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운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전문상담관

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 보다는 저 사람 왜 저모양이야 하면서 남을 쳐다보게 된다. 나보다는 남탓하는 습성이 몸에 벤 때문이다. 거울을 쳐다보지 않는 한 내 눈에 투영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 집은 어떻고 자동차는 몇 씨씨고 땅은 얼마나 많고 직장은 어딘지 하다 못해 남편, 부인, 자식 등등도 다 붙여 본다. 외모도 빼놓을 수 없다. 비교를 할 때도 꼭 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나는 왜 저 사람만 못하지 낙담하며 불행해 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만 쳐다보면 만사가 해결될텐데 말이다. 주위에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제도나 법은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고치기 힘들다. 교육을 시키거나 타일러서 다듬을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도 아닌 어른들을 고치기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맘에 안들면 우선 상대방부터 고치려 든다. 수십여년 풍파를 거치면서 쌓아온 내공을 누가 고치란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겠는가.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맞지 않으면 내가 맞추어 보고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피하면 그만이다.

부부문제로 법률상담을 해 보면 성격차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서로들 난리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배우자를 어떻게든 내 스타일대로 고쳐서 사랑하려는 본성 때문에 연유한 문제가 태반이다. 외모나 성격이란 것이 결혼이라는 옷을 입었다고 해서 어디 하루아침에 고쳐질 성질의 것인가. 진짜 사랑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하나가 되기 힘들면 두 개의 기둥인 채로 평생을 살면 된다. 다른 사람을 내 품에 가두어 두려고 해서도 안된다. 연인이든, 부부사이든, 친구든, 자식이든 마찬가지이다. 젖먹이 아이일 때와 늙고 병들어서 거동을 못할 때만 내 안에 두면 된다. 혹자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과 집착은 다르다. 상대방이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구속이 되는 것이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쳐다볼 때 더 잘 보인다고 한다. 사랑도 한 걸음 물러서서 알게 모르게 챙겨줄 때 더 큰 사랑이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다가가면 사랑이 아니라 의처증이 된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려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내게 득이 되는 사람도 가까이에 있지만 해치는 사람도 지척에 있다. 콩 한쪽을 나누어 준 사람도 이웃이지만 우리 집 담을 넘는 사람도 이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는 드물다. 친구나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과 돈 거래를 하게 마련이고,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나 내 가족에게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하는 것이다. 따뜻한 밥을 해준 사람도 부부이지만 이혼하면 가장 큰 적이 되는 것도 부부이다. 이 말을 살짝 뒤집어 보면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항시 이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주파수가 맞는 상대방을 찾아다니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야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친구를 사귀고 결혼하고 직업을 갖는 것은 모두 자기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이 주위에 많을수록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냥 주파수 맞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그래야 상대방을 고쳐보려는 헛수고 없이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꽃이 보고 싶으면 아름다운 꽃이 있는 들녘으로 나가면 된다. 꽃이 예쁘다고 한 움큼 꺾어서 우리 집 화병에 꽂아 놓는 순간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 된다. 예쁘든 밉든, 유순하든 급하든, 키가 크든 작든, 음식을 잘하든 말든, 살림살이가 유창하든 어설프든, 돈이 있든 없든 그것이 몹쓸 양태가 아닌 한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 그만이다. 조언하고 설득하여 다듬는 것은 좋으나 고쳐서 사랑하려 들면 안된다. 거기서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내게 맞추려 해서는 안되고 내가 적응해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나도 나를 바꾸기 힘든데 어찌 남을 내 맘에 꼭 맞게 고칠 수 있겠는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주파수의 미세한 어긋남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이상하게도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을 바꾸려고 한다. 세상의 때가 많이 낄수록 자기 생각이 맞다고 착각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잘났든 못났든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서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특히 가족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속에 때묻지 않은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부모를 받아들인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엄하면 엄한대로 부모에게 순응한다. 아빠는 왜 부자가 아니야 왜 장관이 아니야 따지면서 투정대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짜장면 한 그릇 사주고 새 신발 한 켤레 사주면 우리 엄마 아빠가 최고인줄 안다. 그러나 부모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식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애들은 공부를 잘하는데 왜 공부를 못하느냐, 이웃집 애는 말도 잘 듣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 하면서 추궁하기 바쁘다. 대학도 아이의 선호를 따지지 않고 부모의 뜻에 맞추어 보내려 한다. 가르치거나 인도할 수는 있어도 강요해서는 안된다. 부인이나 남편도 서로를 고쳐서 사랑하려고 하면 안된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 삶에 찌든 모습, 헝클어진 머리, 치장하지 않는 몸매, 서투른 행동 그대로 그냥 내 곁에 있어준 것만도 고마워하며 사랑해 줄지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내 부인 내 남편 내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고 내 몸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설하면 사람에 대한 기대나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가정이 평온하고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