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걸 화순군민신문대표

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말로 기한이 만료된 특위 3곳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다뤄온 정치쇄신특위 활동기한은 연장하지 않았다. 정치쇄신 특위를 대신해 입법권이 있는 정치개혁 특위를 만들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국정감사 이후로 미뤄졌다.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여론에 떠밀려 국회의원 겸직금지와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쇄신법안을 지난 6월 처리했지만, 정작 관심이 집중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이를 추진하지 않았고, 새누리당은 당론조차 모으지 못한 상태다. 지방선거 일정과 민감한 정치현안을 감안하면 정당공천제 폐지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기초단체장·의원의 정당공천 폐지가 지지부진한 것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반대하는 분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하였지만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다.

여·야의 이런 미온적 입장이라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의는 국회 정개특위가 만들어지더라도 속도를 낼 수 없다. 국정감사와 법안심사, 정치적 이슈에 밀려 이에 대한 논의가 내년 지방선거가 임박해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공천제 폐지를 원치 않는 정당들이 시간을 핑계로 논의를 미루거나 졸속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대선 때 주민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방을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자치제도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약속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그 현실적인 폐단 때문에 그동안 관련 단체와 지역사회에서 수없이 제기해왔고, 국민적 여론도 강력하게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으로 조성되었다. 폐지는 국민적 요구가 되었지만 여야가 아직까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약속을 실천할 강력한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선거 룰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소신보다는 눈치를 보는 후보가 늘어날 것이고,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평가하는 기회를 상대적으로 덜 갖게 된다.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라면 몰라도 이미 진행된 일이라면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맞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질질 끌다간 눈치만 살피는 후보들만 양산하게 되고,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민의 여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입후보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