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구 이장

본지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의 최 일선에서 지역주민과 자치 단체의 중계 역할을 하며 마을의 사소한 일부터 주민 숙원사업까지, 생활 속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노력하고 있는 이장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 마을의 자랑과 어려움을 들어보고자 우리 동네 이장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백열다섯 번째 춘양면 회송리 2구 이재구 이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 회송리 2구를 찾아서...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으로 전국각지에 흩어있던 가족이 모여 정담을 나누며 나이 한 살의 희망을 한 아름 가슴에 품었다. 돌아서면 그리움이 된다는 고향마을은 잠깐 동안의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다시 조용하고 쓸쓸한 바람이 맴돌고 있다. 설날이 지난 어느 날 찾아간 눈 내리는 회송리 2구 마을에도 반가운 발걸음 뒤로 떠나간 가족들의 온기가 애틋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회화(會話, 안해하리)마을의 유래...
회송리(會松里)의 지명은 회화(會話)마을의 회(會)자와 칠송(七松)마을의 송(松)자를 한자씩 각각 취하여 회송리라 하였다. 회송리는 칠송마을, 새터마을, 회화마을 등 3개 자연마을로 되어 있다. 회화마을은 원래 안해하리로 불렀는데 밖회화리(양곡2리 해하마을)와 함께 회화리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마을이 커지면서 안회화리 밖회화리로 부르게 되었고 이후 안회화리는 회화리(會話리, 회송2리)로 밖회화라는 해하리(海鰕里, 양곡2리)로 표기하였으며 행정구역도 각기 양곡2리, 회송2리로 변경되었다. 옛 부춘면사무소가 있던 소재지 마을이다.

▶ 회화(會話, 안해하리)마을의 형성
회화마을은 남쪽으로 화봉산이 있고 동쪽과 서쪽은 이 산의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마을은 서쪽을 향하고 있다. 화봉산 아래가 평탄하여 자손들이 번성하리라는 풍수지리설을 믿고 마을을 형성했다. 서울로 가던 사람들이 잠시 쉬면서 우마를 매 놓았던 우마장터, 부춘면사무소 터, 마을 서쪽 능선에 둘레 6m, 수령 500년생 느티나무가 있는데 팔도의 선비와 행인들이 지나가면서 쉬어 가는 곳이었으며 마을에 재앙이 온다 하여 이곳에 상여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전한다.

▶ 우리 이재구 이장은 말이여~
세 개의 마을로 나눠있는 마을의 둘레만 3km에 달한다는 회송리 2구는 24호 48명이 살고 있다. 부지런하고 다정다감한 이재구 이장은 18년의 이장경력을 갖고 있는 든든한 마을의 일꾼이다. 이재구 이장은 48명 주민 모두가 선거권을 갖고 있다며 학생이 없는 마을, 늙어버린 마을이라며 안타까움에 씁쓸한 미소를 보인다. 노령화로 힘이 부치는 주민들을 위해 이장이 자청해 비료, 소금, 농자재 등 각 가정까지 배달은 물론 차곡차곡 정리까지 해주고 있다. 방송으로 안내를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주민이 많아 중요한 전달사항은 집마다 찾아가 자세한 설명으로 주민의 이해를 돕고 있다.

▶ 회화(會話,안해하리)마을의 자랑...
마을에 상서로운 기운이 맴돌아 춘양면의 오지마을임에도 일제 강점기 면소재지 마을이었으며, 이후에도 면장, 농협장, 공무원, 교육자 등 많은 인재의 요람으로 알려진 양반마을이다. 대나무밭으로 둘러싸인 회송 2구 마을은 대바구니 등 죽세품으로 생활도구를 사용하던 시절 ‘생금밭’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대나무는 가정을 일구고 자식 뒷바라지를 했던 고마운 생활의 안식처였다. 중국산과 플라스틱에 밀려 이제는 생활 속에서 잊혀졌다.

▶ 이재구 이장의 바람은...
힘이 부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고 농가소득이 없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민도 늘고 있다. 농로로 형성된 마을진입로가 좁고 불편하지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진입로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마을에 차를 소유한 주민도 없고 버스도 들어오지 못해 인근 마을까지 찾아가 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버스운행시간이 일상생활시간과 맞물려 버스이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환자가 발생하거나 긴급 상황 시 119의 도움으로 세상과 소통을 하며 삶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재구 이장과 주민들은 어려운 상황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경찰관, 119관계자에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다.

▶ 회화리 마을을 나서며...
사각사각 경쾌하게 들려오는 눈 소리가 마을의 역사를 보듬고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 멈춰 선다. 성급한 봄맞이에 나선 새싹이 쌓인 눈 사이로 앙증맞은 초록 고개를 내밀었다, 회화리 마을에 훈훈한 봄바람을 기다리며 다시 눈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재구이장

▲ 눈내리는 마을회관

▲ 추억이 도란대는 골목길

▲ 눈쌓인 골목길

▲ 넓은 품을 내어주는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