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 신기리, 화순교육지청 건너편 어느 골목길로 들어가다 보면, 텃밭이 있는 아담한 주택에 지금도 여전히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꿈꾸는 여류작가가 살고 있다.
정년퇴임 후에도 ‘집필활동’과 ‘재능기부‧교육기부봉사’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따스한 가슴으로 ‘울림’ 있는 시를 쓰고 싶다‘는 정혜진작가.

▲정혜진작가

■아버지로 부터 받은 정신적 영향

작가는 교육공무원이던 아버지 부임지를 따라 산골, 어촌, 농촌, 도회지를 두루 경험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그 시절 작가의 감수성 속으로 스며든 추억들이 오늘의 작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산골 살 때는 나무하러 산을 오르내리면서 갈퀴로 나무하고, 취나물 뜯고, 바닷가 살던 시절에는 썰물에 조개 줍고, 밀물 들면 모래밭 언덕에서 집토끼 주기위해 풀을 뜯는다. 그 순간순간의 추억들을 간직하고 싶었던 작가는 그때부터 막연하게 작가의 꿈을 품게 되었다.

글을 쓰게 된, 더 결정적 계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생일선물로 아버지로부터 받은 ‘일기장’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독서를 좋아하는 작가에게 ‘소파 방정환(小波 方定煥)’선생이 창간했던 ‘어린이’ 잡지를 구독하게 해주고 많은 동화책을 아낌없이 사주었고, 빌려다주었다. 동화책 읽으면 작가는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동화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쉬는 시간 이면 친구들은 작가의 이야기 듣기위해 작가의 주위를 둘러쌓곤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되던 해 작가는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어 교내방송을 통해 작가가 쓴 작품을 직접 낭독하기도 하는데 지금도 가슴 뿌듯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서재

■심부름하기 좋아한 작가

작가는 어린 시절 엄마가 심부름 시키면 아무리 먼 길 이라도 좋아했다. 파도치는 바닷가, 좁은 길, 넓은 길, 산길, 오솔길, 들길, 산길 지나치며 심부름 가는 길에, 작가는 산 능선(稜線) 노을빛을 보면서 해질녘 알프스 석양을 상상하며 주인공 하이디가 되어 거기에 맞는 동화세계를 상상한다. 엄마는 심부름 잘한다고 칭찬하였지만, 작가의 속내는 자연과 함께하며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행복감과 즐거움을 만끽 하기 위해서였다.

■농사짓고 소 모는 소녀(少女)

농사짓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성장한 작가는 모심고, 벼베고, 밭매며, 씨앗도 뿌리면서 자연속의 순수함, 신비함을 닮고 싶어 했다. 농사지을 때 작가가 맡은 일은 새벽 일찍 일어나 소에게 풀 먹이는 일이었는데, 작가는 학교 가는 길에 소 몰고 나가 풀 먹인 후 저수지 둑에 소를 매어놓고 학교 갔다가, 방과 후 다시 소를 데리고 클로버가 무성한 저수지 언덕을 오르내리며, 때로는 잔디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 누구도 가져다 줄 수 없는 자연체험을 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작가의 담임선생은 작가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차리고 글쓰기 지도를 해주었고, 풍부한 감성표현을 잘해주는 선생에게 1년 동안 글짓기를 배우면서 작가는 훗날 작가로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원고지가 귀하던 그 시절 작가는, 백지를 펜과 자 이용하여 원고지 형태로 만들어 작가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시상(詩想)들을 원고지에 옮겨 지금까지 간직해오고 있다.

한편, 작가의 중학교 1학년 교장이던 문예선생은 작가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꿈을 심어주었고, 2학년 때는 학급문집을 만드는 국어선생이, 생활 속의 이야기를 써 가면 국어선생은 칭찬하면서 작가의 글을 실어주곤 하였다고 한다. 그 시절 작가는 ‘송아지가 엄마 떠날 때 눈물 흘리는 장면’, ‘밭을 맬 때 새싹 나오는 모습’등, 체험을 통한 광경들을 세세하게 일기에 옮기면서 작품화 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작가는 스스로 시집을 만들었고, 작가를 기특하게 여긴 미술선생이 시집 표지그림을 그려준다.

이러한 추억과 선생들의 애정 어린 지도는, 작가의 시혼(詩魂)에 자양분으로 두고두고 숙성되면서, 어린 시절 해지는 저수지에 생기는 낙조(落照)기둥의 아름답고 강렬한 빛을 보면서 얻은 영감(靈感)으로 쓴 시 ‘노을’은 ‘꽃밭’과 함께 작가의 등단 시가 된다.

▲원고지에 쓴 작가의 시

▲고등학교 때 만든 시집

■화순에 내린 작가의 삶

고흥이 고향인 작가는 1976년 화순한천초등학교로 발령받으면서 화순 땅에 첫발을 내딛고, 1979년부터 화순에 살게 된다. 1976년 아동문학가 박경종선생 추천으로 1977년 문단에 등단한 작가는 동시와 동화를 쓰면서 2012년까지 12권의 동시집을 발간했고, 1991년 ‘광주일보’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해바라기꿈(1993)’, ‘날아라 우주선(2006)’, ‘별꽃엄마(2012)’등을 출간하고, 화순출신 의병장 ‘최경회장군(1998)’의 전기를 집필했다.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

■정혜진작가의 2013년도 희망,,

청소년 시절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는 ‘전남국어교과연구회’초창기 회원으로, 교직을 떠난 지금도 ‘국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전남여류문학회를 창립하여 초대회장직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2013년 작가의 포부는 여류문학회를 키우면서, 여류문학을 발전시키고, 문학상 제정 및 문학관도 건립하고 싶고, 지속적으로 재능기부, 교육기부를 하면서 항상 아이들을 만나며 동심으로 살고 싶다한다.

작가는 가정에서 엄마가 풍요로운 감성과 열린사고로 자녀들을 교육할 때 자녀가 올바르게 자라면서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며, 그런 교육적 차원에서 문학이 엄마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여성문학인구가 증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가족 사랑을 아이들 마음 밭에 심어주고 싶다’라고 말하는 정혜진작가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년소녀(晩年少女)’같다.

▲작가의 보물들

정혜진작가:010.3642.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