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종운 소장

사람들은 자기와 관련된 일인데도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골치 아픈 일이라면 나와 무관하다며 방치해 둔다. 복잡하고 귀찮은 일은 일단 뒤로 밀치어 두고 싶은게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그러다가 탈이 난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법이다. 밥 때를 놓치면 과식하게 되고 위장에 탈이 난다. 공부도 남들 할 때 하지 않고 뒤늦게 하다보면 따라가기도 바쁘다. 공부도 때가 있고 건강도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일을 성취하기도 원상대로 되돌리기도 어렵게 된다.

소송에서도 시효라는 제도가 있다. 예컨대 대여금, 약정금은 10년, 물품대금, 공사대금, 임금은 3년, 노임, 음식료, 숙박료, 수업료는 1년이라는 기간 내에 가압류를 해놓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시효가 지나 설령 상대방에게 돈이 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받아 내기가 곤란해진다.

우리 지역에도 순박하고 착한 주민들이 많다. 상대방이 언젠가는 알아서 주겠지 하고 몇 년간을 방치해 두었다가 시효가 지나서야 돈 받을 방법이 없는가 하고 발걸음 하시는 분들이 꽤 많고, 소송이 들어왔음에도 그거 내가 갚을 돈도 아닌데 무슨 소송이야 하면서 내버려 두었다가 집에 경매가 들어오고 난리법석이 난뒤에야 이게 뭔 일인가 하고 속이 타서 공단 문을 두드리는 분들도 더러 있다.

때에 맞추어 일을 처리해놓지 않거나 적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내기도 절기에 맞춰서 해야 하고 씨도 제철에 뿌려야 수확을 기약할 수 있다.

필자는 가끔씩 게임에 익숙한 민원인에게는 자칭 명명한 ‘테트리스 이론’을 설명해 드린다. 테트리스는 벽돌깨기 게임인데, 벽돌이 바닥에만 쌓여 있는 단계에서는 쉽게 깨뜨릴 수 있지만 중간 정도까지 쌓이게 되면 손이 바쁘게 움직여야 깰 수 있고 거의 턱밑까지 차오르게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Game-Out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어떤 일이든 시간 있을 때, 여유 있을 때 미리미리 방비해 두지 않으면 다급함이 오게 마련이고 그나마 제때 손쓰지 않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비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모르면 물어보는 것이다. 자존심 때문에,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창피해서, 혹은 내 수준이 들통날까봐, 내가 저 사람한테 물어보면서까지 살아야 하느냐는 알량한 소심함 때문에 잘 알지도 모르면서 대책도 없이 방치해 두는 것이 문제다.

병도 소문을 내야 낫게 해 줄 의사를 찾을 수 있고, 고민도 털어놔야 해결할 전문가를 찾을 수 있다. 모르면 세살 먹은 애한테도 물어보아야 한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모른데도 물어보지 않는 것이 죄라면 죄다. 물어보는 것은 힘이 되어서 돌아온다.

나 혼자 알려면 10년 걸릴 것이 남한테 물어보면 한 두 시간이면 된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물어봐서는 아니된다. 최대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물어보아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답을 얻어낼 수 있다.

물어볼 전문가를 미리 파악해 두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생활의 지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미리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막상 병들었을 때, 소송이 들어왔을 때 그때서야 유명한 의사가 누구인지, 법률전문가 어디 있는지 찾아 헤메다보면 실기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우리 지역에도 산야채 등을 이용한 전통 발효산업의 클러스터(cluster) 조성을 목표로 최근 설립된 ‘바리오 화순’(대표이사 김창호)이라는 회사가 있다. ‘발효’를 테마로 하여 전국을 판매망으로 한다는데, 화순지역의 특성에 맞는 유망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콩 발효식품과 술, 김치, 젓갈, 식초, 차 등의 저장 발효식품에 관심이 있는 농가들은 이러한 회사가 우리 지역에 있음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옛 노래에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을 요즘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면 젊어서 실컷 놀아라는 소리가 아니라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운동도 하고 몸 관리도 열심히 해서 건강을 챙겨놓아야 늙었을 때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육체적인 것 못지않게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다. 세상을 긍정적이고 밝게 보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 세상은 투영된다. 빨간 안경으로 보면 세상이 온통 빨갛게 보이고 파란알로 보면 파랗게 보이기 마련이다. 세상은 그대로 있다. 내 마음을 맑게 닦아 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세월은 과거에 밀려 앞으로 나아간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미래의 내 모습의 투영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맛있는 밥 사드리고, 가까운 친구들과도 시간을 쪼개어 보다 더 자주 만나고, 멀리 있는 지인에게도 바쁜 틈이나마 가끔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마음가짐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여유있게 만든다. 때를 놓치면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장종운: 010-7618-2959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전문상담관․법원조정위원․법서작가

<컬럼 필진>
1. 김창호 바리오화순 대표, 2. 장종운 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지희망연대공동대표,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염낙귀 세무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지원센터장, 12. 배동기 화순군 총상가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