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 아동문학가

동심(童心)을 지닌 사람의 눈빛은 파아란 하늘을 닮아있다.
어린이 마음으로 사는 사람 목소리에서는 맑은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고향 화순도곡신덕리를 사랑하며, 지금도 고향에서 노모(老母)와 함께 어린 시절 꿈꾸었던 희망을 꽃피우며 살아가는 정영기 아동문학가.
다음날은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고가 있던, 하늘빛이 연회색이던 날, 기자는 화순도곡신덕리에서 푸른 하늘을 만나고 왔다.

▲정작가 의 도곡자택

■정영기 아동문학가

정작가가 아동문학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대외적(對外的)면에서는 주변에 화순출신 문학가들이 많았고, 구체적인 영향은 교회 주일학교 ‘반사(班師)’활동 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동화(童話)구연(口演)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이들 수준에 맞는 동화를 정작가 자신이 직접 창작(創作)해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정작가는 월간지(月刊)지 ‘기독교교육’의 ‘동화공모전’에 투고(投稿)하면서 등단(登壇)하게 된다.

정작가는, 1989년 전남 완도 청산도(靑山島)학교 근무시절, 더욱 다듬어진 필력(筆力)으로 한국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아동문학’에 ‘청소부와 사장님’으로 소년소설에 당선, 재등단(再登壇) 길에 오른다.

▲정작가의 신앙생활 터전 신덕교회

■정작가의 화순도곡신덕리 추억

정작가의 고향 추억은 각별하다.

지금의, 정작가 시골집 담 넘어 위치한 신덕교회에서 ‘반사’하던 정작가는 크리스마스(Christmas) 이브(Eve)에 아동들 연극지도 하면서 눈 쌓인 밤길을 새벽에 찬송가 부르며 돌던 기억과, 그 때보다 한참 어린 시절 교회 신축할 때 주일학교 다니면서 고개 넘어 천덕리 냇가에 가서 돌을 주워 나르던 추억들을, 지금도 보석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쉽게 잊고 잊혀지는 게 추억인데 소중한 유년시절과 젊은 날의 기억들을 지금도 마음 한 켠에 잘 보관하는 정작가 마음이, 기자는 참으로 반갑다.

▲유년시절 꽃을 좋아했던 꿈을 심는 정작가의 정원-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다.

■정작가 살아 온 날들의 편린(片鱗)

지금의 정작가 은발(銀髮)은 40대 후반에도 같았다 한다.

당시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정작가는 서울행 버스를 탔는데 버스 옆자리에 동석한 여인의 아이가 계속 보채고 울어서 정작가는 아이가 옷을 너무 겹쳐 입은 탓으로 그런 거라 여겨 아이엄마에게 아이를 달라고 해서 아이 옷을 벗겨주고 정작가 자신이 가진 만년필로 장난감놀이를 하다 보니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엄마에게 돌아간 아이가 다시 보채기 시작하자 정작가는 아이를 안고 창밖 구경을 시켜주며 말을 거니 아이가 울음을 멈추었는데, 나중에 강남터미널에 도착하여 내릴 때 그 아이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아이와 함께 ‘할아버지 빠이~빠이’ 하더란다. 아직 장년(壯年)인 정작가에게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순간 당황했다며 웃는다.

보이는 대로 상대방 삶의 나이를 유추(類推)하는 데는 누구도 탓할 수 없으리라,,,

▲마당 한구석에 핀 예쁜할미꽃-정작가는 질곡의 삶을 그대로 안고 있는 할미꽃이 예쁘지 않냐며 기자에게 묻는다.

■정작가의 작품세계

정작가는 자신의 작품은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표방(標榜)하는 것이라 한다.
작가의 작품 ‘짱아 짱아 예쁜 짱아’는 정작가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반추(反芻)한 작품이라 한다.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는 날개 단 잠자리가 되기 위해 3년째 물속에서 고통 속에 산다.
지느러미도 꼬리도 없는 애벌레가 물속에서 산다고 피라미나 붕어들이 놀려대는데도 학배기는 돌 틈이나 수초 속에 숨으면서 ‘학배기는 나중에 조상(祖上)인 잠자리처럼 천사가 된다’는 ‘한 가지 희망’을 안고 견뎌낸다. 이런 학배기를 보며 피라미는 ‘네가 천사가 되면 나는 용이 되겠다.’ 하며 학배기를 놀리는데, 3년째 되던 해 학배기는 수초 잎을 타고 수면위로 오르면서 처음 보는 햇볕이 너무 따갑게 느껴지지만 학배기는 다시 물속으로는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다. 그 때 갑자기 등에서 날개가 돋으며 학배기는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대략 이렇게 요약되는 ‘짱아 짱아 예쁜 짱아’는, 물고기들이 밤이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이유가, 학배기가 잠자리되어 날아가는 걸 목격한 물고기들이 하늘로 오르고 싶어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용(龍)’으로 다시 태어난 정작가

스스로, 평생 ‘이무기’의 삶을 살았다고 자평(自評)한 정작가는 1999년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이무기의 삶을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작가로서 살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평생을 걸어서 초등학교 ‘평교사(平敎師)로 정년을 맞이하고, 어린 시절 부터 열심히 신앙생활 했지만 ‘장로(長老)’도 못한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이제는 아동문학가로서 후학들에게 자신의 긍지(肯志)를 심어주고, 정작가 자신이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이야기로 전해 주고 싶다고 한다.

▲도곡신덕리에 핀 홍매화

■정작가의 남은 날들의 소망

작년 2012년 한해 쉬면서 정작가는 침체된 자신을 느꼈다면서 2013년도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 열심히 일하겠다는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한다.

현재 정작가는 목사(牧使)고을 능주(綾州)를 중심으로 한 전설집(傳說集)을 집필 중에 있으며 올해 출간계획을 갖고 있고, 간간이 쓴 시(詩)를 모은 시집도 한 권 편찬하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말한다.

인터뷰 내내 기자에게 유년시절 추억을 일깨워주는 정영기아동문학가.

떠나올 때, 회색빛으로 낮게 드리운 화순도곡신덕리 하늘 저 편에 푸른 하늘이 보였던 건 착시현상(錯視現象)일까? 아니면 기자의 영혼이 맑아져서 일까...?

▲정작가의 서재

▲정작가의 영혼이 머무는 화순도곡신덕리의 하늘

정영기작가:010.3615.4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