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冬)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2월, 영하의 수은주보다 체감온도가 더 춥게 느껴지는 날,,,
왠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것만 같은,,
우리고장의 가야금 명인 호남연정국악연수원 선영숙 이사장을 만났다.

▲선영숙이사장

■ 가야금 입문동기

"가야금 소리가 좋아서,,,”
가야금을 타게 된, 입문동기를 묻는 기자에게 가야금명인의 대답은 참으로 간결했다.
예술사에 족적을 남긴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 단지 ~이 좋아서 ' 라고 했듯이 선영숙이사장 역시 그랬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랄까..
2010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 47호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첫 번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보급과 연정국악연수원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선영숙이사장의 ‘오늘’은 바로 이 ‘가야금 소리가 좋아,,’ 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열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엄격한 유림집안에서 태어난 선영숙이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당시 집을 자주 왕래하던 큰고모부인 무형문화재 고(故) 임동선 선생의 가야금 타는 모습과 가슴을 울리는 가야금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가야금 타는 걸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처음엔 난관에 부딪혔는데, 선영숙이사장의 가야금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는 스승(임동선 선생)의 강력한 추천으로 어렵사리 아버지의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엔 줄풍류(거문고나 가야금 따위의 현악기가 중심이 된 합주)부터 익히고 다음에 산조(민속 악곡에 속하는 기악 독주 형태의 하나)를 배우면서 아쟁, 단소, 거문고, 대금 등 다양한 악기도 섭렵했다


■ 김병호류 산조에 매료되다

산조는 성금연류, 김윤덕류, 강태홍류, 김병호류 등 4파를 배웠고 김병호류 산조를 선택하게 되었다. 김병호류 산조가 좋았던 이유는 ‘판소리와 가장 가까운 산조로 인간의 깊고 폭넓은 희로애락이 담겨있어, 인간과 밀접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이 산조는 시김새(주된 음의 앞과 뒤에서 꾸며 주는 꾸밈음)도 다양하고 계면조(전통 음악에서 음계를 이루는 일정한 음 조직의 하나.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는 5음 음계로 7조가 있었으나 정조(正朝) 이후로 3음계나 4음계로 변하였다. 감상적이며 슬픈 느낌을 준다.)가 많아 남성스러우면서도 애절한 깊이가 느껴져 더욱 매료되었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걷기가 불편해 김병호류 산조를 본격적으로 배우지 못하다가, 지금은 고인이 된 강문득 선생을 집으로 초빙하여 사사를 받았고, 강문득 선생에게 김병호류 산조를 온전히 전수하였다.

선영숙이사장은 현재 김병호류 산조를 전승하게 하기위해 25명의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고, 각지에서 모여든 전수생들을 위해 화순에 전수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술의 본향인 화순에 그 뿌리를 내리게 하고 싶고, 김병호류 산조를 전수한 예술인으로서 전남뿐 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싶은 자신의 포부도 밝혔다.


■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어,,

선영숙이사장은 ‘자신의 성격이 어리버리하여 어벙이 라는 별명도 있다’ 라며 이러한 자신의 성향이 예술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렵지만,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데 로 성실하게 하다 보니 가야금의 명인도 될 수 있었다고. 

이제는 불우한 이웃들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문화혜택이 전무하고 삭막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시골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가야금, 장고, 민요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공부를 마친 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기 위해 연정국악연수원을 예비적 사회기업으로 신청하여, 지금 8명의 지역민 들이 문화관련 분야에 취업하여 공연활동 및 학교강의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민들과 함께

또한 서민층 아이들이 사춘기 없이 정신적으로 안정된 ' 미래의 꿈나무 '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정국악연수원에서 저렴한 교육비용으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서울 및 전국각지 예술관련 명문대에 진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학생들 대상으로 국악체험, 전통체험,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을 마련했고, 교원연수과정‧ 일반연수과정도 개설하여 내년 신학기부터 강의가 시작된다.

그런가하면, 전공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정서함양 차원에서 문화 예술 쪽으로 한 분야씩 공부하게 하는 '방과 후 수업'을 활성화 시키고 있으며, 현재 20여명으로 구성된 그녀의 제자들이 전남 도서지방과 영광에서 문화체험과 공연 등을 하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영숙이사장은 화순지역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가야금을 다룰 수 있고, 더 나아가 김병호류 산조도 배우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가야금 소리가 좋아서" 40여년 세월을, 오로지 가야금 열두 줄과 함께 해 온 선영숙이사장의 지순(至純)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떠나올 때 인사처럼 건네던 선영숙이사장 말을 떠올려 본다.

"문화가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화목한 시회가 됩니다."

▲호남연정국악연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