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사랑하는 화순의 하늘

시인은 기자와 첫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자마자   ‘화순이 참 좋다. 화순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 라면서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화순은 시인의 고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화순인으로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타향도 정이들면 고향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어쩌면 시인에게 화순은 제2의 고향이 되었을지도...

인터뷰 하는 사무실이 추울까보아 집에서 가져온 전기난로를 미리 켜놓고, 보온병에 담아 온 녹차를 따르면서 기자를 맞이하는 시인의 배려 깊은 심성과, 세월의 주름살을 비켜간 듯한 어린아이 같은 善한 눈빛에서 왠지 인터뷰가 편안하게 진행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인의 고향은 해남군 북일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시인은, 겨울방학이면 집에서 수확하는 쌀을 담아야 하는 쌀가마니를 짰다고 한다.

당시, 농사는 시인 가족의 중요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에 시인은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심술 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그리고 마을 어귀 방죽에서 낚시를 하고, 학교를 결석한 채 하루 종일 메뚜기 잡으러 다니던 일. 가난해서 군것질 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에 잡은 메뚜기를 구워먹으면 참으로 고소하고 맛났었다고 유‧소년(幼少年)시절을 회상했다.

초등학교 시절은 그렇게 고향에서 보내고, 중학교는 읍내가 멀어 집 앞을 지나치는 완도발 광주행 버스를 타고 강진 도암중학교를 다녔다.

취업을 목적으로 광주 농업학교에 진학 하였지만 고3 마지막 시기에 대학을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학교를 열흘간 결석하고 도서관에서 하루18시간 이상을 공부하여 전남대학교에 합격, 겨울이면 불도 안 들어오는 기숙사에서 어려운 대학생활을 하고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집에서 끓여온 녹차를 따라주는 시인, 전기난로도 보인다.^^

∎E-mail로 시작된 글쓰기

시인은 아들이 가족의 품을 벗어나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게 되자, 가정교육의 연장선상으로 매일 아들에게 E-mail을 쓰기 시작했다.

시인이 글을 쓰기 시작할 즈음엔, 컴퓨터가 보급되어 E-mail이 통신수단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손으로 편지 쓰던 것을 대신하여 문명의 이기(利器)를 사용하게 되었다. 하루에 몇 번씩 쓰기도 했는데 내용은 훈계가 아니라, 아이가 집에서 멀리 떠나 있지만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하는 , 가족의 일상사를, 일기 쓰듯 적어 보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다보니 같은 공간에서 지내도 대화가 실종된 가족이나 다른 자녀들, 그리고 제자들과 친구들에게까지 E-mail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E-mail 형식의 글을 계속 쓰다 보니 詩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아름다움들을 함축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詩나 時調가 그의 마음에 다가 온 것이다.
또 다른 계기는, 그 때 유치원 다니는 손자가 종종 집에 놀러와 재롱을 부리는데 그 귀여운 모습들을 그냥 무심하게 흘러 보내는 게 아쉬워 ‘추억 만들기’ 처럼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대로 詩를 쓰기 시작했다고.


∎아름다운 자연‧ 사람을 詩語로 형상화 시키다.

시를 쓰기 시작할 무렵 시인이 재직했던 보성실고는 들판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산책을 좋아하던 시인은 수업이 없는 자유로운 시간에 들판을 쏘다니며, 계절 따라 형형색색 장관을 연출하는 자연을 본 대로 느낀 대로 詩로 읊어냈다.

또한, 시인은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을 관조(觀照)하며 사람을 사랑하였다. 모순된 현실도 긍정적으로 혹은 낙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마음의 갈등을 잠재우며 현실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詩를 통해 행복과 긍정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성격이 좋아야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시인의 '삶의 철학'이 그의 시에 그대로 투영된다고나 할까..

시인은 자연이 자신을 유혹한다며 자연에 대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의 자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행복의 원천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들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고뇌 같은 인간 생활 속에서, 매일  생겨나는 괴로움들을 자연을 통해 해소하며 삶의 활기를 되찾고, 그런 충만한 마음을 詩語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시인은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칭찬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런 자신의 성격이 시심(詩心)의 밑바탕을 이룰 뿐 아니라 실제적인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재직 시 제자들에게도 질책이나 꾸중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지도를 하였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5분정도 인성교육을 먼저 한 다음 본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詩는 참으로 편안하고 아무런 문제를 내포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베란다의 작은 초원
밤이면 밤하늘의
별들과 소곤거리고

낮이면
드넓은 세상 보며
밝은 웃음 나누네.
....
....

...,진정채 시인의 시 <하늘에 매달린 정원 中>

▲시인에게 시심을 일깨워주는 손자들

∎책으로 출간된 시인의 글들

자녀들과 제자, 친구들에게 보내는 E-mail을 언제나 저장하곤 하는 시인을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교사가  ‘책으로 펴내어 다른 이들에게도 읽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조언을 하던 어느 날, 시인은 ‘문학춘추’를 찾아가게 된다. 시인의 글을 모두 읽어 본 ‘문학춘추’측에서 ‘이런 글들이야말로 진정한 글’이라며 극찬을 하여, E-mail을 엮은 편지글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출간 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 이미 詩와 時調를 쓰기 시작했던 시인은 얼마 뒤 時調 ‘석류外2편’으로 ‘문학춘추’ 신인상을 수상했고, 손자들의 재롱, 안정된 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여유로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시집 ‘반짝이는 행복’도 펴냈다.

∎추구하는 작품세계

시인은 개인적으로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를 좋아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어라.
즐거운 날은 반드시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한없이 우울하고
모든 건 끊임없이 사라지며
지난 건 그리움 되리라,,,

좌절감에 사로잡히고 시련에 봉착했을 때 우리들은 한 번쯤 이 시를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고 삶의 용기를 얻은 경험이 있다. 시인도 누구에겐가 희망을 줄 수 있는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같이 멋진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최근 시인이 심취하게 된 신앙생활을 詩와 자연스레 접목하고 싶다는 소망도 말했다.

인간은 본래 누구나 ‘선(善)’과 ‘행복(幸福)’을 지향하지만 본의 아니게 탈선하거나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잠시나마 그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줄 수 있는 글을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쓰고 싶다고.


살얼음 밑으로 잔잔하게, 하지만 봄을 향한 희망으로 줄기차게 흐르는 시냇물 같은 영혼(靈魂)을 지닌 진정채시인.

시인의 소망대로, 시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청정화순'에서 시혼(詩魂)을 불사르며,  파도 씻기우는 건강한 햇살을 닮은, '진정채 시인의 글'들을 새해에도 대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