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오늘은
섬진강 변 여울져오는
한 자락 미풍에
너울너울 춤추는
고운 추억 하나

윤예주(尹 禮周)시인이 매화가 만발하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의 한 구절이다
군내버스를 타고 시인과 사진작가가 전원에 집을 짓고 사는 예춘정(禮春亭)을 찾아가는 길은 고향 길을 가는 것처럼 편안했다. 바람은 차가웠으나 하늘에서는 새하얀 고운눈발이 내리고 따뜻한 두 예술가를 생각하면서 가는 이양면 청영마을 고샅길은 따뜻했다.

시를 쓰는 거암 윤 예주선생은 경찰고위간부로 정년퇴직을 하고 내조를 하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부인 李 春玉 선생은 팬타 사진 클럽소속 한국사진협회 프로작가다

경찰공무원으로 격무에 시달리며 받아온 스트레스를 부인의 사진을 보며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그리움으로 숨겨두었던 시상을 정리하며 숱한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부인도 남편의 시를 읽으며 가난과 시름마저 위로하며 앵글에 잡힌 사물의 깊은 속을 잡아가두는 활동을 하여 왔으니 부창부수라는 말이 두 분에게는 적격인 것 같다.

윤 시인이 퇴직을 하면서 지인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출근을 권하였으나 40년이 넘는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며 고사하고 고향인 광양이 공업 단지화 되면서 전원생활이 어렵다고 판단 터를 물색하던 중 먼저 전원생활을 하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이양면 청영마을에 터를 잡고 소나무 비자 은목서 영산홍 배나무 포도 키위 등 각종나무와 야생화를 가꾸며 마음을 덜어내고 비워내며 독서와 시를 쓰며 청정한 마음과 몸을 가꾸며 소일하고

부인도 왕성했던 활동을 줄인 대신 야생화와 주변에서 소재를 찾으며 전원생활에 푹 빠져 즐겁게 생활을 한다며 밭에서 캐낸 더덕과 시금치를 손질하면서 “여자들이 살기에 농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반대하고 싫어했으나 지금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 한다 텃밭을 가꾸고 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고추로 담근 김치에 나물 한 두 가지를 마련해 먹는 가벼운 생활이 좋다. 지금은 그때 조금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혼자가 된다면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가 별과 함께 살아보고도 싶다“고 말하는 소녀같이 맑은 눈동자를 너털웃음으로 화답을 하시는 거암선생 두 분의 모습이 루소와 노자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탁낫한 스님의 정원가꾸기라는 책이 생각난다.

스님은 책에서 “오늘도 우리는 마음의 정원에 평화와 행복의 꽃을 피운다” 했는데 거암선생과 부인은 철저하게 은일(隱逸)하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세월을 엮어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할 것이다.



이제는 윤 예 주

나의 머리에는
이제 왕관도 없고
허리에는 무거운 총도 없으며
그저 빈손에 촌부다

그러나
마음 속 공간은 가득 차있고
세마포 한 벌은 걸쳤으니
무얼 더 바랄 것인가

하여
노을빛 예춘정에 홀로 앉아
청정한 솔바람과 쓰르라미 친구 삼아
내일의 둥근 꿈을
그릴 것이다

시인은 최근에 쓴 글이라고 설명하고
부인은 모처럼 마음에 드는 글이라 핸드폰에 입력시켜 갖고 다닌다며 자랑하는데 그때 부인의 수줍은 듯 환한 미소로 남편을 보는 시선에서 아직도 소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두 내외가 새 순과 새 싹을 맞이하기 위해 정원수 가지치기와 돌 틈새에 심어둔 “영춘화, 바람꽃, 복수초, 원추리, 비비초” 처음 듣는 야생화 이름을 말하며 맨손으로 다듬는 섬세한 손길에서 모든 걸 다 잊고 품으며 정원가꾸기와 독서 글쓰기와 야생화 촬영 등으로 소일하는 여유로움을 보며 짓궂은 질문을 했다.

“도대체 권력과 돈이 최고이고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독서와는 담을 쌓고 독자보다 시인이 많은 세상이라며 문학의 효용성을 폄하하는 현실에서 시인과 문학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말해주시죠”


거암 선생은
“소득이 5만불 10만불이 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교육과 정부의 정책이 수능 점수와 소득증대가 아닌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하고 문학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문화와 예술을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외면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그 정도가 더 심한 실정입니다
출판업계의 상업주의로 등단을 통한 문학인이 양산되며 패거리문화가 생기고 많은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를 보면서 절망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으나 때가 되면 국민들이 눈을 뜨고 진실을 알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저희들 문학단체들이 꾸준하게 청소년들을 위한 학생백일장등 문학 활동을 전개하고 학교에서도 독서를 권장하고 있는 등 절망보다는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정권과 권력 돈은 유한하지만 문학은 무한하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합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하고 있음도 명심해야 겠지요 ”
시인의 담담함 속 카랑카랑한 답변을 듣다보니 어느사이 눈은 멎고 바람도 둥글어졌다.

* 禮春亭은 :두분의 이름자 첫 번째 글자를 차운해 만든 명칭으로 만든 정자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