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림사 독서기 비

유네스코에서 2012년의 기념인물로 루소, 헤르만 헤세, 드비쉬,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을 지정했다. 다산 정약용은 “매우 중요한 한국의 철학자로서 그의 업적과 사상은 한국 사회와 농업의 발달, 정치구조의 현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또한, 위당 정인보 선생도 다산을 가리켜 ‘다산 1인의 연구가 곧 조선의 역사연구이며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라고 찬탄했다. (정찬주 소설 ‘다산의 사랑’ 中)

다산 정약용은 1777년(정조 1년) 부친 정재원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하여 16~17세 때 서석산과 물염정 적벽을 유람하며 유서석산기(遊瑞石山記), 물염정기(勿染亭記)를 남기고 만연사 동쪽에 있는 동림암에서 그의 형 손암 정약전과 독서하며 ‘동림사독서기(東林寺讀書記)’를 남겼다. 화순의 절경을 유람하며 호연기지를 길렀던 청년 다산 정약용은 동림사에서 맛본 독서의 즐거움을 시작으로 훗날 기백 권의 책을 저술하기에 이른다. 훗날 강진으로 유배를 가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하며 실학을 집대성하였는데 그 모태가 된 곳이 바로 화순이다.

「茶山詩文集」 에 수록된 ‘遊赤壁 亭子’ 다산의 시
해맑은 가을 모래 오솔길이 뻗었는데
동문의 푸른산은 구름이 피어날 듯
새벽녘 시냇물엔 연지빛이 잠기었고
깨끗한 돌벼랑은 비단무늬 흔들린다
수령의 한가한 놀이 누가 흥취 즐기나
시골사람 무리지어 밭 갈고 낚시하네
사랑하다 고운 산수 외진 곳에 자리잡아
명성 흘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오
구름 시내 여러 번 꺾어진 끝에
아련히 외론정자 눈에 들어와
붉은 돌 노을 기운 어리어 있고
푸른 숲엔 새들이 날아 내리네
옷을 건 바람 난간 훤히 트였고
뱃줄 맨 곳 물풀 꽃 향기롭기만
돌아가는 길목에 눈 들어 보니
산봉우리 저 위에 별이 하나 둘

요순시대를 꿈꾸던 17살 다산 정약용, 화순에서의 방대한 독서는 훗날 기백 권의 책을 집필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다산학의 태동 산실이며 형 손암 정약전과 밤새 담소를 나누며 요순시대를 향한 희망을 키웠던 동림사는 풍부한 독서량의 모태이며 다산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동림사에 책 보따리를 풀고 계곡의 살얼음 물에 얼굴을 씻으며 밤새워 책을 읽으며 요순시대를 꿈꾸던 형제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한번 해보자’ 의기투합 했다.

“동림사에서 보낸 사십 일 동안의 한겨울 독서가 요순시대의 천도(天道)가 펼쳐지는 데 한 줌이라도 밑거름이 된다면 이보다 더 즐겁고 기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
“아우 말대로 백성들 모두가 살 만한 태평의 시대가 올까? 그런 세상이 온다면 한겨울 내내 졸음을 물리쳐 가며 독서한 화순 땅에 우리가 남긴 흔적을 뒷사람들은 반드시 기억해 줄걸세.” (정찬주 소설 ‘다산의 사랑’ 中 '유람과 독서')

다산과 화순의 소중한 인연으로, 만연사 앞 동쪽에 자리한 작은 암자 동림암은 북한에서 발간한 ‘다산의 이력’에서도 그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적으로 발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또한, “與猶堂集”에 동림암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으며 “다산연보”에 나오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찾은 동림사는 다산의 소중한 유적지임에도 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다산의 발자취를 찾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렇듯 소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빨리 동림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동림사를 발굴해 중요한 자료로 후손에 계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다산 정약용선생 독서기비는 화순읍 동구리 동림사입로(東林寺入路) 옆에 있다.
동림사에 대한 기록은 1913년 출간된 『신중오성지』 『사찰』 편 ‘만연사’에 보면 만연사의 동쪽에 있는 암자라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 동림사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 독서기비를 사랑하는 강동원선생

▶ 동림사입로 표지석

▶ 흔적없이 사라진 동림사 옛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