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경 센터장

갓난아기는 자기 인식이 없어서 자기가 다른 사람과 구별된 별개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거울을 보아도 그것이 자기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아기를 보는 것처럼 반응한다. 이러한 갓난아기들에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울은 다름 아닌 부모다.

부모가 웃어주면 아기는 자신이 기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부모가 안고 달래주면 아기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배운다. 울 때 부모가 반응을 보여주면 아기는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안아주지도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달래주기도 않고 사랑해주지도 않는다면 아기는 무력감을 배울 것이고, 자신을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좀 더 자라게 되면 조금씩 자기 인식이 생겨난다. 자신이 부모와 분리된 별개의 자율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이 단계 동안 아이는 자신이 홀로 나아가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과 부모 사이를 끊임없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이것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아이는 뭔가를 만지려고 다가가다가 그 다음에는 반드시 부모의 반응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 특히 부모의 얼굴 표정과 몸짓, 말투를 살핀다. 아이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아이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이 거울들이 웃고 있으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 좋게 느끼고, 이 거울들이 찌푸리고 있으면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가 좀 더 자라게 되면 부모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에게 거울로 작용한다.

이를 테면, 부모가 과잉보호하면 아이는 자신을 무능하다고 여기게 되고, 부모가 지나치게 통제하면 아이는 자신을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렇듯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결론짓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아이의 몸짓과 표정이 사랑스러워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부모들은 이러한 사랑이 솟구치지도, 아이를 돌보고 보호해주고 싶은 강한 본능을 느끼지도 않는다. 아무런 느낌이 없기도 하고, 오히려 커다란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를 안아주고 필요한 음식을 먹이기는 하지만, 눈길은 딴 곳을 향하고 있거나 다른 일에 마음을 쏟고 있기가 쉽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필요한 사랑이나 관심, 공감적 반응을 받지 못한 채 자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에 학대받거나 방치당한 경험이 있을 경우 자기 아이에게도 똑같이 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공감해주는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공감을 보여야 할지 모르게 된다. 한편 아빠한테 심하게 비난받거나 수치를 당하며 자란 아이는 아빠가 되었을 때 자신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시하여 어렸을 때 자신이 당한 대로 아이에게 똑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부모라는 거울은 아이의 자기상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온전한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인격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갓난아기 시절과 유아기 그리고 아동기에 참된 수용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나를 진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구나” “부모의 눈에 나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부모라는 거울은 아이의 자기상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부모만이 거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선생님, 친구들을 비롯해 아이가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이에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중요한 사람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결정하려면 필연적으로 부모라는 거울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부모의 시작은 부모 자신의 치유부터 시작된다. 나의 부모가 보여준 왜곡된 거울이 아닌,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일그러진 자기상을 바르게 고치고, 마음속 비판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수치심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에서 발췌한 글임.

이다경 청소년복지상담센터장

<컬럼 필진>
1. 김창호 화순리조트 대표, 2. 장종운 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지희망연대공동대표,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염낙귀 세무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지원센터장, 12. 배동기 화순군 총상가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