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요즘 '한국주간, 한국의 달' 분위기다. 한국, 한국인들만을 위한 이벤트들이 잇따른다. 게다가 워싱턴은 물론 지구촌을 움직이는 미국 최고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한국인들만을 위한 대규모 행사장을 직접 방문한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초대형 이벤트들이 7월 27일 워싱턴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1주일 전에는 미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한인들만 초청해 놓고 연방하원의원 10여명을 대거 출동시켜 한인들의 소리를 듣는 특별한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워싱턴에서 한국, 한국인들의 이미지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잇따른다. 반면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다시 불거지는 등 어두운 단면들도 드러나 상반된 한국인의 두 얼굴로 비춰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맞아 워싱턴에서 초대형 기념행사

7월 27일은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는 초대형 기념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워싱턴 디씨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참석한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미군 수뇌부들도 대거 참석한다.

얼마나 많은 군중이 운집할지는 불투명하지만 미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고 미 국방부가 직접 준비하고 지휘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은 5만4000명이 목숨을 잃고 10만여명이 부상당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그리고도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희생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국전쟁은 그래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려왔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노병들은 평균 연령 82세로 현재 5~6만명이 미국 내에 생존해 있다. 27일 기념식에는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했던 미군 노병들 3000명이 초청됐다.

얼마나 많은 노병들이 함께 할지는 알 수 없으나 미 국방부는 참석인원이 많게는 7000명에서 8000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 국방부 행사준비위원장인 데이비드 클락 육군대령은 "이번 행사는 연로한 노병들에게 대대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역사의 한장면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 10대 경제강국, 한류열풍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대규모 종전 기념행사를 갖는 측면도 있다.

미국인들은 미군들의 죽음을 값진 희생으로 평가받게 해준 한국의 성공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은 이제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1주일 전 미 공화당 하원은 최초로 한국인들만 연방의사당으로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엔 공화당 하원 서열 2위인 에릭 캔터 하원 대표, 서열 4위 캐씨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총회 의장,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위원장 등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한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공화당 하원의 이같은 행보는 이민자 표심잡기의 일환이지만 이들이 한국, 한국인, 미국 내 한인들을 얼마나 각별히 대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윤창중 인턴 여직원 성추행사건 다시 도마 위에

하지만 워싱턴에서 한인들의 모습이 그리 밝게만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잡한 모습이 다시 떠오르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시 안내하던 주미대사관 문화원 인턴을 성추행한 윤창중 사건은 워싱턴 디씨 경찰이 수사를 매듭짓고 연방검찰로 사건을 송치해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어 요즘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자된다.

윤창중 사건만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요즘 워싱턴 한인 사회에는 법정 소송이 잇따른다. 예전의 부동산 및 융자사기 사건으로 다수의 한인 변호사, 융자인, 부동산 업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고 있다.

FBI(연방수사국)와 워싱턴 지역경찰, 연방검사들과 판사 등 미 사법당국 지휘자들이 이같은 한국인들의 어두운 면을 접하고 나서 '두 얼굴의 한인들'로 보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