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여일 후면 추석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던 가족 친지들이 모여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정을 더욱 두텁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차례상에 올려지는 대추, 감, 밤 등의 의미와 유래를 알아보고 어린 자녀들에게 들려주어 조상과 나의 뿌리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대추는 자손의 번창과 다산(多産)을 의미한다.

대추나무는 4월에 새순이 나오면서 안개꽃만한 꽃들이 빽빽하게 피어나는데 꽃이 피는 자리마다 열매가 맺힌다. 또한 꽃이 피는 기간이 다른 과수나무는 10여일인데 비해 대추나무는 7월까지 아주 오랫동안 계속 꽃이 피어난다. 이에 연유하여 대추는 다산의 의미와 오래도록 번창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 나의 고향 화순 이양집에서 대추나무 한 그루를 심어 키웠다. 대추나무에 꽃이 피는 것을 매일 아침 일어나 바라보며 ‘도대체 언제까지 꽃이 필까? 이 꽃이 열매를 맺을 수는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런 나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듯이 대추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차곡차곡 담아 튼실하게 자라났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하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쪽부터 빨갛게 물을 들이기 시작해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온통 붉게 물들인다. 한입 베어 물면 그윽한 향기가 입안 가득한 대추가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며 나의 손을 유혹하였다.

감은 자녀의 교육을 의미한다.

감은 아무리 좋은 씨를 심어 키워도 그대로 키우면 나중에 땡감이 열린다. 그래서 씨를 심은 뒤 3년정도 지나면 원래의 감나무 줄기를 잘라내고 좋은 품목의 가지로 접을 붙혀 그 자리를 동여매고서 몇년의 혹한과 혹서를 이겨내 결국 좋은 나무가 된다. 어린 나무가 아픔을 딛고서 좋은 나무로 자라날 수 있는 것처럼 자녀가 사랑스럽고 한없이 예쁘지만 때론 꾸지람도 하고 회초리도 들며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훈육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밤은 조상과 내가 한뿌리 이고 근본이 같다는 의미를 지닌다.

밤나무는 다른 과실나무와 달리 독특한 점이 있다. 보통 씨를 심으면 새싹이 나와 나무가 자라는데, 다른 과실나무는 씨를 심은 해에 그 씨가 모두 썩어 나무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그러나 밤은 씨를 심어 어린 밤나무가 자라나서 그 나무에서 밤이 열릴 때까지 5~6년이 걸리는데, 처음 심었던 씨밤은 그 기간동안 계속해서 영양분을 공급하다가 새밤이 열리는 해에 비로써 자기 역할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간다. 이런 유래로 밤은 나의 뿌리와 근본은 조상으로부터 받았다는 걸 나타내며 차례상에 올라간다.

이처럼 대추, 감, 밤은 차례상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올려지므로 어린 자녀들에게 한번씩 들려주면 그들이 조상에 대한 제를 모시는 것에 대하여 좀 더 숙연해지고, 정신수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상기 외 다른 음식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간다
배의 껍질은 노랗고 그 속살은 하얗다. 황색은 음양오행설에서 우주의 중심을 의미하는데 중심이 되고자하는 우리민족의 긍지가 담겨있다. 흰 것은 백의민족으로 일컬어지던 우리 민족의 순수하고 밝음을 뜻한다.

나물은 먹는 부위에 따라 뿌리, 줄기, 잎으로 그 의미가 부여된다. 뿌리는 선조, 줄기는 나 자신, 잎은 후손을 의미한다. 따라서 뿌리를 먹는 도라지는 선조를, 고사리는 어린 줄기를 먹음으로 나 자신을, 시금치는 잎 부분을 먹기 때문에 후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차례상에 올려지는 음식 하나하나 모두 뜻이 담겨있다.

추석(秋夕)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인데, 그 의미를 확대해보면 달이 유난히 밝은 풍요로운 명절이라는 뜻이다. 이번 추석에는 크고 새하얀 달이 덩실 떠올라 온 세상을 은은하게 비쳐주고, 그 달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각자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한가위 달이 뜨기를 기대한다.

염낙귀세무사: 010-3609-6701

<컬럼 필진>
1. 김창호 화순리조트 대표, 2. 장종운 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지연대회장,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염낙귀 세무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12. 심은 떡명장

차기 컬럼자: 이다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