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시인

고향,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고원, 고토, 향토, 향촌, 농촌, 두메, 시골, 어떻게 부르던 자신의 태를 묻은 곳, 부모나 선산, 선조가 모여 살던 곳을 일컫는다.

그곳을 배경으로 하여 쓰여지는 문학을 향토문학, 농촌문학이라 제재상 분류하기도 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던 때는 수백 년 몇 대를 두고 혈족들이 대를 이어 농업에 종사하며 살던 곳 지금도 선산이 있고 노부모가 있고 생가가 있다면 그 고토와 연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 낙원상실과 함께 그 낙원으로부터 쫓겨났다는 종교적 신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농촌에서 태어난 자제는 고향을 떠나 도시공부 유학의 길에서 인생이 시작되듯 모든 사람은 실낙원의 후예일 것이다. 농촌인구, 선진국은 10% 미만이듯 우리나라도 농촌해체와 도시이농 현상은 고향상실로 이어진다.

경기도 서울에가 인구의 태반이 모여 농촌의 실향족들이 도시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 결과 고향 즉 농촌에는 거의 노인들만 남고 극소수의 기업농이나, 원예작물 쌀농사 등 단작농업에 의한 명맥유지 현상이 고작이다. 일제시대 제국주의가 농촌침략을 통해 그 식민정책을 감행했듯 지금도 도시의 식민지 역할 다름 아닌 그의 자급자족의 존립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옛날에 금융조합이 하던 일을 농협이 맡았다면 억지일까. 빚더미 고향, 사람들이 일 년에 몇 번이나 다녀갈까. 아들딸들이 버린 고향은 여위어 가고 뻐꾹새는 철마다 찾아오지만 양파 몇 트럭을 팔아야 서울 쪽 대학의 등록금이 될까. 지구촌 운운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주 가기보다 더 멀어진 고향, ⌜타향살이⌟나 ⌜고향의 봄⌟⌜비 내리는 고모령⌟⌜비 내리는 호남선⌟ 노래는 곧잘 들려오지만 이제 고향은 노래 속에나 남아있지 사람들의 곡진한 삶 속에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잊혀져 가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경제기반이나 문화적 소외는 어떠한가. 지방자치제를 시작하고 그 균등한 발전을 위한 정책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이젠 중단상태, 그 격차는 날로달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양로원 같은 형태의 농촌 고토에는 그 노동력이 없듯이 소득이나 경제적 기반이 약화되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과거엔 향토문학이라 하여 아름다운 전원문학 창조의 산실이 되고 명작이 지어지기도 했지만 직업이나 출세의 길을 따라 모두 다 고향을 떠나니, 조상의 무덤만 남은 고향, 봄이면 뻐꾸기나 울고 까막까치 우지짖는 쓸쓸한 고장으로 낙후하고 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꾹새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먼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릴 때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1930년대 일제치하, 피폐한 고향을 두고 탄식한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란 시이다. 광복 후 설탕가루 3만배 먹고 수출대국 20위 안에 든다는 고소득의 시대, 지금도 고향엔 늙은이만 남아 낙후한 농촌, 흥부만 남은 고향엔 이젠 박씨 물고 찾아올 제비마저 소식이 끊겼는지 모른다.

고향상실 시대, 농약 내 진동하는 들판 위엔 올해도 풍년인가 흉년인가, 목이메인 노래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