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에서 당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 놓은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였다. 일종의 정치쇄신 방안으로 이야기됐던 정당공천제 폐지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최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와 민주당 '정당공천제찬반검토위원회'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방침을 밝혔다. 아직도 남은 절차와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양당의 내부 세력들이 있기는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전국적으로 높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영호남에서도 폐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2005년에 도입됐다. 이는 지방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도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민의의 왜곡을 막고, 지방 정치인과 소속 정당에 공동 책임을 물어 책임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제는 중앙당과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힘이 쏠려 공천 비리나, 지방정치의 예속화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또한 후보자가 아닌 정당만 보는 ‘묻지마 투표’로 호남과 영남에서는 1당 독점 구도를 심화시키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정치쇄신특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기초단체 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옳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 현실이 앞으로 개선된다면 꼭 폐지할 이유는 없다.”고 하면서 “한시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즉 일몰법을 적용해 한시적으로 폐지한 후 향후 3회(12년)의 선거 이후 당시의 정치현실을 감안해 다시 정하자는 것이다.

민주당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찬반검토위’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하였다. 민주당 검토위 김태일 위원장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으며, 공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 및 부패 문제로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 결론을 내렸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세력과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기는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폐지 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의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와 일관성을 볼 때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폐지를 주장해온 민주당의 황주홍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위 정당공천제’라는 반민주적 악법을 폐지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속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 꿀단지’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보호본능 때문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황주홍 의원은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써야 할 ‘돈과 시간, 충성심’을 공천권자들에게 바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은 마약 같은 이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단위 정당공천폐지를 국회에 맡겨둔 채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 우리 유권자, 국민이 선한 압력으로 정치권에 공약실천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며 “고사되어 가는 지방자치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돈과 시간과 충성심이 바른 방향으로 선순환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많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군수후보의 난립이 예상되기도 하고, 정치신인의 진입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왕적 국회의원의 구조가 지역 자치단체장이나 각 지역 군의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즉 국회의원과 군수 및 군의원의 관계설정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그렇지 않아도 ‘군수’를 해보겠다고 입지를 세운 사람들이 많은 화순에서 내년 선거는 다자간 대결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입지자들간 치열한 표계산 속에서 공천이 없는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입지자들 모두는 스스로 최고의 군숫감이기 때문에......

‘정당공천이 없어진 화순’ 화순의 대권은 누구 차지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