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철

얼마 전에 한 고등학생이 전국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뒤 이어 ‘왕따’와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줄을 이었다. 온 나라가 ‘학교 붕괴’를 걱정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고 심지어 경찰이 학생 생활지도를 하겠다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중등학교 교육의 현실이 이지경이 되었을까?

사실 우리나라가 좁은 국토와 빈약한 지하자원의 악조건 속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단기간에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된 기본 토대는 뛰어난 ‘인적 자본’의 육성, 즉 교육 덕분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OECD 회원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줄곧 필란드에 이어 ‘종합 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부러워한 것도 사실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유별난 교육열’이었다. 주말과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하루 최대 15시간의 ‘학습 노동’에 시달리면서 오후 3∼4시에 학과 수업을 마치고 다양한 특기․취미 활동을 하는 선진국 학생들과 경쟁하여 얻은 성적치고는 자랑하기가 민망스럽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학생 자살률’과 ‘사교육 의존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다.

▲지독한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 풍조의 틀에 갇혀 ‘인성 교육’보다는 ‘입시 경쟁 교육’만 강요하는 교육 체제
▲잘 가르치기 보다는 ‘실력’있는 아이들만 뽑아서 손쉽게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입시 제도를 끊임없이 바꾸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골탕 먹이는 대학들
▲ ‘성적’ 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치면서도 입시 제도를 내신, 수능, 논술, 적성검사, 면접, 입학사정관제로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목고’ 및 ‘자사고’를 늘려 고교 평준화를 사실상 해체시키는가 하면 ‘수능 의존도’를 높이고 ‘일제고사’를 대폭 확대하여 ‘성적’으로 모든 학교들을 줄 세워서 교사나 학생들이 딴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교육 당국
▲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아직도 학생 자치와 인권을 무시하고 성적으로 아이들을 차별하며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들
▲ 인사나 시설 공사 및 기자재 납품과 관련하여 비리를 저질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각종 평가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윗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일부 교육행정가들
▲ 과중한 수업 부담과 승진 준비 및 온갖 잡무에 시달려 정작 본업인 ‘수업 연구’나 ‘학생 상담’에는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여 학생․학부모들로부터 실력없다고 무시당하는 교사들
▲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 약한 학우들을 ‘왕따’와 ‘폭력’으로 괴롭히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체벌을 금지하니 교사에게 시비를 걸고 막무가내로 대드는 ‘괴물’ 아이들과 성적과 교우 관계 때문에 비관 자살하는 아이들
▲ 자기 자녀의 말만 듣고 학교에 와서 난동을 부리거나 교사를 폭행하는 양식없는 학부모들과 학교보다는 학원을 믿고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뺑뺑이(?)’ 돌리며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는 학부모들

안타깝지만 이 모두가 우리들을 고통과 절망, 슬픔에 빠지게 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우울한 교육 현실이다.

23년 전 이맘때 1,500여 명의 교사들이 ‘밥줄’을 끊기면서 ‘참교육’을 내 걸고 진정한 ‘교육 개혁’을 외쳤건만 지금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왜 우리는 문제와 해법을 뻔히 알고도 해결을 못하는 걸까? 필자는 일천하지만 교육학적 지식과 학교 현장 경험을 토대로 그것은 ‘교육 철학’부터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대 교육 체제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식 ‘학벌․학력 중시’ 자본주의 교육을 기초로 출발 하여, 해방 후에는 미국식 ‘경쟁 교육’ 체제로 변신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서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공동체 주의’ 사회 풍토는 무시한 채 학교를 ‘시장’으로 여기고 교육에 ‘경제 논리’만을 적용하여 ‘효율성’과 ‘경쟁 강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미국식 교육 제도들을 ‘신주 단지’ 모시듯 맹신하며 ‘교육 개혁’의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심지어 개혁 정권으로 여겼던 ‘김대중․노무현 정권’마저 ‘교육 철학’의 빈곤으로 인하여 김영삼 정권이 시동을 건 ‘학교의 시장화’ 내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개념 없이’ 밀어 붙인 결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정말 참담하기만 하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 제 12위의 경제대국, G20 의장국답게 ‘협동 중시 공동체 교육’으로 탄탄한 ‘교육 경쟁력’을 자랑하는 ‘필란드’를 모델로 삼아 ‘진보 교육’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물론 우리의 ‘경쟁 자본주의’체제와 필란드의 ‘사회민주주의’ 체제와의 사회적 토양의 차이점은 충분히 감안하면서 말이다.

HP: 010-8781-5818

<컬럼 필진>
1. 김창호 화순리조트 대표, 2. 장종운 법률구조공단소장, 3. 송윤선 다문화센터장, 4. 박세철 교육복재연대회장, 5. 문종안 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 6. 송태평 축협조합장, 7. 홍기평 성균관부관장, 8. 윤평순 농협군지부장, 9. 임대원 효원통증의학과의원, 10. 최종채 문화관광해설사, 11.이다경 청소년상담지원센터장, 12. 심은 떡명장

차기 컬럼자: 홍기평 성균관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