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천순

“교복을 입고 무슨 짓”
아이는 슬그머니 담배를 뒤로 감추며
“집에서도 알고 진즉 포기 했대요”

맹랑함에 물었더니 대답 또한 거침이 없다

“죽어라 책만 보고 있는 친구들은 비린내 나고
흥미 없지만 학교를 다니는 까닭은
부모님 걱정 졸업장과 동창들과의 인맥 때문

졸업하면 사채업을 하기위해 준비 중이고
목표 없이 그저 공부만 하고 있는 친구들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큰소리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당당하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없다는데
너무 일찍 배워버린 미쳐 돌아가는 세상
우러러 볼 대상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절망에 할 말을 잃고 허둥대는데

쫓아온
아내는 *맬 겁시 간섭한다며 안절부절

“용감한 아저씨 안녕”

뛰어가면서 고함치는 아이들의 왁자함
이 추하고 험한 세상
언젠간 너희들의 건강함으로 밝고 아름답게
만들 거라는 믿음으로 애써 위안을 삼는다.

*맬 겁시 : 공연히 (전남지방사투리)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하지만 그 중독성은 마약에 가깝다고 하며 폐암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발표를 접하고, 정년퇴직 후 막내딸의 권유에 40여년을 피워온 담배를 끊은지 6년째인데도, 아직도 가끔은 담배 연기를 후련하게 내뿜어보고 싶은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흡연에 대한 폐해가 밝혀지면서 성인들은 담배를 끊기 위해 몸부림치는 반면, 청소년들의 흡연은 괄목할 많큼 증가 하고 있다고 하니 답답하기보다는 안타까움에,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쫓아가 타이르다 망신과 봉변을 당하기도 하면서도 마누라 말대로 맬겁시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봄날 따뜻한 양지쪽에 웅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쫓아가 이야길 하다,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이에 세대 차이를 벗어나 소통을 막아버리는 훨씬 더 높고 단단한 거대한 벽을 발견하게 되었고,

10대들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말 못하는 혼란 속에서 겪어야하는 방황과 불합리한 것들은 무시하고 학생 X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라며 무조건 나무라기부터 했던 어른의 편협함을 보았다.

머지 안아 이 땅의 주인이면서 이 땅을 지켜야 하는 최전선의 전사로써 그들을 인정하면서 불통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무거운 어깨를 안아주면서 썼던 글이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없겠지만
너무 일찍 배워버린 미쳐 돌아가는 세상
우러러 볼 대상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절망에 할 말을 잃고 허둥대는데”

그래도
저 아이들의 건강함으로
이 추하고 험한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을 믿으며
희망을 보고 위안을 삼을 수 있어 다행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