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남 교장

단조롭게 이어지는 29번국도 따라 이양고등학교에 다다를 즈음, 이양고 교정은 겨울해가 기울고 있었다.

학생들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며 모두 의미 있는 ‘꽃’으로 만드는 화순이양고등학교.
이양고 김옥남(金沃南)교장 선생은, 이양고 학생들이 ‘미래의 화순 지킴이’로 성장할 거라며 이양고와 학생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내비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학교

‘학교의 최우선 가치는 학생’이라고 여기는 화순이양고등학교는 1971년 설립되어 ‘알찬 생활을 하자’라는 교훈아래 총1,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소규모 고등학교 이지만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재를 키우는 요람이다.

‘학교 투자는 Hard-ware보다는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옥남 교장선생의 의지로 이양고는 학생 1인 교육지출비(지원대비)가 전남도 최상위 수준이고, 김옥남 교장 부임 후 최근 3년 간 서울 및 수도권 대학 7명, 도내‧ 외 국립대학교 20여명, 도내‧ 외 4년제 사립대학교에 50여명 합격하여 일취월장하는 학교로 발전하고 있다.

▲화순이양고등학교 전경

∎소규모 학교로서의 장점

대학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법은 수시(隨時)와 정시(定時) 두 가지가 있는데, 수시는 고등학교 재학 시 내신 성적과 학생활동을 우선 반영하는 입시제도 이고 정시는 내신 성적과 대학수학능력고사 성적을 함께 반영하는 제도이다.

최근 5년간의 추세를 보면 해마다 수시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국가교육모토와 고등학교 교육정상화라는 측면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이양고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양고에 처음 입학하는 학생 대부분은 중학교 내신 성적이 하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지만, 이양고는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교육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여 학생 각자의 스펙을 쌓는데 유리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이양고는 교사 대부분이 1학년에서부터 3학년까지 전 학년을 지도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일관적인 교육을 받게 되고 본인의 특기, 적성, 진로 진학 문제를 전(全)선생들로 부터 효율적으로 상담 받고 조언을 얻는다. 그리고 중학교 때 학력이 비록 저조하였다 하더라도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으로 얻을 수 있는 등급비율이 똑같기 때문에 이양고도 타 고등학교와 같은 비율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이양고가 소규모학교인 덕분에 누리는 혜택이자 장점이다.

▲샌드페이퍼와 광목에 학생들이 그린 그림

∎꿈과 사랑이 있는 학교

이양고에는 자랑거리가 많지만 김옥남 교장 지도하에 이루어진 ‘내 이름 그림그리기’는 명품(名品)자랑거리다. 미술을 전공한 김옥남 교장은 학생들이 자존감을 갖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이름에 꿈을 그리는 ‘내 이름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치료와 상담기법을 접목한 김옥남 교장의 독특한 아이디어인데 자기 이름에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형상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제자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교장의 아름다운 선물(膳物)같은 교육이다.




∎교사들의 자율적인 학생지도

이양고의 교사들은 자신들의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장은 간섭 하지 않는다. 자칫 수직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업무를 이양고에서는 교사들의 재능과 인품을 철저하게 믿는 교장의 재량으로 상명하달(上命下達)식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진행하고 있어 유연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21일 열렸던 이양고의 이화(梨花)축제는 교사들의 자율적 지도에 의한 학생들의 교육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지역민들과 함께한 이 축제는 행사기획부터 완료까지 학생들이 직접 참여 하였다. 이화축제의 이화(梨花)는 옛날 이양면에 배밭이 많았다는 유래에 근거하여 명명(命名)된 축제명이다.




∎이상적인 학습 환경을 갖춘 학교

이양고는 전원속의 최신형 기숙사(2010년9월1일 개관)를 운영하며, 성적우수학생, 원거리 통학생, 저소득층 불우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타교 기숙사와는 달리 소수정예의 실력이양인을 양성하기 위한 장소로서 학습실, 사이버 학습실, 세탁실, 휴게실 등 최신 부대시설을 갖추어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다목적실을 상시 개방하여 누구나 날씨‧계절에 상관없이 체육, 문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며 진로상담교사와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는 상담실도 항상 열려있어 언제든지 학생들이 허심탄회하게 진로문제나 고민 상담을 한다.



∎소규모학교의 애환

소규모학교라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호사다마(呼事多魔)라고나 할까..
가끔씩 거론되는 소규모시골학교와 관내 거점학교와의 통‧폐합문제다.
하지만 이양고등학교가 존속하기를 바라는 김옥남 교장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은 경제논리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시골에 학교가 있어야 지역문화를 살리고 시골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 이양고를 떠나는 김옥남 교장의 바람

2월28일 정년퇴임을 앞둔 김옥남 교장의 이양고에 대한 열정은 시작과 다름이 없다.
학교 현관에 있는 ‘나눔(sharing), 섬김(helping), 봉사(serving) 의 현황판’은 이양고 학생들 미래를 믿는 김옥남 교장의 ‘신념 결정판’ 이자 청사진이다.

‘선산(先山)은 구부러진 소나무가 지키듯이 미래의 화순은 이양고 출신 학생들이 지킬 것이다.’ 라며 자신의 제자들, 이양고 학생들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하는 김옥남 교장에게는 아직도 소녀(少女)의 감성과 청년(靑年)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항상 모든 것을 교육적으로 생각하자’ 라는 좌우명으로 41년 교직생활 동안 교육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지킨 김옥남 교장선생. 학교를 떠나게 되더라도 ‘이양고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는 소원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취재 후  이양고를 나설 때,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하늘 저 편에서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김옥남 교장: 010.3625.6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