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속담에 “모든 남자는 가슴에 어머니를 담고 다닌다.”고 했는데 은촌 이 남섭 시인의 시심의 원천은 세찬 물살을 이루며 흐르던 보성강의 언덕과 명문가의 후손답게 전통의 가치를 바탕에 깔고 아버지의 오랜 외출로 할아버지의 가르침과 어머니의 외로움과 한숨을 지켜보며 보냈던 유년시절의 체험과 병들어 돌아오신 아버지를 받아들이며 溫故知新과 長幼有序의 유교적 가르침에서 찾은 새로움의 성찰과 성숙 속에서 이끌어 낸 詩 “마음의 江”을 소개한다.

마음의 江
이남섭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세상의 모든 상처
가슴으로 꼭 껴안는
작은 江하나
내 마음에 두고 싶다.

돌이 있으면
돌아 흐르고
웅덩이가 있으면
채워 흐르는
그런 江하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비록 실개천이지만
물이 부족하면
비를 기다릴 줄 아는
생명줄 같이 조용한 江
가슴으로 흐르면 좋겠다.

끝내 세월 다투지 않는
바다에 닿아도
고향의 물결 쉬 잊지 않는
그런 작은 江하나
내 마음에 두고 싶다.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손 광은 시인은 “강처럼 영원한 불변의 가치를 고향에 대한 애정과 정서적 순수함이 출렁대는 강,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마음의 자세는 스스로 겸손한 마음의 강을 이루고 지극정성으로 선조와 고향을 지키는 인품의 숨소리에 기대고 싶다”고 말하고
광주대 대학원 지도교수인 이 은봉시인은 “그리움은 본래 사랑과 함께하는 정서이고 그리움이 충만하고 풍부한 사람은 사랑도 충만하고 풍부하기 마련인데 그는 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라며 그의 시를 평하며 그의 시세계는 고향회귀와 자연회귀의 의지가 굳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월백당현판

시인과 사진작가인 부인이 매주 토요일이면 내려와 일요일까지 머물고 있다는 동네입구 당산나무 옆에 차를 세우고 내려 고샅에 이르면 동네 중앙을 흐르는 개천에서 와락 달려드는 물소리에 놀라고 골목길을 거슬러 올라 시인의 조상들이 세운 고택 月白堂의 마당이 높아 바람이 자유로운 툇마루에 앉으면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주암호가 조성되면서 화순 보성의 일부분이 주암호 속으로 들어가면서 물속으로 잠겨버려 실향민들이 생겨나 떠나는 땅이 되고 덩달아 핵가족화 되면서 고향을 잊어버리고 조상님들이 묻혀있는 산소들마저 잊어버리는 일이 허다한 실정인데 시인의 고향인 가내마을은 잊혀지지 않고 돌아오는 땅이 되고 있고 그 중심을 이루는 옛 전통을 지키며 즐거워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면 머지 안아 고향에 내려와 그의 학문과 시의세계가 한층 더 곰삭아질 것이라 믿어본다.

이남섭 소나무 전정

시인의 고향집은 화순 남면과 보성 문덕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송재 서재필박사 기념관에서 1km 위에 있다.
송재의 고향은 충청도이나 그의 기념관이 이곳에 세워진 까닭은 가내가 외가이며 외조부 성주 李氏 箕大公가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가 본향인 성주 이 씨 李 珹公께서 보성에 터를 잡은 데는 우산 안방준선생과의 돈독한 우정 때문에 이루어 졌다고 한다.
서울에서 벼슬길을 시작했다가 광해 조에 폐모사건을 보며 도덕과 도리를 잃어버린 임금 밑에서의 벼슬길은 선비로써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이다며 벼슬을 접고 학문에 전념하자는 의견일치를 본 두 유학자들이 낙향을 하여 보성으로 내려와 지금으로는 사평쯤의 강변에서 비둘기인지 매인지 정확치는 않으나 새를 날리고 새를 따라가던 중 새가 지금의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가내마을 상공에서 사람들이 도착 할 때까지 맴을 돌다 내려 앉아 개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아름다운 곳에 터를 잡고 가내마을이라 이름하고 가족을 불러와 일가를 이룬 성주 이 씨 이 성공의 손자가 공조판서를 지내고 후손들이 가문을 지키며 세방기업, 공무원셀 수 없이 많은 학자들을 비롯한 국가의 동량들이 배출되었으며 국회의원을 하고 현재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활동 중인 곡성출신 이정현도 그 후손이다.

시절이 혼탁할 때 보성에 터를 잡은 이 성공의 12대후손인 은촌 이 남섭은 교육공무원으로 정년을 하고 광주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시와 고전을 배우며 종친회장으로 고향과 조상을 받드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고 그의 부인 고영님은 야간대학을 다니며 늦공부에 빠져있다. 부모가 학문에 열심인 탓인지 큰딸은 미국 하버드대학장학생으로 유학중이고 서울에서 회사원 막내딸은 광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열심인 것은 순리를 좇는 기쁨일 것이며 아름다움일 것이다

마당 앞 매화나무
그 하얀 꽃잎에 쏟아져 내린 달빛에 취해
월백당이라 이름 짓고
꽃그늘 아래 세월을 읊으셨을 선인들의 모습을 새겨보며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아름다운 하천의 물소리를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