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세탁소 원관규사장

인간 대부분의 영원한 노스텔지아(Nostalghia)인 고향(故鄕).

그 고향을, 태어나 지금껏 단 한 번도 떠나본 일 없이 사랑하고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고장 화순에 있다.

화순읍 자치샘로 15-1에 위치한 백합세탁소 원관규(元寬圭) 사장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못하고 넝마주이로 날마다 돌던 화순의 골목길들, 그리고 그 길과 함께 정들었던 이웃 들을 잊을 수가 없어, 퇴근 후면, 신기리 부처샘 근처부터 훈리, 향청리, 만연리, 삼천리까지 고샅길을 찾아 걷는다는 원사장.

오늘도 내일도 아니 죽는 날 까지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인 그 길들을 걸을 것이라는 노래의 달인, 세탁의 달인, 패션의 달인 원사장의 영화 같은 ‘인생여정’과 애틋한 ‘화순純情’을 들어본다.

▲백합세탁소 전경

■노래의 신동(神童)에서 명창(名唱)으로- 원사장
5~6세 되던 시절, 원사장은 알메산, 만연폭포, 수만리 등지로 화전놀이(花煎놀이, 음력 3월 중순경에 교외나 야산 등지에서 행해지는 꽃놀이, 화(花)놀이· 꽃달임· 화류(花柳)놀이· 화류유(花柳遊)라고도 한다. 원래 ‘화전(花煎)’은 꽃전, 곧 꽃을 붙이어 부친 부꾸미로 차전병의 하나인데, 진달래꽃이 펼 때 그 꽃을 부치거나 떡에 넣거나 하여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라는 데서 그런 명칭이 생긴 것이다.)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귀동냥으로 들은 노래(민요)들을 처음 부르기 시작했는데 원사장의 잠재되어 있던 음악에 대한 천부적 재능은 그 때부터 나타난다.

어린 원사장의 ‘절대음감(絶對音感)’은, 한 번 들으면 그 계명을 그대로 외워 창부타령, 박연폭포, 양산도, 농부가 등등을 무리 없이 불러내곤 한 것이다.

그러다가 8~9세 부터는 트롯(trot)가요도 병행하여 부르게 되었고, 요즘은 주로 가요를 많이 부른다는 원사장은 지금도 초등학교시절 배운 동요 계명을 대부분 외우고 있다며 실제로 기자 앞에서 천진하게 계명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인생 40 여 년의 추억이 빼곡하게 담겨있는 사진들

■‘꼬마둥이 점원’에서 세탁의 명장(名匠)으로-원사장
음악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비타민’이고 ‘보약’이라고 말하는 원사장은 생계를 위해 어린나이에 양복점에 취직한다.

말도 맛깔스럽게 잘하는 원사장은 양복점일 배우면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은 손수 만들어 입게 되었고, 그러면서 어린 시절 노래자랑대회 나갈 때마다 남의 옷 빌려 입고 가야했던 서러움을, 자연스레 해소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기성복 브랜드들이 한국 의류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하면서 ‘맞춤전문’인 ‘양복점’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이 때 원사장은 12년 양복 일을 접게 된다. 그리고 곧장 ‘세탁업’으로 직업을 전환하고 외길 30년 원사장의 세탁인생은 시작된다.

현재 세탁 1급 자격증을 가진 원사장은 “세탁은 천직이고 내 인생을 건 것이다”라고 말하며 “세탁에 있어 기술은 기본이고, 세탁술도 하나의 예술이라 생각하면서 고객 옷 세탁에 임한다”며 “거기에 과학의 힘까지 더해서 고객의 옷을 단순한 세탁물이 아닌 새롭게 다시 태어난 하나의 예술품 경지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 한다.”고 세탁전문가답게 말한다.


■ 패션의 달인 원사장

스스로를 ‘패션의 달인’이라 자신있게 표현하는 원사장은 자신의 패션감각에 대해서도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옷을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맞게 손수 만들어 입지만 가끔 쇼 윈도우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할라치면 두 벌을 산다고. 왜냐면 ‘어쩌다가 마음에 든 그 옷이 낡으면 교체해 입을 생각으로.’

실제로, 인터뷰 당시 원사장이 입고 있는 비비드(vivid) 컬러의 체크남방셔츠가 기자의 눈에 들어 직접 만든 거냐고 질문하자 그 옷은 산 거 라면서 인터뷰 좌석 앞 탁자 뚜껑을 열어 숨겨놓은 또 하나의 같은 남방셔츠를 보여준다.

■‘내 고향 화순이 좋아’-원관규사장

화순토박이 원사장의 화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원사장은 퇴근 후 매일 이 골목, 저 골목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 여기서는 어떤 생각, 어떤 꿈을 꾸었으며 저 쪽 길 걸을 때는 어떤 노래 부르며 굴렁쇠 굴렸던가를 회상한다고.

또한 학교도 못 다니고 어린나이에 넝마주이를 하는 원사장을 기특하고 가엾이 여기는 동네어른들이 돈 될 만한 고물들을 챙겨주고 배고픔을 예상하여 미숫가루를 타주던 일 등,,

그래서 원사장은 ‘꼬마둥이 원관규’를 말없이 보살펴 준 화순군민들이, 지금도, 참으로 고맙다고 한다.

■화순초등학교와 만연산, 그리고 원사장

화순초등학교 2학년2학기에 입학하여 4년 반 다니고 화순초등학교 52회 졸업생이 된 원사장은, 타인들은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다’고 표현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초등학교라도 보내준 부모님이 고마워 원사장 자신은 ‘언제나 초등학교까지 나왔다’고 표현하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진학하지 못한 中·高등학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련이 없지만, 원사장 자신에게 유일한 학창시절 추억을 남겨 준 화순초등학교는 운동장만 바라보아도 감회가 새롭고 어머니의 품안에 안겨 있는 듯한 따스함을 느끼며, 오늘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人性교육’을 시켜준, ‘인생 배움터 화순초등학교’에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편, 원사장 자신의 안집 옥상에서 만연산을 바라보노라면, 만연산이 엄마가 되어 화순읍을 자식처럼 감싸 안는 느낌을 갖는다고 원사장은 화순초등학교와 만연산에 대한 진솔한 애정을 표현한다.

■원사장의 포부
‘세탁의 달인’답게 “손과 발이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바느질과 세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는 원사장의 가게 ‘백합세탁소’엔 ‘名品’세탁을 의뢰하는 고급고객들이 많다.

원사장은 주인의 첫인상과 차림새에서 세탁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며 항상 깔끔한 외모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화순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은 원사장은 자신의 뼈를 묻을 곳도 화순이라 말하며, 화순이 신(新)시가지 방향으로만 발전하고 있는데 구도심(舊都心)도 같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친다.

왜냐하면 원사장에게 있어 구도심 도로는 예나 지금이나 매일 걸어 다니는 사랑하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사장에게 포부를 묻자 “지금까지 한 장소에서 세탁인생 30년을 살았는데, 앞으로 20년을 더해 반세기(半世紀)를 한 장소에서 세탁업 하는 게 소원이자 목표다.”라고 말하면서 원사장 자신이 가진 세탁기술로 양로원이나 불우한 독거노인들의 이불빨래나 옷세탁 등 재능기부 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준, 화순군민들과 함께 착하게 남은 생을 살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친다.


백합세탁소 : 061.374.4666
원관규사장 : 011.603.4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