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 정신 교수가 지난해 뇌종양 시술한 베트남 여자어린이 마이 푸엉 짱(사진 왼쪽)양을 안고 웃고 있다. 당시 하노이TV로 베트남 전역에 방송됐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 근교인 손타이 지역의 어느 집. 모여있던 30여명의 베트남인들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정신 교수 일행이 들어서자 환호했다. 정교수는 반갑게 마중나온 사내아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아이의 이름은 브이 딴 히우(9).

정교수는 지난해 11월 화순에서 히우 군의 뇌종양을 시술했다. 13~18일 베트남 의료설명회에 나선 길에 히우 군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잠시 들른 참이었다.

히우 군과의 인연은 지난해 정교수에게 전해진 이메일로부터 시작됐다. 메일에는 히우 군의 어머니 딴 티후씨의 절절한 호소가 담겨있었다. 히우 군이 악성 뇌종양에 걸렸지만, 베트남 의료수준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정신 교수는 지난해 9월 나눔의료 차원에서 마이 푸엉 짱(6)양을 초청해 무료 뇌종양 수술을 해주었다. 푸엉 짱 양은 開頭수술을 통해 말끔히 완치됐다. 당시 이 내용은 하노이TV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베트남 전역에 방영됐다. 티후씨는 이 방송을 보고, 정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것.

당시 미용사로 일하며 홀몸으로 힘겹게 히우 군을 키우고 있던 티후씨의 딱한 사연은 정신 교수와 화순전남대병원 의료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히우 군은 어머니와 함께 화순으로 와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2일까지 입원치료받았다. 화순전남대병원 진료처장인 정교수는 히우 군의 뇌종양을 시술하고, 정성껏 돌보았다. 고난이도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히우 군의 몸상태는 나날이 호전됐다.

인터넷을 통해 히우 군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베트남은 물론 한국에 거주중인 베트남인들 사이에 치료비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50여명의 주한 베트남인들은 병원을 찾아오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1년만에 베트남에서 만난 히우 군은 생기 넘쳤다. 그 사이 히우 군의 어머니는 재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이날 히우 군의 새 아빠와 학교 담임교사를 비롯, 가족과 친지들이 한데 모여 정교수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히우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 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신, 장우열, 박영규 교수를 비롯한 화순전남대병원 의료진은 베트남 방문기간 동안 암과 뇌종양 분야의 최신 의료기술을 현지에 소개했다. 의료설명회에는 베트남 정부관리와 의료진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푸엉 짱 양과 부모들도 100km의 먼거리를 마다않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노이시 700병상 규모의 탄난 병원, 호치민시 1,600병상 규모의 115 인민병원과 상호교류 MOU도 체결했다. 암, 뇌종양 환자들을 무료진료하기도 했다. 상담받은 환자 중 일부는 화순을 방문해 치료받겠다고 약속했다.

정신 교수는 “베트남인들의 순박한 정성과 높은 관심에 보람을 느낀다. 현지의사들 초청연수를 비롯, 한국의 선진의술을 적극 전파해 양국 교류증진과 해외환자 유치, 한류 붐 활성화에 도움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화순전남대병원 정신 교수(사진 중앙) 일행이 브이 탄 히우(나비넥타이를 한 어린이)군 가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