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사평초등학교 31회 졸업생을 주축으로 한 ‘명진회’ 회원들이 옛 초등학교 은사인 김채순(1928년생. 남면) 선생님을 잊지 않고 그 가르침에 보답하는 마음이 한결같아 칭송을 받고 있다.

주변에서는 갈수록 스승과 제자의 존경심과 사랑이 식어가는 현 시대에 6ㆍ25 전후 힘든 시절을 한 선생님 밑에서 함께 배우며 지냈던 어르신들이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않고 사랑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받고 있다.

이들은 1950년대 사제로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는데 모두들 남면이 고향인 것이 특징이다. 김 선생님은 고향 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친 것이기 때문에 사제이면서 선후배간까지 포함돼 그 정이 더욱 끈끈하게 이어진 것이다.

제자인 김언태(1946년생. 남면) 전 남면 면장은 “우리가 배울 때는 스승을 대하던 것이 참 어렵고 존경하는 마음이었는데 함께 고향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형님 또는 부모님 같이 격의 없이 되었다”며 “노인회에서 장기를 두기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년시절 추억으로 “선생님이 매를 들었을 때 맞는 소리가 너무 커서 겁을 먹었지만 실제 맞아보니 별로 아프지 않았다”며 “그 때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이 많이 쇠약해지신 게 아닌 지 걱정했었다”고 한다. 제자들이 장성해서 선생님을 찾아뵀을 때 매 맞은 기억을 이야기하면 선생님은 “내가 너희들 아프라고 때렸겠느냐”라고 하면서 허허 웃으셨다고 한다.

퇴직 후 한봉(토종꿀벌)을 하면서 제자들과 보내는 좋은 시절도 한 순간, 15년전 김 선생님은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고통스런 5년여의 투병생활을 했다. 의사들도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됐다며 포기했는데 마침 퇴직 후 했던 한봉에서 얻은 로얄제리를 꾸준하게 복용한 결과 기적적으로 완치에 성공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완치의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인생의 동반자인 부인이 병석에 눕게 된다. 이 때 선생님이 직접 간병을 하고 있었는데 소식을 전해들은 제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연이은 병환으로 힘들게 보내고 있는 스승 부부를 돕자며 형편이 되는대로 돈을 모아도움을 줬다고 한다.

김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스승으로써 도움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마음으로만 서로의 정을 느끼며 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선생님의 부인은 먼저 세상을 달리하게 됐다. 큰 슬픔에 젖어 있는 스승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는지 제자들은 자주 선생님을 찾아뵙고 고통을 함께 했다. 지금도 제자들은 매월 자신들의 용돈을 아까운지도 모르고 서로 모아서 선생님을 찾아뵙고 용돈을 드리고 식사대접에 소홀함이 없이 하고 있다.

김언태 전 남면면장은 “암 투병과 부인과의 사별을 잘 견디어 내시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계셔서 참으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또 언제나 꿋꿋하시고 고난이 있을 때에도 남의 도움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신다”면서 일화를 소개했다.

“원래부터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뭔가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데 만약 받는다면 멋지게 갚으신다. 한봉을 하실 때에도 매년 제자들에게 그 해의 좋은 꿀을 보내주셨다. 언젠가는 선생님이 내게 전화해서 ‘오늘은 내가 생고기가 무지 먹고 싶네. 모두 데리고 오소’라고 말씀하셔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식당으로 가서 모두들 잘 먹었는데 선생님이 미리 결재를 해놓으셨다” 그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입을 모아 “역시 우리 선생님이시다”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은 “한국전쟁이 휴전이 된지 얼마 안 돼 폐허 같은 임시 교정에서 제자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삶의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신 분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처럼 건강하셔서 이제는 제자들의 사랑을 잘 받아주시기를 바란다”며 스승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흰머리 제자들의 스승인 김채순 선생님은 “이렇게 제자들이 옆에 있어 힘든 일도 쉽게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또한 마음이 기뻐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더욱 건강해지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마음은 아직도 철부지이고 아직도 초등학교 교정을 걷고 있는데 어느새 70이 다 돼버린 제자들은 아들처럼 선생님의 옆에 서있고, 90을 바라보는 선생님은 언제까지나 고목의 그늘이 되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