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경찰서장 재직시 채수창 서장 모습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욱 밝은 빛을 발하듯, 사회가 어지러울 때 의인(義人)은 정의와 양심으로 혼탁한 세상의 불을 밝힌다.

8월31일 자 한겨레 신문에서는, 경찰 수뇌부의 ‘부당한 명령’에 맞서,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축소· 은폐 외압사실을 세상에 알린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쏟아지는 요즘, ‘상명하복(上命下服)’과 ‘조직기강(組織紀綱)’을 강조하는 경찰내부에서 경찰관으로서의 사명감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항명(抗命)한 용기 있는 경찰관들을 재조명 하고 있다.

‘안전화순, 튼튼경찰’ 캐치 프레이즈(catch phrase)를 내걸며 지난 4월18일 부임한 채수창 화순경찰서장이 그 영광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채서장은 강북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6월 양천경찰서의 고문·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경찰지휘부의 무리한 실적주의를 비판하고 당시 서울경찰청장 사퇴를 촉구하였다.

‘양천서 고문사건’이란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가지 당시 양천서 소속 경찰 5명이 피의자 21명에게 수갑을 채운 뒤 팔을 꺾어 올리는 ‘날개꺾기 등 가혹행위를 한 사건을 가리킨다.

채서장은 이 사건이 문제가 되자 2010년 6월 강북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양천서의 가혹행위 사건은 담당경찰관의 잘못에 못지않게 이런 행위를 하면서 까지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는데, 당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채서장은 이어“실적만을 강조하는 현 지휘부가 존속하는 한 양천서와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과 채서장 자신의 동반사퇴를 요구한 것인데 채서장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하였고 채서장은 경찰징계위에서 파면을 당하게 된다.

공직사회에서는 사표가 수리되면 퇴직금을 받지만 징계 파면은 퇴직금도 못 받고 5년간 공직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가혹한 처벌이다.

파면당한 뒤 식당과 의류매장 등에서 생계를 위해 일하던 채서장은 자신에게 파면처분까지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으로 ‘파면처분취소소송’을 걸게 되고, 채서장이 승소(勝訴)하면서, 파면 시 소속청이던 서울경찰청으로 복직, 2012년 10월 전남경찰청경비교통과장을 거쳐 2013년 4월 화순경찰서로 발령 받았다.

채서장은, 이번에 재조명되고 있는 용기 있는 경찰관 중 또 다른 1人 인,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축소의혹과 관련,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 사퇴를 주장·주도한 ‘죄'로 이택순 경찰청장이 요구한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 감봉3개월 처분을 받았던 황운하 경찰수사연수원장과 경찰대 1기 동기 이기도 하다.

표창원 전 경찰대교수는 권은희, 채수창, 황운하 등 세 명의 경찰에 대해 “주요사건 처리 과정이나 내부 문제와 관련, 경찰지휘부가 크게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경찰조직 내부에서도 언제든 옳은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고, 경찰조직의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이런 용기 있는 경찰의 활약이 있기에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늘 뒤에 있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말 잘하는 사람만이 스피치를 하는것이 아니라 누구나 남 앞에 나서서 스피치를 해야하는 순간이 있다. 말을 해야할 때는 해야한다"라며 '내 영혼을 울린 힐링스피치'책도 발간한 채수장 서장.

한국경찰사에 길이 남을, 빗나간 성과주의, 위험한 성과주의에 반발한, 채수창 경찰서장의 '용기있는 항명'이, 오늘의 영광으로 되돌아 옴을 다행으로 여기며 ‘경찰내부에서는 징계 받았지만 외부에서는 신뢰를 높인’ 자랑스런 인권경찰관 채수창서장의 건승을 빈다.

<한겨레신문기사 부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