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앞에 선 손봉채 화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예술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화가 손봉채.
광덕리 ‘토끼 소년사장’에서 ‘세계적인 입체회화 화가’가 되기까지 47년 그의 인생여정은 한 편의 영화 같다.

■인간 손봉채

화순광덕리가 고향인 화가는 화순초등학교 2학년 다니던 시절 토끼 2마리를 키우기 시작하여 ‘저축왕’과 ‘토끼사장’이 되었다. 하교(下校)후엔 광덕리 산과 들을 헤매며 토끼밥 ‘깔’을 베었는데, 토끼가 300여 마리를 넘으면서 부터는 많은 토끼 밥을 감당하기 힘들어 광덕리 동네친구들이 ‘깔’ 한 포대 베어오면 토끼새끼 한 마리씩 분양해주어 당시 광덕리 사는 어린이들은 거의 토끼를 키웠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토끼사장’하면서 그 시절 ‘경영’공부를 한 거 같았다고 말하는 화가의 당시 꿈은 ‘목장주인’이었다.

중학교 진학하면서 공부하기 위해 토끼사장을 접은 화가는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레스토랑이나 까페가 성시를 이루는 시절이 되자 ‘커피전문점’사장으로 꿈이 바뀐다.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살며 수석(首席)을 놓친 적 없다는 화가는 조선대 조소과 재학시절 화가의 ‘끼’와 ‘재능’을 알아본 은사 신현중교수의 간곡한 권유로 ‘커피전문점’사장 꿈을 접고, 미국 동북부 미술대학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명문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로 유학을 떠난다. 처음 미국 땅을 밟은 화가의 눈에 존.F 케네디 국제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의 하늘빛은 한국 가을하늘만큼이나 푸르고 아름다웠지만, 낯선 이방인인 화가 마음은 막막함에 암담하기만 했다고 한다.

4년 반의 미국 유학생활 동안 화가의 부모는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화가 뒷바라지를 했고,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부모 모습이 안타까워 유학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공부하면 평생 풀어먹고 살 것이다.’라는 화가 부친의 교육열(敎育熱)로 화가는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작가로 출품하는 ‘최고의’영광’을 누렸지만 빚을 얻어 출품한 작품이 팔리지 않고, 작업실 임대비용도 밀리게 되어 결국 화가의 작품이 고물상에 넘겨지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화가는 좌절하고 그림을 접게 된다.

그때부터 화가는 잡초처럼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게 되는데 그런 화가를 안타깝게 여긴 후배의 배려로 조대후문에 가게자리를 얻게 되고,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화가를 기특하게 여긴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포장마차를 개업하게 된다. 포장마차는 대성공이었고, 밤이면 돈 세기가 귀찮을 정도였다고. 포장마차하면서 빚도 갚게 되었지만, 그의 은사 신현중교수로 부터 “예전엔 네 몸에서 꽃냄새가 났는데 지금은 고기냄새가 난다”며“향기로운 냄새 나는 곳이 없다”라는 질책을 듣고 화가는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미국유학까지 다녀 온 외아들이 포장마차 개업하는 날, 미소가 전혀 없던 부모의 얼굴, 돌아서 가는 뒷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이던 부모를 떠올리며 화가는 다시 붓을 잡게 된다.

▲화가 작업실

■세계로 나아가는 ‘입체회화’ 화가 손봉채

화가의 작업실로 가는 도중, ‘입체회화(현대적인 동양화)’를 그린다고 해서 입체파 대가 피카소(Pablo Picasso)의 큐비즘(Cubism)과 연관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제 그림을 보면 알거예요”라고 답한다.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왜 그런 답을 했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다.

산수화에 ‘원근법(遠近法)’을 처음 시도한 겸재(謙齋) 정 선(鄭 敾)의 진경(眞景)산수화를 연상하게 하는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나무, 구름, 산 등은, 폴리카보네이트 (polycarbonate)위에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세필붓00호로 형상화 되며 5레이어(layer)로 원근감을 연출한다.

그림의 주제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도시로 세계로 밀려나는 인간들의 모습을 소나무와 구름의 형태를 빌려 표현한 것인데, 화가가 현장작업을 하던 어느 날, 포크레인에 의해 뿌리채 뽑혀 트럭에 실려 가는 소나무를 보면서 어디론가 이주하는 새터민의 가슴 아픈 마음을 연상하며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화가는, 세계의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가슴과 정서 속에도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동양기법(東洋技法)’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세계인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소나무를 그리더라도 화가는 차별화된 표현기법으로 세계화단에 도전을 시도하였고, 해외 큐레이터들에게도 공감과 인정을 받아 세계무대로 진출하게 된다.

▲이주민,폴리카보네이트 유채 Led

▲이주민,폴리카보네이트 유채 Led

■화순(和順)과 화가(畵家)

아버지의 낙천적인 성격과 어머니의 강인한 생활력을 유전자로 받았다는 화가는, 자신의 정신이 지금도 화순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화가는 광덕리 주변에 서린 유년시절 추억, 지금은 도시로 떠나간 골목길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 그들이 남기고 간 빈자리에서 그림의 모티브를 찾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중국으로 진출하는 화가는 현재 독일 마이클 슐츠 갤러리(Michael Schultz Gallery), 스위스 카시아 갤러리(kassia Gallery), 홍콩 콰이팡 갤러리, 중국 젠다이그룹산하 히말라야 갤러리와 젠다리 갤러리에 소속되어 있다.

앞으로 5년,10년 회갑 때까지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다는 손봉채 화가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긍정적 마인드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화순의 당산나무를 생각하며 그린 작품-수령 300~500년 된 당산나무는 많은 시간 화순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고,지나가는 바람도 나무를 속이지 못했다,,,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화순을 중심으로 작품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손봉채화가: 010.9981.6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