청 토지매수계에서 토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입 중이지만, 임야에 대해서는 2009년 감사원 감사에서 개인 임야의 경우 손해보는게 없는데 왜 매입하느냐는 지적을 받아 그때 이후로 임야 매입은 중단했다. 분묘의 매장·이전에 대해서는 회계과가 담당하고 있다.”

●법적 쟁점

헌법 제23조 제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댐주변지역주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특정다목적댐』이 폐지되고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법률』이 1999년 7월에 제정되었다.

동법 제3장 댐건설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개정 2011.5.30.) 제39조 이주정착지 미이주자 등에 대한 지원과 제40조 수몰이주민에 대한 지원 조항을 보면 댐건설사업시행자가 이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반드시 해야하는게 아니라, 할 수도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의 하위법인 댐건설지원법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반하는 규정이다.

게다가 국가가 광주시민의 식수원 확보라는 공공필요에 의해 화순군 동복면 주민들의 토지와 임야뿐만 아니라 생활근거지를 빼앗는데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보상”이 필요했다.

공공의 필요와 개인의 재산권이 충돌할 때 어느 기본권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본 가치관이 생명과 자연을 우선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의 이익을 조율하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충분한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고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과거의 무례함을 조금이라도 용서를 빌고자 화순적벽이 다시 개방되었지만, 실향민들의 30년동안의 아픔을 누가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적벽은 30년 동안 깊은 고요함 속에서 그 모든 아픔을 담아왔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적벽의 빼어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아픔까지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