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낙귀 세무사

이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었으므로 김치에 관한 어원과 역사를 먼저 살펴보고, 다섯가지 맛의 역할을 참고하여 맛의 비밀을 풀어본다

김치의 어원은 침채(沈菜)이다. 침채라는 뜻은 채소를 소금물 또는 식초에 절인다의 의미로, 침채 → 딤채 → 짐치 → 김치 순으로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 필자가 어느 문중의 시제 상차림을 보았는데, 생무채에 소금만 버무려 만든 음식을 진설하면서 침채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김치역사에 대해서는, 여러 문헌을 통하여 상고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김치 관련된 문헌들을 참고하여 삼국시대부터 김치발달과정을 살핀다.

삼국 시대의 큰 특징은 김치에 소금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 이전에는 식초 등으로 담그거나, 다른 발효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에는 농경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곡류가 주식이 됨에 따라, 곡물의 소화를 쉽게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김치가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김치는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이나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는 방법이었다.

고려 시대의 큰 특징은 동치미가 처음으로 등장하였고, 단순한 소금 절임 형태에서 벗어나 파,마늘,생강 등 향신료가 사용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수입되면서부터 고추와 젓갈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고추를 사용하면서부터 매운맛과 붉은색을 띤 김치가 등장하였으며, 그 영향으로 소금의 사용량이 줄어들었고, 고추의 매운맛이 생선의 비린 맛을 줄여, 드디어 젓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김치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혼합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발효음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달과정을 거쳐 1900년대 오늘날의 김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지금부터는 맛의 역할에 대해서 살핀다.
학자들은 맛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하면서 이 맛의 조합들이 여러 가지 맛을 낸다고 한다. 5가지 맛은 짠 맛, 단 맛, 신 맛, 쓴 맛, 매운 맛이다.
그러나 필자는 5가지 외에 고소한 맛 떫은 맛 등 몇 가지 더 있다고 본다.

어찌 되었건 지금부터는 맛의 역할을 살펴보면서 맛의 비밀을 벗겨본다.

먼저 짠 맛에 대해서 살펴본다.
짠 맛은 다른 음식 맛을 느끼도록 하는 도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짠 맛이 들어가지 않는 채소나 생선 육류를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제아무리 맛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일지라도 짠 맛이 없다면 싱거워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짠 맛은 고유의 맛으로는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없지만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도움역할을 한다.

예전부터 전해오는 선조들의 말씀에 “음식 맛은 장 맛이고, 장 맛은 소금 맛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씀의 의미 중, 2가지를 골라내면 우리 선조들은 짠맛의 중요성과, 소금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음식에 사용하는 소금은 대부분 천일염인데 이 천일염을 만들어 보관하는 년수에 따라, 간수가 빠지는데 오래 될수록 많이 빠져 맛 좋은 소금이 된다. 간수가 덜 빠진 소금은 음식에 쓴맛을 남긴다.

쓴맛의 역할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깊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신맛은 식욕을 돋구는 역할을 한다. 여름 더위에 입맛을 잃었을 때 식초가 들어간 오이냉국으로 입 맛을 돋우거나, 홍어무침을 보면 침이 괴이는 것 등이 좋은 사례이다.

매운 맛은 몸의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몸에서 열을 발산 한다.
사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고 우리가 느끼는 통증의 일종이다. 인간의 혀나 피부의 조직은 온점( 따뜻한 것) 냉점(시원한 것) 압점(압력) 통점(통증)을 감지하는 것으로 구성되는데 매운 맛은 통점에서 느끼는 아픔이다. 매운 음식을 먹고 입안이 얼얼할 때 찬물을 머금어 보면 잠깐 동안 매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게 좋은 사례이다.

단맛은 인간이 느끼는 맛의 중심이며, 다른 맛을 중화 시킨다.
음식을 섭취할 때 단맛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서 음식 맛이 결정 된다.
또한 음식을 만들다 보면 짜거나, 매울 때, 설탕을 넣어서 덜 짜거나 덜 맵게 하는데 단 맛이 다른 맛을 중화시킨 사례이다.

김장의 시기는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우리고장에서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추위를 피하고 김치냉장고의 발달로 김장의 시기가 조금 빨라졌지만 진짜 맛있는 김치는 눈발 휘날릴 때 담근 12월 이후에 하는 것이 정말 맛있다.

그 이유는 추운 날씨를 견뎌 낸 배추는 조직도가 도톰해지고 단단해져 김치를 담궜을 때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을 주고, 달달한 맛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추위를 견뎌내지 않은 배추는 조직도가 낮아서 김장 후 물이 배어나와 양념과 조화가 덜 이루어지고, 단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수 십 년 전에는 대가족사회로 온 가족들이 달려들어 김장을 하였고, 이집 저집 품앗이를 하였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 지금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많은 양의 김장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김치 맛이 산업화 된 김치 맛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김장의 순서는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물을 빼고,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고, 저장고로 운반하는 등 3-4일 동안 수고로움이 따른다.

양이 많으면 몸살이 날 정도이다. 이러한 수고를 덜기 위하여 최근에는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게 대세이다. 부모들이 연세가 들어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쳐 김장의 일부분이 산업화 된 것으로 모습이다

김장을 끝내고 배추김치를 가닥가닥 찢어 햇 쌀밥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며, 여기에 삼겹살을 삶아 둘둘 감아 먹으면 겨울의 낭만이다.

김치를 찢어 먹는 것이 썰어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그 비밀은 독자 여러분께서 고민해 보기 바라면서 이 김치칼럼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