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 적려유허지

조금은 창피하지만 ‘능주면 남정리 174번지’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찾아간 ‘정암 조광조 적려유허지’ 앞 협소한 주차장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하셨다. 알고 보니 화순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중책을 맡은 분들이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조광조적려유허지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1667년(현종 8) 4월 능주목사 민여로가 건립하였으며 ‘적려’란 귀양 또는 유배를 뜻하며 1519년 기묘사화로 능성에 귀양왔던 조광조를 추모하고자 세웠다고 한다. 조광조(趙光祖, 1482~1519)는 중종반정 후 조정에 출사하여 유교적 이상 정치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으며 그의 시대를 앞서 간 개혁정책은 기묘사화로 물거품 되었으나, 그가 꿈꾸었던 이상 사회는 이후 후학들에 의해 구현되었다. 과연 그가 꿈꾸었던 이상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출사 전부터 사림의 영수로 인정받아
조광조는 조정에서 관직 생활을 하기 전부터 명성이 있었으며 김굉필(金宏弼)에게 수학하여 성리(性理)를 깊이 연구하고 사문(斯文)을 진기 시키는 것을 자기의 임무로 삼았으며 학자들이 추대하여 사림의 영수가 되었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의 갖가지 잘못된 정치를 일신하면서 새로운 조선을 재창조할 기회를 맞이한다. 조광조는 사림세력을 영도하는 인물이었으며 사림세력은 훈구세력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권력형 비리를 문제시하면서 새로운 조선 사회를 창조하려고 하였다.

유신 정치를 꿈꾸다
중종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연산군의 잘못된 정치를 개혁하는 유신 정치를 추진하였다. 폐지되었던 성균관을 다시 원상으로 복구하였으며 본격적인 정치 개혁에 착수한 중종이 주목한 인물이 조광조였다. 조광조는 함경도 지방에 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소학군자(小學君子)’ 김굉필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그는 벼슬이 높아갈수록 이상정치, 즉 도학정치(道學政治)를 실현해 보려 하였다.

새롭게 조정에 들어온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세력은 민본정치를 강령으로 내걸고 정치 개혁에 착수하였다. 조정 내 언로의 확충을 강조하였으며 성리학적 사회윤리의 정착을 위해 생활규범을 규정하고 있는 ‘소학’의 보급이나 향약의 보급 운동 등을 추진하였다.

못다 핀 개혁의 열망…기묘사화
조광조를 영수로 하는 당대 사림세력은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을 실현하기에만 급급한 결과 과격하고 급진적이었으며, 또 뜻이 맞지 않는 훈척 세력을 소인이라 지목하여 알력과 반목이 일어났다. 1519년 조광조 등은 마침내 자기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제거하였다. 당시 권력의 핵심에 있던 공신세력들을 겨냥한 것으로 결국 공신세력들의 반격을 받아 화를 당하게 되니, 이것이 기묘사화이다.

기묘사화의 전개 과정에 이른바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술수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궐 후원에 있는 나뭇가지 잎에다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꿀로 글을 써서 그것을 벌레가 파먹게 한 다음, 천연으로 생긴 양 꾸미어 궁인으로 하여금 왕에게 고하도록 하였다. ‘주초위왕(走肖爲王)’은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조광조 및 사림세력을 발탁했던 중종이 마음을 돌리게 되고, 이 사건으로 조광조는 능주로 귀양 보내졌다. 그리고 얼마 뒤에 조광조는 사약을 마셨다.

날카롭고 급진적 개혁가
명종 후반부터 점차 사림 세력이 정국의 주도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이들은 선조 즉위와 동시에 정치를 주도하게 되면서 조광조가 주장했던 도학 정치를 현실에 적용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조광조는 시대를 앞서 가는 개혁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결국 당대 사회의 대세와 충돌하게 되고, 끝내는 당사자의 희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조광조는 당대에 최고의 성리학자로 중종때 도학 정치를 주장하며 급진적인 개혁정치를 시행했으나 훈구세력의 반발을 사서 결국 죽음을 당했다. 중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또한 사약을 받아야 했던 조광조 유배생활 한 달 만에 중종이 내린 사약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