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남부지역을 틀어잡고 있다. 이렇게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시원한 물가나 낭만이 꿈틀거린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설레임과 멋을 두려움으로 만든 물의 공포 또한 휴가의 대명사처럼 매스컴을 오르내려 안타까움과 망설임에 몸을 사리게도 한다.

물이 있는 곳으로 캠프를 갔다가 발생한 7월 18일 공주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해병대캠프 실종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떤 사고든 터지고 난 후 점검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안전 불감증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실종되어 생명을 잃은 다섯 명의 청소년들은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꿈을 속절없이 꺾임당한 세상에서 무엇보다 귀한 꽃들이었다.

소중한 사람꽃이 그토록 허망하게 짓밟힌 현장은 허탈하고 섬뜩하기 그지없는 지옥이다.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집을 나선 자식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천금보다 더한 아들이 순식간에 영원히 눈을 감아버린 태안백사장은 공포의 바다였고, 살아남은 자들 가슴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짓눌림의 돌덩이를 얹어준 죽음의 시공이었다.

가혹한 형벌을 감당해야 할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보상이나 그 어떤 댓가로도 치유되지 않을 불행이다. 꿈을 펴지 못한 채 곁을 떠난 자식 못지않게 가슴앓이를 할 부모를 생각하면 자식을 둔 엄마로서 속이 쓰리고 아프다.

친구를 구하려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실종된 학생의 정의감과 인간애를 주최측에서 조금만 닮았었더라도, 돈보다도, 허영보다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생명이라는 것을 일부분만 헤아려 주었더라도 그토록 안전에 소홀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심층 깊이에서 꿈틀거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떨게 한다.

즐겁고 신나야 할 여름휴가가 안전수칙을 소홀히 하여 인명사고를 낳게 한 예는 생각 이상으로 많다. 소방방제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00여명에 가까운 생명이 물놀이 사고로 희생을 당했고, 대부분 7~8월에 일어난 여름철 수난사고(水難事故)라는 것이다.

물놀이를 하고,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자는 본래의 취지는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더구나 가정과 직장과 학교에서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가족과 함께 충전의 계기로 활용하자는 휴가의 목적은 들뜬 그리움으로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하루에도 6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날도 있다는 통계를 보면 여름휴가 문제는 새겨 담아 명심해야 할 실천과제다.

몇 해 전 시골에 사는 이웃이 부부동반 계모임에서 해수욕장을 택했다가 밤늦게 술을 마시고 느닷없이 수영을 하겠다고 물속에 뛰어든 남편이 생명을 빼앗긴 사고가 발생했다.

무모한 남편의 호기 때문에 가장을 잃은 고통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어 아내는 생활고를 못이겨 가출을 하고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맡겨졌으며, 조용하고 편하게 살던 할머니까지 고통을 받은 일은 날벼락 같은 불행일 수밖에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휴가가 원인이 되어 주변에서 아이를 잃거나 목숨을 날려버린 일은 많다. 언제나 불안한 요인들을 점검하고 깊이 주의를 하지 않으면 뜻밖의 큰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일들이다.

찜통열기와 불볕더위, 폭염에 전기절약정책까지 일상을 옥죄고 있어. 더위를 피할 탈출구로 여름휴가를 그립게 하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 비하면 크게 부자가 된 나라에서 성숙된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건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휴가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때다. 구태의연한 의례적 방법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남이 한다고 해서 덩달아 휩쓸려 동참하는 따라하기식 행동보다는 자존감을 키우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휴가문화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멋지고 개성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때다.

맑고 깨끗한 자연을 미안함도 없이 훼손하고, 냄새를 풍겨 고기를 구워 먹고, 세제를 풀어 설거지를 하고 음악소리를 쿵쾅거려 숲동물을 놀라게 하는 못난 행동은 이제 그만 삼가하여 부모의 행동을 보고 답습하는 자녀들이 더는 없게 해야 한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연환경을 조성하여 산과 호수와 달과 별과 야경과 바람을 즐기게 한 화순의 만연산 산책공원에 요즘 들어 텐트인구가 늘고 취사를 하는 몰지각 시민들이 생겨나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맑은 가슴하늘에 먹구름을 일게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규칙은 지켜야하고, 여러 사람의 행복은 존중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휴가철이 되면 서둘러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리미리 계획하여 알뜰하고 안전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굳이 휴가의 전부를 물에서 보내지 않더라도 역사유적지나 도서관을 돌아보고 체험활동계획을 세워 규모 있는 일정으로 함께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가족들의 개인적 사정과 경제적 형편과 시간적 여유 등을 고려하여 개성 있는 가정 나름의 휴가문화를 시도할 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이라는 가족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해오름의 달 1월에 계획을 세우고 매듭달인 12월에 삶의 무게감과 다채로움을 기준으로 점검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시도들이 차츰 늘어날수록 사람꽃인 우리들의 생명과 안전을 제일로 하는 즐겁고 유쾌한 휴가문화가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