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수)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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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寒泉) 취재를 마치고, 휴일이라 느긋한 마음에 지난겨울 쌍봉천 살얼음 아래로 흐르던 맑은 시냇물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 이양 쌍봉으로 길을 잡았다.
차창 열고 슝~슝~ 봄바람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매우 상쾌했고, 운전 중 살금살금하는, 곁눈질에 포착되는 길가 겨울나무가지 새순들을 보니, 아직은 일광 속에 한기(寒氣)가 남아있지만, 이미 자연은 봄의 한가운데로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는 게 보여 지고 느껴졌다.
이런 날은 ‘봄의 대중(大衆)적인 고전(古典)음악’ 비발디(Antonio Vivaldi)의 사계(四季) 중 ‘봄’을 들으면 제격인데 준비 못한 아쉬움을 달래다 보니 어느새 쌍봉리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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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천’에서
예로부터 의(義)를 중시한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의 숨결이 흐르고 있는 쌍봉리의, 지석천(砥石川) 원류(源流), 쌍봉천은 이제나 저제나 고매(高邁)한 학자의 영혼(靈魂)을 담고 투명하게 흘러가고 있다.
봄나물 같은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난 쌍봉천 둔덕에 잠시 앉아, 살아생전 의리(義理)를 지키고 세상 떠나서도 후세들에게 귀감(龜鑑)이 되고 있는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와 양팽손의 아름다운 우정을 떠올려 보며, 나도 모르게, 흘러갔으나 흘러가지 않은 옛 사랑. 그 개여울에 남아있는 사랑을 노래한 김소월(金素月) 작시의 ‘개여울’ 노래를 나직하게 불러본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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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Peak 농장’을 찾아
쌍봉천을 옆으로 끼면서 아직은 나목인 이팝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증리에 위치한 블루베리‘Twin Peak 농장’을 찾았다. 거의 달포 만에 다시 찾은 쌍봉천으로 유입되는 쌍봉농장의 개울은 역시 여전히 맑았고 물속에선 피래미들이 봄맞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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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부지런한 농장주인 양동욱블루베리회장 부부는 전지와 풀 뽑는 작업을 하느라 바쁘시다. 지난번 방문 시엔 앙상하기만 하던 블루베리 나무에 새순이 앙증맞게 돋고 있었고 녹비작물인 ‘헤어리 베치’와 ‘호밀’도 푸르게 자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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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장은 블루베리나무는 이‧삼년마다 한번 씩 전지를 해주어야만 나무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좋은 열매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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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장은 블루베리를 수확하게 되면 블루베리협회차원에서 저온저장고가 시급하다고 하며, 저온저장고 설치비용이 농민들에게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군(郡)에서 저장고를 지어주면 모든 블루베리작목반 회원들이 임대료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다며 군의 관심과 지원을 바라고 있다.
“모레 품 얻어 전지작업과 김매기를 하려는데 비가 온다고 하네.”
근심어린 양회장부부의 말을 들으며, 더 이상 기자가 농장에 지체하면 방해가 될 거 같아 다음을 기약하며 농장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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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복잡한 사연들을 오늘도 무심하게 흐르는 쌍.봉.개.울에 띄워 보내고 있는 화순이양 쌍봉리.
시름없이 그렇게 깊어가는 '쌍봉의 봄'을 뒤로한 채, 다시 슝~슝~액셀러레이터 밟으며 화순읍내로 돌아와 '봄나들이'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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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