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기 화순총상가연합회장

며칠 앞으로 다가서는 갑오년, 바로 내년이면 주민 손으로 직접 단체장을 뽑은 지 20년이 된다. 자연의 이치로 따지면 강과 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세월인 셈이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통상 다섯 번의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지역을 이끌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을 선출해 지역공동체 운영을, 주민 살림을 맡겼다. 물론 지방의회 의원들은 4년 먼저 출발해 훈련을 쌓았다.

그 결과는 어떤가. 과연 지역살림이 펴졌는가?주민들 살림은 좀 나아졌는가? 누구보다 주민들이 잘 알 일이다.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제 삶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화순은 지방자치의 장점보다 폐해가 크고 적나라 하게 노출되어 우리 군민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 되고 있음은 다 아는 바이다.

그러나,작금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국가든 도시든 농촌이든 마찬가지. 갈수록 가팔라지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사람과 물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무한한 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체결하려는 칠레, 미국, 유럽연합, 호주, 중국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 자유무역, 시장개방은 국가 및 도시 간 경쟁을 심화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어떻든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만 지금의 농촌은 가히 절망적이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경쟁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농가 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6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방, 특히 농촌지역은 재원과 인재, 지식역량이 부족해 성장기회를 잃는 바람에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로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격이라 하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창조적 혁신밖에 없다. 사실상 모든 지역이 첨단산업, 인기산업을 육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궁극적으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지역의 창조성을 개발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과 인물 육성이 매우 시급하다.

화순 역시 열악한 지역경쟁력으로 치열한 경쟁 대열에 합류한 형국이다. 사실상 지역신산업 육성이 어렵고 첨단기업이나 대기업 유치는 수도권, 충청권에 밀려 요원한 일이다. 화순이 활력을 찾으려면 기존의 물적 인프라, 인적 네크워크에 의존하기보다 화순만의 특성화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생태적 건강함, 삶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가져올 지역경제적 활력, 문화적 활력을 창조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혁신을 서둘러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지역브랜드와 리더십, 지역공동체적 협동과 연대를 새롭게 갖추고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가 바로 2014년 지방선거라는 점이다.

우리가 꿈꾸는 화순은 어떠해야 하는가.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빙(well-being). 한마디로 행복한 삶의 공동체 건설이 아니겠는가. 사람과 물자가 흘러 문화와 경제가 풍요로운 화순이면 더 바랄 게 있을까 싶다. 농업은 신시장을 창출하고, 농업인은 소득을 증대하고, 지역은 살고 싶고 살 맛 나는 정주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싶다.

한두 가지 예만 들자. 1차와 2차, 3차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이들 산업이 융복합된 6차 산업구조로 농업을 전환하는 창조적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1차 농업 생산에 2차 농업생산품을 가공하고, 3차 그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관광)하는 식의 복합산업화로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얘기다. 문화와 꽃을 테마로 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일본 나가노현(長野縣) 오부세마치(小布施町)가 좋은 예. 인구 1만2천명의 작은 도시, 전형적인 농업지역이 밤과자가 유명한 지역고유의 문화 생활상 산업 건축물 상가 농업 등을 자원으로 지역 전체를 생활형 관광지로 개발했다. 그 결과 연간 100만이 넘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직접 수입은 20억엔에 달한다니 놀랍다.

어디 그 뿐이겠나. 앞으로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를 맞는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힐링과 헬스케어, 의료관광, 친환경 관광 등을 접목함으로써 화순이 그 선봉에 서면 좋겠다.

단언컨대 내년 선거를 기점으로 ‘분열의 화순’, ‘퇴행의 화순’을 넘어 모름지기 ‘혁신의 화순’, ‘웰빙& 웰에이징의 화순’으로 거듭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순공동체를 협력과 공생의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가 깔려 있다.

농업인, 주민 할 것 없이 개척자 정신을 고양할 필요가 있다. 일신우일신 한다는 신념으로 창조적 파괴 즉 혁신에 나서야 한다. 지역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지역공동체는 성숙한 자치의식과 함께 자치역량을 발휘할 때다. 과거와 같은 혈연, 지연, 학연, 패거리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 의절과 문화의 고장다워야겠다. 이제부터라도 의롭고 정의로운 화순인으로 옛 명성, 자부심, 애착심을 되찾도록 ‘화순신바람(새바람)’운동을 전개하자. 무엇보다 관 주도형이 아닌 시장-업계-주민이 주도하는 지역발전 모델을 마련하는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원한다. 주민주도형 마을기업과 더불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많은 관심과 협력을 기울이자. 그리하여 명실 공히 협력과 공생의 화순으로 비상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우리 모두 그 실행의 꿈을 키워 보자.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오로지 올곧고 의롭고 정의로운 리더십만이 그 일을 해결한다. 지역발전, 지역성장에 배고픈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 이제 옥석을 가려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하고 지역안팎으로 능력 있는 인물들을 키우자.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 그들로 하여금 화순의 자존을 세우고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하자. 그들과 더불어 살맛나는 화순으로 향하자. 송구영신(送舊迎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