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국대표 웬디커틀러와 한국대표 김종운통산본부장의 협상타결 악수장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를 기해 공식 발효됐다.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는 이때부터 관세가 전부 사라지고, 나머지 품목의 관세도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10년 정도 지나면 한국과 미국이 서로 상대편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단일시장이 되는 셈이다.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면 미국산 돼지고기와 오렌지 같은 저렴한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국내 농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FTA를 파헤쳐 본다.

한미 FTA 10문10답
1) FTA란
특정 국가끼리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을 말한다. 150여개국이 참여 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 즉 똑같은 대우를 보장해 주는 무역체제인 반면 FTA는 특혜무역체제로 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는 게 원칙이다. 시장이 넓어지면서 무역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대상국보다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2010년 기준 우리가 수입한 농산물의 90%는 FTA가 체결됐거나 구상중인 FTA상대국으로부터 들어 왔다.

2) 예상 피해는
한미 FTA의 피해분야는 농업이다. 정부는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FTA가 없었을 때보다 15년간 연평균 4억 2,400만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8,150억원 감소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미국 농무부(USDA)는 자국산 수출액이 연간 19억3,300만달러 늘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전망치의 4.6배에 이르는 액수다. 분야별료는 축산물이 4,866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클것으로 분석됐고, 과수 2,411억원과 채소·특작 655억원이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쇠고기2,002억원·돼지고기1,625억원·닭고기770억원등 1~3위를 모두 축산물이 차지했다.

3) 콩은
식용으로 들어오는 물량은 현행관세 487%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협정 발효 첫해 1만t을 시작으로 3년차에는 2만 5,000t의 무관세쿼터가 설정됐다. 쿼터는 4년차부터 해마다 3%씩 복리로 늘어난다. 문제는 무관세커터 콩이 고품질의 ‘소포장 정선콩(IP콩)’이란 점이다. 협정문은 IP콩을 ‘95% 이상 단일 품종으로, 이물질이 1% 이하일 것. 벌크 상태가 아닌 포대나 컨테이너로 선적할 것’으로 규정한다. IP콩은 미국 현지에서 일반콩보다 4~5배 비싼 값에 거래된다. 다른 무관세커터 농산물은 국내에 수입된 뒤 일정액의 수입차익(마크업·Mark-up)이 붙은 채 방출되지만, IP콩은 관세는 물론 마크업도 부과되지 않는다. IP콩의 국내 유통 가격은 1kg,당 1,755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산 콩 도매가격 5,4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4) 쌀은
한·미 FTA에서 개방이 제외된 농산물은 쌀(HS 10단위로는 16개 세 번)하나뿐이다. 다만 찐쌀은 현행 관세 505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당시 쌀 관련 세 번 16개를 개방에서 제외하면서 찐쌀 관련 세 번은 챙기질 못했었다. 쌀이 개방 회오리에서 비켜 갈 수 있었던 것은 정치·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쌀이 거론되면 FTA협상이 결렬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쌀을 물고 늘어졌다. 결국 양측은 서로 민감한 분야인 쌀과 조선업은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협상 타결 직후인 2007년 4월 4일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에 출석해 “미국이 쌀 개방을 요구하길래 우리라는 미 연안의 승객·화물 수송은 미국에서 만든 국적선에만 허용한다는 소위‘존스 법’을 공격, 쌀 개방 요구를 잠재웠다”고 말했다.

5)오렌지는
과일은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계절관세가 도입됐다. 미국산 오렌지는 국내 감귤 수확기인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50%인 현행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이 기간이 이외에는 첫해 관세가 30%로 내려간 뒤 7년 뒤엔 완전히 사라진다. 따라서 3월 이후 출하되는 시설 감귤과 한라봉등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일부 감귤 품종은 15년 후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관세 없이 들어오게 됐다. 15년 뒤면 오렌지가 관세를 물고 수입되는 데 반해 정작 중요한 감귤은 무관세로 수입되는 것이다.

6) 쇠고기는
40%의 관세가 매년 2.67%씩 내려가면서 15년 뒤면 완전히 사라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 국내 소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발동한다는 권리를 얻어냈다. ASG는 협정 발효 15년차까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한우업계는 ASG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ASG를 발동하려면 첫해 쇠고기 수입량이 27만t 달해야 하고, 이후 매년 6,000t씩 늘어 15년차에는 35만4,000t을 웃돌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해는 2002년으로, 22만t이 들어왔다. 이밖에 육우(40%)와 족··꼬리 등 식용설육(18%), 쇠고기 가공품(72%)의 관세도 15년에 걸쳐 온전히 철폐된다. 관건은 양국이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 조건이다. 미국이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없애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 문제는 2012년 축산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7) 돼지고기는
미국은 FTA협상에서 돼지고기에 큰 공을 들였다. 한국의 돼지고기 소비시장이 큰 데다 미국의 가격 경쟁력 또한 높기 때문이다. 미국산 돼지고기 지육가는 국내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산 냉장육이 큰 걱정거리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돼지고기 가운데 냉장육은 거의 미국산이다. 운송여건 탓이다. 냉장육은 신선도가 생명인데, 칠레산은 뜨거운 적도를 거쳐야 하고,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다는 약점이 있다. 국내 양돈농가에 민감한 냉장삼겹살과 갈비·목살은 10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다른 냉장육은 2014년 1월 1일, 냉동육은 2년 늦은 2016년에 관세가 철폐된다. 돼지고기 관세가 내려가면 미국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산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8) 피해대책은
정부는 2007년 21조 1,000억원 규모의 농수산업 피해대책을 내놨고, 이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원액은 24조 1,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면세유 지원기간 연장 등 29조 8,000억원 규모의 세제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쇠고기는 사료작물 재배면적 확대 및 수입사료 원료 무관세 적용품목 확대 등을 통해 사료비를 절감하고 유통단계를 줄인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또 소득세 공제 혜택 확대, 축산기자재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도 10년간 유지해 축산농가의 경영비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규모도 지난해 1,633억원에서 올해 4,885억원으로 늘려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피해보전직불제도 손질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로 기준가격 대비 ‘15%이상’ 떨어져야 발동하던 직5불제 요건을 ‘10%이상’으로 완화했고, 보전율도 80%에서 90%로 인상했다. 또 피해산업에 대한 조사 및 농어업인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이행지원센터를 설치했다.

9) 수출은
미국은 FT가 발효되면 현재 평균 9.4%인 농식품 관세를 대부분 5년 내에 철폐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라면·배·조제식료품·음료 관세는 FTA가 발효되는 동시에 즉시 없애기로 힜다. 이러한 관세 인하로 인한 수출 확대 효과는 수산물을 포함해 2010년 수출액(5억1,900만달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5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추산했다. 수출 증가액이 수입 증가액의 1.1%에 불과한 셈이다. 수출 전망)이 비관적인 이유는 미국의 무역 장벽이 관세보다는 검역 같은 비관세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한국산 구매층이 얇기 때문이다. 임산물 가운데는 관세가 비교적 높은 신선표고버섯(28.3%)은 5년 뒤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지만, 중국산에 견줘 가격이 2~3배 높아 미국 진출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스류 중에서는 간장과 바비큐용소스, 버섯류 가운데는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 매년 30% 이상의 수츌 신장세를 보이는 과자류 수출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 다른 FTA 영향은
농업분야에서 우리는 ‘UR 협상에 이은 제2의 개방’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 문을 활짝 열어 줬고, 이는 이후의 FTA에서 가이드라인(지침)이 됐다. 한·EU FTA는 주요 농축산물 개방 수준은 물론 계절관세·저율관세할당(TRQ)등의 개방방식까지 한미 FTA에서 차용했다.
캐나다.호주 등은 미국에 내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쌀이 생산되지 않는 뉴질랜드조차 ‘한국은 쌀도 개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실정이다.한·미 FTA협상에서 민감한 쌀 문제를 부각시킨 뒤 협상의 주도권을 잡았던 미국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