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위의 환산정

차창 밖으로 봄내음이 피어난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철쭉과 산자락을 수놓은 진달래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화순읍 뒷길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면 넉넉하게 잠긴 서성저수지가 반겨 맞는다. 저수지 가운데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로운 작은 섬에 환상적인 정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반짇고리와 같은 환산의 형국을 이룬 곳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용맹을 자제했던 백천공류함(百泉公柳涵)의 혼이 담긴 환산정은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화순군 향토 문화유산 제35호로 지정된 환산정은 조선조 병자호란 때 백천 류함이 화순의병과 함께 청주까지 진격하였으나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의 가슴 아픈 현실에 통곡하며 은거 생활을 위해 지은 정자다.

화순군 동면 서성리 산 깊숙이 숨어있는 환산정은 17세기에 세워졌다. 무등산의 맑은 물이 흘러들어 물빛과 하늘빛이 어우러진 환산정은 물 위에 비친 반영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며 환산정에 들러보자. 좁은 길을 따라 잔잔한 물살 위로 춤추듯 어우러지는 환산정의 반영에 마음도 따라 춤춘다. 저수지 안에 위치해 있어 호수 위의 작은 정원처럼 보이며 산수가 뛰어나고 앞쪽에 펼쳐진 서암산의 적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창방에 현자들의 원운 등 많은 편액이 걸려 있어 예향 화순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선 시대 화순 정자의 전형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환산정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환산정의 고요함을 지키고 있고 벚꽃과 돌계단이 현대와 과거를 이어준다.

『정변에 백길 노송(老松)은 세한(歲寒)에도 꿋꿋하고 고된 풍상에 구불구불 누운 가지에 밤마다 달이 머물고 학의 울음과 맑은 바람 소리는 백장의 시흥을 꼬득인다. 늦가을 황국(黃菊)은 찬이슬 머금었고 달 아래 서리 엉기어도 삼추의 향이 그윽하니 도연명과 굴원이 즐기던 시구를 노래 부르게 한다. 당시 심은 국화는 연연히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노인이 가꾼 소나무는 연륜을 더해도 더욱 푸르르네』 (환산정 중건상량문 中)

환산정은 우뚝 서 있는 서암산 적벽과 먼발치에 마주 보며 서로의 아름다움에 시샘하는 듯 비경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경치에 많은 탐방객이 즐겨 찾는 환산정은 정신문화를 키워가는 곳이며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물 그늘의 신비로움과 편안함이 함께하는 환산정에 탐방객이 늘고 있어 대형주차장 확보와 편의시설 마련 등 시급한 과제도 많다. 연초록의 신록과 순백색의 벚꽃이 환산정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문화류씨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는 환산정은 소박하게 살아온 조상의 충절을 기리고 있다. 탐방객들도 백천공류함(百泉公柳涵)선생의 충절의 정신을 느끼고 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청헌(淸(軒) 류정훈(柳貞勳) 총무는 풍류를 즐기던 곳이 아닌 충절이 싹을 틔운 곳이라고 강조하며 소나무의 모습을 보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말한다. 환산정은 조상의 숨결이 느껴지는 위대한 유산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강조하며 조상의 희생 봉사가 오늘의 우리를 남겼고 시대는 흘러도 정신은 남아있다고 이야기한다.

▶ 환산정 입구

▶ 환산정 노송

▶ 환산정입구 벗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