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순 회장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우연(偶然)이든 필연(必然)이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이 그냥 스쳐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처음 보았는데도 아주 오래 된 지기(知己)처럼 느껴지는가 하면 아무리 만나도 언제나 낯선, 정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인터뷰 목적이 아니고 우연히 만난, 30여년 사회단체장직을 맡아 온 나 순회장에게는 , 자칫 권위의식에 사로잡힐 수도 있는 여성단체 회장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정겨운 이웃같이 다정하고 스스럼 없다.

처음 만난 이에게도 나회장 특유의 진심이 느껴지는 친화력은, 어쩌면 화순 13개 읍면을 대표하는 한국자유총연맹 화순군지회 여성회장직책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전남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나회장의, 많은 회원들을 아우르고 이끌어갈 수 있는 있는, 응집력(凝集力)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미 나회장의 리더쉽은, 25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회장 부군(夫君)이 근무하던 화순광업소 시절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당시 화순광업소부인회장직을 맡고 있던 나회장은 화순광업소 관사에 거주하던 광업소 직원 부인들과 함께 망중한(忙中閑)을 이용하여 텃밭에 고추하우스(house)재배를 하였다.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는 나회장은 부인회원들과도 우호적인관계를 유지하면서 고추재배해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부인회기금을 조성하고 광업소 가족들 복지향상에 기여하여 화순광업소 측으로 부터 공로패도 수여받았다.

나회장은 자신의 사회성은 처녀시절부터 경영에 몸담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천성이 외로움을 싫어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사람 속에 서면 신명이 난다고 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1949년생인 나회장은, 유능한 젊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자신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은 여성단체회장직에 부여된 업무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며 사회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면 종교에 귀의하여 여생을 조용하게 사회봉사(奉仕) 연장선상에서 일하며 보낼 것이라 말한다.

나회장과의 대화를 마치는 기자에게 문득 '천상병' 의 ‘다음’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다음

천상병

머잖아
북악(北岳)에서 바람이 불고
눈을 날리며 겨울이 온다.

그날,
눈 오는 날에
하얗게 덮인 서울의 거리를
나는 봄이 그리워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이러한 ‘다음’이 있었다.

이 새벽.
이 ‘다음.’
이 절대(絶對)한 불가항력(不可抗力)을
나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내일,
나의 느린 걸음은
불보다도 더 뜨거운 것으로 변(變)하여

나의 희망은
노도(怒濤) 보다도 바다의 전부(全部) 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를, 이 세계에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음’은,
눈 오는 날의 서울의 거리는,
나의 세계의 바다로 가는 길이다.

다음, 다음의 연속인 인간들의 세월
평생을, 앞장서서 사회활동하며 드러나는 봉사를 해왔다면 이제는 뒷전으로 물러나 보이지 않는 ‘돌봄’역할을 하며 살아가겠다는 나 회장의 앞으로의 인생여정(人生旅程)이 나회장의 이름처럼 ‘순탄(順坦)’하게 펼쳐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