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취소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위해 초․중․고등학교의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의 최소 규모 기준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즉, 초등학교는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학교는 6학급, 고등학교는 9학급을 최소 규모 학급으로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정할 때에는 최소 20명 이상이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였다.

만약에 이 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그대로 시행된다면, 소규모 학교가 많은 우리 전남의 경우 53.1%(학급 수 기준) 내지 63.9%(학생 수 기준)의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읍지역과 시 지역 중심부의 초․중․고만 제외하고 면지역, 도서․벽지지역, 시 지역 변두리 농어촌학교는 모두가 사라지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화순 지역의 경우에도 초등학교는 16개 학교 중 11개(78%)가, 중학교는 10개 학교 중 7개교(70%)가, 고등학교는 4개 학교 중 1개교(25%)가 폐교되어야 한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교과부가 쏟아지는 민원과 항의에 취소하고 교육감이 규정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하는 학교에 대해 초등학교에는 30억, 중․고등학교에는 100억을 지원한다고 ‘유혹’을 하면서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끔찍한 결과가 나타날 뻔 했다.

그런데 이제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덮어둘 일이 아니라 다 같이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교과부는 학교 급별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의 기준을 제시하여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을 촉진하여 교육의 질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진정한 의도는 교육을 철저히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함으로써 교육 예산을 줄이려는 것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나 교과부의 입법 논리는 자가당착의 모순투성이다. “적정한 규모의 학교 육성을 촉진한다”고 하면서 ‘장터 학교’가 되어 ‘질서 유지’의 비용이 너무 커져버린 도시 지역의 비효율적인 ‘거대 학교’의 규모 제한에 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아직도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평균(2008년 기준, 초등학교 21.5명, 중학교 24.0명)에 한참 못 미치는(10명 이상 더 많음) 우리 교육의 현실(초등학교 31.6명, 중학교 35.8명) 속에서 하한선만 20명 이상으로 정하고 상한선은 정하지도 않는 우를 범했다. 국가의 경제력만 허용한다면 ‘학급당 학생 수’는 적을수록 바람직한 것이며, 학교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지역과 학교의 다양한 여건을 무시한 채 하한선을 획일화시키는 행위는 대단히 어리석지 않은가?

한 가지 덧붙인다. 예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했듯이 경제논리 만을 앞세운 정부 당국은 농어촌 지역의 교육을 파탄내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지난 4년간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이유로 전남의 교사들을 무려 1,400여명이나 줄였다. 매년 계속되는 교사 정원 감축으로 인해 학교 마다 그 빈 자리를 비전공 교사에게 맡기거나 순회교사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업의 질과 학력은 저하되어 교육 수요자의 학교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고 질 좋은 교육을 위해 도시로의 이주 열풍이 불어 ‘지역 공동체’가 몰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교육’에 ‘경제 논리’ 만을 들이대지 말고 교육의 ‘사회적․문화적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몰지각한 ‘수도권(도시) 집중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떠나는 농촌’을 ‘돌아오는 농촌’으로, ‘노인들의 한숨만 깊어가는 농촌’이 아니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농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가 바로 ‘농어촌 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무엇일까? 농어촌 교육을 붕괴시킬 거대한 쓰나미가 완전히 물러간 것일까? 이제 방심하고 있어도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 군민들은 농어촌교육을 파탄내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도록 교육 당국에 대해 수시로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아울러 획일적인 ‘학생 수 기준 교사 총정원 배정 정책’을 취소하고 법으로 정해 놓은 ‘학급당 기준 교원 정원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에게 ‘농산어촌 지원 특별 교육예산’을 배정하고 ‘대입 농어촌특별전형 정원’을 5%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농산어촌교육발전특별법’을 제정하도록 끊임없이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