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소재 다산마술관에서 17일부터 20일간 개최되는 “사평리 2.0 프로젝트 남풍[南風]展”은 2012년 복권기금사업에 따른 연합전시와 연계된 기획전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미술관은 문화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영역에서 복잡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람객의 접근이 어렵고 이로 인해 소통의 장벽이 높은 미술관에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한 교감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다산미술관은 미술관이 지니고 있는 지역문화 기반시설을 사회에 환원하고 더 나아가 주체와 객체의 분리된 관계가 아닌 공존하는 마음으로 문화예술 소통과 지역공동체 및 사회공동체와의 문화동질성을 형성하고자, 지난 9월 목포에서 개최되었던 연합전과 연계하여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남지역의 미술애호가는 물론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에 비해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주민을 포함한 관람객들에게 근·현대의 우수한 예술작품을 통해 문화예술향유와 교감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된다.

“사평리 프로젝트 2.0 남풍[南風]展”은 예술 중심지 호남에 이어져 오는 ‘남도성(南道性)’의 정체성 및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 해보고자 하는 취지를 그 기획의도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정신문명의 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우리 선조들에 의해 이어져 내려온 전통서화예술의 멋스러운 아취(雅趣)와 문기(文氣), 새로움을 향한 창신(創新)과 조형미를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예술의지와 창작과정에 있어서 창작행위 자체보다 그 이전과 이후의 자기 성찰과 수양을 통한 자득(自得)의 경지를 성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보는 이의 마음 속 깊은 감명과 오랜 여운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을 살펴보면, 한국화로는 근대호남전통화단의 거대한 화맥(畵脈)을 형성했던 남농 허건 문하의 신영복, 박항환, 손기종 등이 남도의 자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린 산수화 외에, 천명언이 출품한 수묵의 무한한 변용성과 생명력을 주제로 한 작품이 선보이며, 서예작품으로는 이한복, 손재형, 김용구, 이돈흥 등 서예의 법도와 정신을 통해 근현대의 서단을 풍미했던 대가들의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서양화에서는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엄기준의 출품작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위한 대중적 이미지들이 색채의 조화 그리고 변형 혹은 과장된 인체묘사 등 다양한 예술언어로 표현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조각작품으로는 남도출신 대표조각가인 김영중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술한 한국화, 서예, 서양화, 조각작품 등 총 2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사평리 2.0 프로젝트 남풍[南風]展”에 소개되는 출품작은 비록 양적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도 예술 고유의 정신과 맥을 계승하여 전통적인 의취(意趣)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 작가들과 현실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미술로 발전시켜나가는 작가들의 예술적 정수(精髓)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가 감상하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남도예술의 맥락과 연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예술계를 위해 일생을 매진하셨던 거룩한 고인들의 작품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작가들의 작품이 조화를 이뤄 이번 전시를 더욱 향기롭게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