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흥민씨 휘회삼공(諱懷參公)유적비

지난 7월23일 오전 11시 제주자치도 대정읍 안성리 마을회관에서는 ‘여흥민씨 휘회삼공(諱懷參公)유적비' 제막식이 있었다.

이 유적비는, 550년 전 조선왕조 단종(端宗)과 세조(世祖)의 정권 교체시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제주 현감으로 출보(黜補)된 여흥민씨 14세 의암 민회삼공의 생전 공덕을 추모하기 위해 여흥민씨 의암공파종회에서 세운 것이다.

▲좌로부터 민윤기,민병갑,임영일(대정읍지 발간 추진부위원장), 민용기.민경상 유적비 주비위원들

■여흥 민씨(驪興閔氏) 유래와 본관

민씨는 중국 산동성(山東省)의 민가둔(閔哥屯)이라는 곳에서 연원(淵源)한다.
전설에 의하면, 공자(孔子)의 10제자중 하나인 민자건(閔子騫)의 후손으로서 민칭도(閔稱道)가 사신으로 들어와 여흥(驪興:여주)에 정착한 것이 시초가 된다.

민씨는 본이 여흥(驪興) 하나 뿐으로 고려 때부터 이름 있는 가문으로 알려졌다.

여흥민씨에 관한 족보는 세종대왕의 모친이자, 태종 왕비인 원경왕후의 지시로 1417년 정유보가 발간된 것이 시초이다. 그러므로 12세인 원경왕후 보다 훨씬 이전의 세대는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만 고려시대의 문헌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4세조 민영모(閔令謨) 이 후의 기록은 보첩이 자세하므로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민칭도의 고향은 여흥(현 여주)이므로, 현재 모든 민씨는 이 단일 시조의 후손으로서 여흥민씨는 단일본이다.(여흥민씨 시조 참고)

■여흥민씨 14세조(世祖), 의암공파(義庵公派) 화순 입향조 민회삼(閔懷參)

민회삼의 호는 의암(義庵), 민상백(閔祥伯: 中顯祖)의 5대손, 동지사(同知事) 효원(孝源)의 둘째아들이며, 증(贈) 참판(參判) 소생(紹生)의 손자이다. 1452년(문종2년) 진사에 급제하였고, 유일(遺逸)로 사헌부 집의(執義)가 되었다.

단종의 장인(丈人) 송현수(宋玹壽)는 민회삼의 고모부(姑母夫)로 단종왕비 정순왕후(定順王后)와는 내외종간(內外從間)이다.

민회삼은 단종의 깊은 신임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총신이었는데, 1456년(세조2년)에 김정수(金正水)란 자가 제학 윤사균(尹士畇)에게 송현수와 판관 권완(權完)이 역모를 꾸민다고 고발하자 공도 이에 연루되어 제주도 대정현감(大靜縣監)으로 좌천(左遷)되었다.

■민회삼과 화순(和順)의 인연

민회삼은 한양(漢陽)을 떠나 수륙험로(水陸險路) 1,500여리 원지(遠地)인 제주에 부임(赴任)하여 자신의 삶의 후반기를 현무(縣務)에 충실하며 세상사를 잊고 살다가 단종 승하(昇遐)소식을 접하자 식음을 전폐하고 시무(視務)를 소홀히 함에 목사(牧使)가 보파(報罷) 하였다.

이에 민회삼은 바로 경제(京第)에 돌아가지 않고 도중에 남도의 벽지인 능주(綾州)의 양정(凉亭)에 서둔(棲遁)하였는데 능주의 민도(民度)와 풍속(風俗)이 매우 비루(鄙陋)함을 보고 능주고을 유지와 함께 향약(鄕約), 농사(農社), 의절(儀節) 등을 재정(裁定)하여 일주(一州)의 장정(章程)을 이룸으로써 민속(民俗)을 일신(一新)시켰다.(능주향토지상 게재)

성종초기에 사헌부 집의로 복직 소환하였으나 공은 이에 응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능주의 만지산에 은거하여 버렸다.

그 이후 자손이 화순에 정착하게 되면서 민회삼은 소위 화순 민씨 입향조(入鄕祖)가 되었고, 민회삼의 후손들(의암공파)은 지금 약 2.5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후손들의 ‘여흥민씨 휘회삼공(諱懷參公)’유적비 건립 과정과 배경

하지만 민회삼의 제주 현감 당시 업적은 문헌이 민멸(泯滅)되어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가문의 형세가 부진하였던 의암공파 민씨 후손들은 이제 삶의 여유를 차차 찾게 되자, 선대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여론이 일게 되었고 능주향토지상에 소개된 의암공의 능주 체류시 업적을 살펴볼 때 제주현감 재직시 제주 대정에서도 그렇게 施政하였으리라 추정하면서 여흥민씨 의암공파 종회에서 의암공의 유적을 찾기 위해 유적비건립주비위(遺蹟碑建立籌備委:민병갑, 민경상, 민윤기)를 발족, 다방면에 걸친 노력 끝에 2013년 3월에 드디어 ‘2006년도 대정군지’에 의암공의 제 6대 현감 재직 사실이 등재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의암공의 직계7대손인 삼금당(三錦堂) 민제장(閔濟章)통제사(統制使)가 1,700년 경에 제주 목사로 재직했음도 다시 조명되어 의암공과 정주(제주)와의 인연을 더욱 북돋게 되었다.

이에 그동안 잊혀졌던 자신들의 선조 의암공의 발자취를 되찾게 된 후손들은 제주 대정현 청사부근의 안성리(安城里)에 비석을 세울 적지(適地)를 안성리 유지들의 동의하에 확정, 지난 2013년 7얼23일 관내 기관장, 유관단체장, 기타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대히 유적비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조상을 섬기고 추앙하는 전통은 인간이 지녀야 할 으뜸 덕목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문명시대는 자칫 그러한 정신적인 가치들을 간과 하거나 등한시 하게 만드는데 여흥민씨 의암공파 후손들은 뒤늦게나마 선조의 뿌리를 찾아 그 족적을 기리며 자손의 도리를 다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여흥민씨 의암공파종회는 이번 유적비 건립을 계기로 제주자치도 안성리 향민들과 자주 교류하고 상조하면서 상호간 세의(世誼)와 의암공파 선조들의 유덕을 길이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훌륭한 조상에 효심 가득한 후손들.
여흥민씨 의암공파의 무궁한 번성을 빈다.

▲유적비 제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