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의 영벽정

강태공의 빈 낚싯바늘에 봄이 낚여 올라온다
철교 위를 내달리는 기차 소리가 영벽정을 스치고 멀리 날아간다. 봄바람 따라 물살이 흔들리고 물길 따라 구름이 흘러간다. 봄을 기다리던 꽃눈들이 저마다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세상의 모든 여백을 수놓고 있다. 강바닥에 뿌리내리고 굽이굽이 오랜 세월 지내온 고목이 어김없이 부드러운 초록 잎을 내밀고 있다. 맑게 비치는 강물 속 반짝이는 물결이 강태공을 유혹한다. 강태공의 빈 낚싯바늘에 봄이 낚여 올라온다.
계절 따라 그 아름다움을 달리한다는 연주산의 경치가 지석강의 푸른 물결 위로 비춘다. 옛사람들은 산과 강이 만드는 절경 위에 정자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연주산의 경치가 맑은 지석강물에 투영되어 운치 있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영벽정(映碧亭), 영벽상천’이라 하여 능주8경 가운데 하나다. 영벽정은 2층 팔작지붕으로 기와를 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으로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지석강 물가에 있다. 정자 내부를 병풍 두르듯 가득 채우는 현판들은 모두 정자의 아름다움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노래하는 오랜 글귀들이다. 아름다운 봄날 영벽정 난간에 앉아 지석강물에 연주산이 투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옛 선비들의 풍류를 한번 읊어보자.

영벽정에 부쳐
연주산에 뜬 쟁반 같은 달이여
바람 잠든 수풀에는 이슬만 차갑구나
하늘에 가득한 뭉게구름 모두 지나가고
태평세월에 병영의 초소 찾아 무엇하랴
일 년에 중추가 제일 좋은 줄 이제야 알랴만
나그네의 이 밤이 이토록 즐거운 줄 그 뉘가 알리
우리는 이제부터 서쪽 바다로 갈 것인데
손가락 끝으로 개꼬막 까먹을 일뿐이로구나 (佔畢濟 金宗直의 詩文)

햇볕 따뜻한 봄날 단청은 비바람에 바라고, 오랜 시간 속 문객의 사색이 낡은 창방에 단정히 걸려있다. 물버들잎 푸르고 늘어진 가지는 수면으로 날아들어 물속을 헤매는 구름과 춤추듯 흘러간다. 아득한 겨울지나 가지 끝에 빼꼼히 봄이 돋아나고 푸른 잎 만개하는 여름을 지나 가을날의 추억을 떨구며 다시 새봄을 준비하리라.

▶ 봄의 유혹

▶ 봄날의 지석강

▶ 고목에 담긴 봄

▶ 봄을 낚는 강태공

▶ 영벽정을 스쳐가는 철교

▶ 지석강을 동경하는 풀꽃

▶ 잔잔한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