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대웅전

연일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봄의 중심으로 빠져든다. 봄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푸름이 짙게 드리워진 산자락의 구불구불한 밭이랑을 따라 농부의 희망이 자라고 있다. 화순읍 동구리 아름다운 풍광을 동경하며 만연사(萬淵寺)를 찾아갔다. 화순읍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만연사는 군민의 안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늘씬하게 하늘 높이 솟아있는 전나무가 일주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전라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전나무는 진각국사 혜심이 심었다고 전해온다. 돌계단을 따라 경내에 오르니 아름다운 만연사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아름답고 조용한 산사에 염불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대웅전 옆 배롱나무에 아름다운 연화가 매달려있고 뒤안길 언덕에 연둣빛 불두화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창건설화(創建說話)
작고 아담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만연사는 13세기 초 만연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만연(萬淵)이 광주 무등산 원효사(元曉寺)에서 수도를 마치고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에 현재의 절 부근에서 잠시 쉬다 잠이 들었다. 꿈에 십육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시려고 불사(佛事)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꿈에서 깨어 주위를 돌아보니, 주변이 온통 눈밭인데 자신이 누웠던 자리만 눈이 녹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신비롭게 여겨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다가 절을 세웠다고 한다.

긴 세월만큼 많은 시련을 견뎌내며 세상을 품어온 만연사
창건 이후 한때는, 대웅전과 시왕전·나한전 등의 전각을 비롯하여 승당·선당 등 많은 건물이 있었고,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의 사리를 모셔 둔 사리각이 있었다고 한다. 『 창의일지(倡義日誌)』에 따르면, 병자호란 때는 군사들에게 부식과 종이를 대주던 사찰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대웅전은 목조삼존불상과 산신상을 비롯하여 칠성탱화·산신탱화·천룡탱화 등의 탱화와 동종이 있다. 유물로는 1783년(정조 7) 3월 영산회상도로 제작되었다는 괘불이 있다. 이밖에 일주문 앞 전라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전나무는 조계산 수선사 주지로 있던 진각국사 혜심(慧諶: 1178∼1234)이 심었다고 한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부친이 화순 현감으로 부임하던 때에 만연사 동림암에 거처한 적이 있으며, 구한말에는 명창(名唱)들이 수학하던 곳으로 당시 국창(國唱)으로 불리던 이동백과 이날치가 이곳에서 창을 공부하였고, 정광수와 임방울 등 명창들의 소리가 만들어진 곳이었다. 6·25전쟁 때 모든 건물이 불에 타 없어져 1978년 철안(澈眼)이 중창한 뒤 불사를 계속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만연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적지이기도 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항거한 화순군민들이 화순경찰서 무기고에서 옮겨온 300여 점의 무기를 이곳에 숨겨두기도 했다.

많은 시련을 견뎌내며 세상을 품어온 아름다운 만연사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이 느껴진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연사는 오감길과 만연산, 무등산을 따라 세상과 소통의 한가운데 서 있다.

▶ 신비로운 만연사

▶ 일주문 앞을 지켜온 전나무

▶ 민중의 소원을 담은 연등

▶ 세속의 갈증을 적셔주는 약수

▶ 대웅전 뒤 탐스러운 불두화

▶ 세상과 소통하는 낮은 담장

▶ 하늘과 바람과 별의 소식을 전하는 풍경

▶ 가지런히 기다리는 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