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명인

예술사에는 선대(先代)의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을 핏줄로 이어온 많은 예인(藝人)들이 있다.

그러한 예인 중 한 사람, 해금(奚琴)의 대가(大家) 신상철 명인(名人).

우리민족 고유명절인 구정도 지나고, 정월 대보름을 앞둔 요즘.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악기값도 저렴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해금에 대하여 신상철명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금(奚琴)

현악기(絃樂器)인 해금(奚琴)은 몽고 지역의 유목민족(遊牧民族) ‘해족(奚族)’이 사용한 악기라 하여 ‘해금’이라고 한다. 이 악기는 중국에 유입되어 경극(京劇) 반주에 쓰는 악기인 경호(京胡)로 사용되었다. 이후 한 옥타브가 낮은 음역(音域)대로 개량되면서 호금(胡琴)의 일종인 얼후(이호/二胡/南胡)라는 명칭으로 사용된다. 고려 예종 11년(1116년)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해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으며 원형과 가장 비슷한 악기로 알려져 있다.

해금의 구조는 매우 간단해서 명주실로 된 2현(絃) 사이에 말총으로 만든 활대를 끼워 연주한다. 본래가 마상(馬上)민족의 악기였던 만큼 구조적으로 원리와 이동이 간단하다.

작은 바가지정도 크기의 대나무 뿌리로 만든 울림통에 ‘입죽’ 이라고 하는 가녀린 대나무 대를 끼우고 입죽 위쪽에 음을 조율 할 수 있는 주아를 박아 두 줄을 건다. 주아와 울림통이 지탱하는 굵기가 다른 두 줄 사이에 말꼬리로 만든 말총을 끼우고 활대를 연결하여 안 줄과 바깥 줄에서 소리를 낸다. 특정 음으로 두 줄을 조율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5도(도와 솔, 레와 라, 미와 시 등..)차이로 조율하고 줄을 누르거나 줄의 위 아래로 손을 이동하여 음을 잡는다. 서양의 현악기는 손가락으로 짚어서 음을 잡지만 해금은 손의 위치(포지션)와 줄을 당기는 세기로 음높이를 맞추어 연주하는 점이 다르다.

해금은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얼후(二胡)처럼 국악계의 새로운 음악들, 이른바 '뉴에이지' 음악 한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금

■해금연주가 신상철 명인

충남 연무대에서 출생한 명인은 서울 덕수중 재학 시 ‘피리’를 하던 친구가 유혹하여 해금을 처음 접한다.

이후 신명인은 국립전통예술학교에서 해금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해금연주자의 길로 들어섰고, 1974년도 광주시립국악원 해금선생으로 취임한 뒤, 해금 강의 하면서 박종선선생으로부터 1년간 아쟁 사사(師事)를 받는다. 1975년 리틀 엔젤스 예술단 (The Little Angels)해금선생으로 세계일주 공연한 뒤, 1977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공채(公採)에 합격하여 단원으로 근무하다 1978년도 선영숙호남연정국악연수원이사장과 결혼, 1981년도 광주 남도국악원으로 내려오게 된다. 신명인은 1987년 전주우석대에서 대학 첫 강의를 시작하게 되고, 전남도립국악단 기악부장, 1994년도 창단된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초대(初代)단악장, 전북대, 원광대 에서 강의 등을 계속하며 1999년도에 진주시립국악단 국악장으로 임명 받게 된다. 2002년 전남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로 위촉되어 2008년까지 재직하고, 현재는 전남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남광주신협부이사장직도 겸하고 있다.

■신명인과 해금

신명인의 해금 입문 계기는 친구의 권유였지만, 명인은 공부할 때, 해금소리가 십리를 간다는 의미의 ‘해금십리(奚琴十里)’, 해금의 가냘프면서도 애절한 소리에 빨려들어 기묘함을 느끼며 해금에 깊이 매료 되었다. 명인은 “해금은 녹음을 해서 들어갈 때 가장 소리가 잘 들어가는 악기다. 해금 2줄로 12음계이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청중에게 좋은 감정을 전하려면 다년간 연습이 필요하고 또한 예민한 악기라서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고 말한다.

신명인은 1994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3가호 구례향제줄풍류(求禮鄕制줄風流) 전수조교로 지정받아 지금도 활동 중이다.

‘구례향제줄풍류’란, 전남 구례(求禮)지방에서 전승되는 현악영산회상(絃樂靈山會相)이란 기악곡을 ‘구례향제줄풍류’라 한다. 영산회상은 여러 음악이 조곡과 같이 구성된 합주곡을 가리키는데 일명 ‘풍류(風流)’라고도 한다.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영산회상을 관악영산회상 또는 대풍류라 하고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영산회상을 현악영산회상 또는 줄풍류라고 한다. 줄풍류에는 서울에서 전승되는 것과 지방에서 전승되는 것이 얼마쯤 다르게 연주되었는데 지방에서 전승되는 줄풍류를 서울에서 전승되는 줄풍류와 구별하기 위해서 ‘향제(鄕制)줄풍류’라 이른다.

풍류 즉 영산회상은, 조선 초기에「나례(儺禮)」라는 궁중 축제에서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菩薩)」이라는 불교 교리를 담은 노랫말을 얹어 부르던 성악곡이었으나 뒤에 이것이 기악곡으로 변하였고 여기에 다른 기악곡을 덧붙여 방대한 조곡으로 발전하였는데 조선 후기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합주곡이 되었다. 조선 중기에 관악영산회상과 현악영산회상이 분화된 것으로 보이며 현악영산회상 즉 줄풍류는 주로 방안에서 연주하는 조용한 음악으로 발전하였다. 조선 후기에 경제(京制)줄풍류와 향제줄풍류가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근래 들어 경제줄풍류는 국립국악원에서 전승이 잘 되고 있으나 향제줄풍류는 전승이 어려워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3호 향제줄풍류로 지정하고, 1987년에는 구례지방에 전승되는 줄풍류를 중요무형문화재 제83-가호로 지정하였다.

▲구례향제줄풍류

■국악 가족

신명인의 아내는 선영숙 호남연정국악원이사장으로 가야금명인이다.
또한 슬하의 2남중 장남은 아쟁을 전공하여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하였고, 차남은 해금을 연주하는데 동아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모든 가족들이 국악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신명인의 포부

명인은 해금은 연주하면 할수록 해금의 연주보람을 느끼고 해금의 매력에 빠지며, 해금이라는 악기가 좋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한 적이 없으며, 해금을 연주한 덕에, 8남매 장남으로서 가정‧가계를 꾸려가며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다했다고 한다.

현재 신명인은 화순오성초등학교 국악관현악단을 맡아 연습시키고 있는데, 좀 더 학생들을 잘 지도해서 훌륭한 관현악단을 만드는 게 올해 소망이다.

한편 후학들에게, 요즘 예술을 쉽게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예술의 길이 험난하지만 그 난관을 넘어서면 나중에 훌륭한 연주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니 노력하여 좋은 연주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신상철명인:010.2650.0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