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담근 효소,장류와 메주가루 등이 널린 장독대에서 이명숙씨(우측)와 김순옥씨(좌측)

지난 10월 11~13일 3일간 순천시 낙안읍성에서 열린 ‘제20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남도음식 경연대회에 일반부 화순군 대표로 김순옥씨와 함께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명숙씨는 “저의 요리‘스승’은 ‘어머니’입니다!”라고 영광을 어머니에게로 돌리며, 경연대회에서호흡을 잘 맞추어 준 파트너 김순옥씨의 공(功)이 무엇보다 컸다고 말한다.

이씨는 특별히 요리를 배운 적은 없고, 어린 시절 종가(宗家) 종부(宗婦)인 어머니가 제사음식이나 명절 음식 등을 준비할 때 곁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자연스레 요리솜씨가 손에 배게 되었다고 한다.

간장·된장 담그는 법도 어머니에게 전수한 이씨는, 요리의 기본은 어머니에게 모두 배웠지만, 이씨 자신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식감(食感)과 요리에 대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는 성실성이 더해져 일반사람보다 빨리 요리 실력이 쌓아진 거 같다고.

이씨는 이미 ‘2013 화순힐링푸드페스티벌’에서 동충하초, 뽕나무, 꾸지뽕으로 우려낸 육수와 새송이버섯을 넣어 만든 ‘낙지전골’과 ‘산양삼 파프리카김치’로 우수상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산양삼파프리카 김치는 ‘곡성심청축제’에도 출품하는 영예를 안은, 알려지지 않은 ‘요리장인(匠人)’이다.

이씨는 요리의 고전(古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의거하여 레시피를 연구한다고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은, 위관(韋觀)이용기(李用基)가 1924년 저술한 책으로 임원십육지·정조지(鼎俎志)를 저본(底本)으로 선택, 번역 했는데 서양·중국·일본 요리법을 추가한 책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란 ‘조선요리 만드는 법으로서 이만한 것은 둘도 없다’라는 뜻이다.

또한 이씨는 요리를 할 때, 맨 먼저 식재료 궁합이 잘 맞는지를 우선하며, 다음으로는 천연재료로 양념한 맛을 중시하고, 마지막으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옛말처럼 정성껏 만든 요리가 미각(味覺)뿐 아니라 시각(視覺)과 오감(五感)전체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연출하는 푸드 스타일링(Food Styling)까지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24년 초판본(좌)과 1936년 3판본(우)

■남도경연대회 이명숙씨 출품작

전라남도와 순천시가 주관하고, 전남 22개 시·군이 참가, 시·군 대표 음식과 농특산품을 전국에 알리고 남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한 취지로 매년 개최되는, 전국 최대 음식 축제인 ‘남도음식문화큰잔치’.

이 축제의 부대행사인 ‘남도음식경연대회’는 요리재료를 각 시·군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로 한정하고, 상품화 가능성, 창작성 등을 면밀히 심사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치러졌다

‘남도음식문화큰잔치’ 축제 첫째 날 진행된 이번 경연대회에서, 이씨는 산양삼 등 화순군 특산물을 활용하여 산양삼 다슬기 죽과 흑염소 파만두, 흑염소 표고찜, 딱주정과, 사물탕효소음료 를 예술로 승화하여 많은 요리관계자들과 관람객들에게 열화 같은 호평을 받았다.

식재료는 전(前)처리해 오지만, 본 요리는 현장에서 직접 마늘까지 빻아가며 만들어야하는 ‘경연대회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이씨는 “그래야 요리에 발전이 있다.”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씨는 편법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남도음식경연대회 최우수상 작품,왼편 아래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딱주정과,흑염소파만두,가운데 산양삼다슬기죽,흑염소표고찜,사물탕효소음료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고 싶다..

모든 요리를 직접 담근 효소와 간장으로 양념을 하는 이씨는 일단 음식을 하게 되면 모든 걸 기본으로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동 푸드 코디네이터(food coordinator), 1급 4대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사, 장아찌제조사,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하였으며, 호남대향토음식전문가과정을 이수하고, 수료식 때는 총장상도 수상했다.

또한, 요리를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하여 현재 전남과학대 호텔조리김치발효과에 재학 중이며 칼슘간장이나 칼슘된장에 대해서는 이씨 자신 집에서 재료를 가져가 학생들 앞에서 직접 제조법을 강의하기도 한다.

화순향토음식연구회 회원이기도 한 이씨는 서양음식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한국 고유전통음식들이 점점 사라지는 게 아쉽다며 엿기름, 메주가루, 누룩도 직접 빚어 전통식 고추장, 된장, 간장 만들기를 고집하면서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겠다고.

또한 공부를 계속한 후에 기회가 닿으면 효소와 전통천연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 경영을 하고 싶고, 후학양성을 위한 강의도 하면서 전통음식체험장도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대화 행간에서 전문요리사의 프로 근성이 느껴지는 이명숙씨.
그리고 좋은 파트너십으로 함께 하는 김순옥씨의, 또 다른 창의성이 발휘된 전통음식들을 만나게 될, 그 날을 기다려본다.

▲이명숙씨 정원 절구속의 옥잠화, 주인을 닮아 예쁘고 앙증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