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헤르만 헤세

나보다 구름을 더 잘 알고,
나보다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혹은 구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구름은 우울한 은자(隱者)처럼 쓸쓸히 꿈을 꾸며 희멀건 하늘에 떠 있다.

구름을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는, 스위스 루가노(Lugano) 몬태뇰라 (Montagnola)에서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 연인 ‘엘리자베드’를 연상하곤 했다고 한다. 

만약 지금도 헤르만헤세가 생존한다면 만나고 싶어 했을 거 같은 화가가 있다. 구름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강 운(姜 雲)화가
“,,구름에서 찾고 있는 것은 추상적인 아름다움이다. 하늘이란 실체,,, 구름과 바람과 음영이 빚어내는 한 수의 서정시를 그려보고 싶었다.,,태어날 때 구름‘雲’자를 달고 나온 나에겐 ‘서정의 장소’가 몸속 깊은 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거 아닐 런지,,구름은 형태들의 유희가 용이 하다는 점에서 안이하면서도 덧없고 책임 없는 몽상이다...푸른 하늘 아주 높은 곳에서 지치지 않고 흘러가고 흘러오는 구름이 초대하는 여행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유롭고 길들어지지 않으며, 무엇이든 가능한 열린 세계, 에너지가 무한히 잠재해 있는 지속적인 변모 속에 놓인 형태들의 세계다...”

▲강 운화가

■강 운화가

화순동복 자연 속에서 자연과 대화하다가 ‘말(言)들의 풍경’을 그려보고 싶어 작업실을 광주광역시 한 복판으로 옮겼다는 화가 강 운.

화가는 예의상, 기자에게 정문을 통해 작업실 들어가기를 권했지만, 그냥 주차장에서 가까운 후문으로 화가의 지하 작업실로 들어갔다.

콘크리트로  마감한 지하 작업실 벽면에 부착된 거대한 캔버스 위엔 형형색색 하늘에 솜뭉치 같은 구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화가의 작품의도와 달리, 보라색 하늘위에 흐르는 구름은 안드로메다 대성운 은하계 이동처럼 보이기도 하고, 쪽빛 위에 그려 진 구름은 동해 파도의 울부짖는 형상 같이 보여 진다고 기자의 감상을 화가에게 전하자 화가는 그런 기자의 느낌들을 존중하면서 보는(感想)이’의 ‘문화적 시각( 視覺)’과 ‘안목(眼目)’이 예술을 성장시킨다며 즐거워한다.

예술은 감상하는 자의 몫이다. 좋은 감상자에 의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재료값이 아까운 작품이 될 수 있다.

▲공기와 꿈, 캔버스 위에 한지 조각들로 형상화 된 구름

■픽셀(pixel)이 모여 이루는 작품

인간육체가 세포(cell)로 이루어지듯, 픽셀은 화소(畵素), 작은 점의 행과 열로 이루어져 있는 화면의 작은 점, 텔레비전・컴퓨터 화면의 화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다.

픽셀이 모여 작품이 된다고 말하는 화가는 오전시간대에는 직관적이고 순식간에 상상력을 끌어내는 그림을, 오후시간대에는 끊임없는 노동력을 요구하는 작품을 만든다.

또한 화가는 아날로그에 없는 새로운 표현기법은 디지털에서 찾고 디지털에 부족한 부분은 아날로그에서 보완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기법을 두루 섭렵하며 표현의 자유로움을 더하고 있다.

시류(時流)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감정흐름이나 감각만이 화두(話頭)이고 작품세계라고 말하는 화가는, 인내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구분하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화가

화가의 그림이야기를 넋 놓고 듣고 있다가 기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인터뷰 기사작성을 위한 ‘유소년 시절 추억이나 에피소드 좀 들려 달라’고 하자 화가는 “과거 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중시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인생을 다시 본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고 답한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 우며 원색(原色)그림을 즐겨 그린 화가로 유명한 야수파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붓질을 할 힘이 없어지자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화가는 자신의 말년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며 그 때 가면 또 다른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라 말한다.

언젠가 대상, 존재 그 자체가 감성으로, 사유(思惟)로 하나가 되는 날이 가능하리라고 확신하는 강 운화가의 그 날을 기자도 같이 기대해본다.

강 운화가:010.8602.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