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의사

“촉석루 아래 세 장사(壯士) 술 한 잔 들고 웃으며 강물을 가리킨다. 강물은 유구한 세월을 도도히 흘러 물결이 마르지 않으니 혼도 죽지 않으리.”

넓은 주차장 잘 정돈된 잔디밭 넉넉한 공간에 자리한 전각들을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기름값 비싼 요즘 부담 없이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과 함께할 편안한 휴식 공간을 찾는다면 충의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간단한 간식과 함께 즐거운 마음 하나면 충분한 봄나들이 준비가 될 것이다.

화순읍에서 다지리를 지나 화순천을 오른팔로 감싸 안고 5km쯤 가면 동면 백용리에 충의사(忠毅祠)가 있다. 지나갈 때마다 어떤 곳 인지 궁금했던 곳이다. 충의사는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워 많은 전공을 세우고 경상우도 병마절도사에 임명 후 제2차 진주성 싸움에서 순절한 최경회(1532~1593) 장군의 호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준공한 사우(祠宇)이다. 이곳에는 최경회장군의 사당을 비롯하여 논개의 영정을 모신 의암연각, 기념관, 충효관 등이 있다.

“호남도 우리나라 땅이요 영남도 우리나라 땅인데 어찌 멀고 가까움을 가린단 말인가?”
충의사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주차장에 커다란 안내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잘 정돈된 충의사의 엄숙한 기운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 소나무 아래 최경회장군 ‘어록비’가 있다. 경상우순찰사의 지원 요청을 받고 경상도로 왜적을 치러 갈 때 측근들이 전라도를 버리고 가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며 만류하자 “호남도 우리나라 땅이요 영남도 우리나라 땅인데 어찌 멀고 가까움을 가린단 말인가?” 하며 진주성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2차 진주성 싸움에서 항전 끝에 성이 무너지니, 김천일, 고종후 장군 등과 함께 촉석루에 올라 “촉석루 아래 세 장사(壯士) 술 한 잔 들고 웃으며 강물을 가리킨다. 강물은 유구한 세월을 도도히 흘러 물결이 마르지 않으니 혼도 죽지 않으리.” 서사일절을 남기고 남강에 투신 순절하였다.

가운데 계단은 영혼이 지나는 길
홍살문 앞 높은 계단을 올라가니 오른쪽에 관리사무소가 있다.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충의사 탐방에 나섰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은 계단이다. 세 칸으로 나누어진 계단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올라갈 때는 오른쪽계단으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왼쪽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가운데 계단은 영혼이 지나는 길이라고 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계단의 의미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넓은 잔디밭 위에 최경회 장군 동상이 푸른 창공을 향해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기며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왜장을 껴안고 투신
외삼문을 지나 오른쪽에 작고 예쁜 사당이 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해 충절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주논개의 사당 의암연각이 있다. 사당 안에 아름다운 논개의 영정과 논개의 충절을 기록한 다양한 자료가 보관되어있다. 논개의 사당이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논개는 최경회 장군이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부인이었다고 한다. 부인 논개가 진주성이 함락되자 왜군들의 승전 축하연에서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생으로 가장하여 진주 남강 의암에서 왜장을 껴안고 투신 순절 한다. 논개의 사당은 친정인 장수와 의절한 진주 촉석루에 있음에도 화순에 있는 최경회 장군 사당과 나란히 건립된 것은 최경회 장군과 논개의 아름다운 마을을 기리기 위해 함께 모셔놓은 것 같다.

▲ 최경회 장군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진주 남강에 투신
내삼문에 오르니 최경회 장군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최경회 장군은 선정을 베푼 행정관이고 임진왜란에 의병을 일으킨 충절의 사림으로 호남을 지키기 위해 경상도로 진출해 치열하게 싸웠다. 퇴각하던 왜군이 모든 병력을 집결해 진주성을 공격할 때 나주 출신의 의병장 김천일과 고종후 장군과 함께 최후의 결전을 하다 중과부적으로 몰리자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진주 남강에 투신한다. 뒤에 좌찬성에 추증되고 ‘충의’라는 시호가 내려진다. 진주의 창열사, 능주 포충사, 삼충각에서 제향해 오다가 군민의 숙원으로 2003년 총효 교육의 도장으로 충의사를 준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