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조(73) (사)전국진폐재해자협회 전남지회장

한때 산업역군으로 추앙 받았던 광부들은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탄광을 떠나야 했고 진폐증으로 신음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진폐증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3만 여명으로 추산되며 화순지역에도 진폐환자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있으나 특별한 대책 없이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6~70년대 국가 유일의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을 캐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광부들은 한 때 산업역군으로 추앙받았다. 당시 연탄이 주요한 에너지원이었기에 광부들은 석탄 산업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나 석탄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대부분의 탄광이 폐광한 지금 산업역군들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한 채 날짜 없는 사형선고라는 진폐증에 신음하고 있다.

진폐증은 탄광과 같은 먼지가 많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직업병으로 탄 가루가 코와 기관지를 통해 폐에 들어가 발생하는 죽음의 병이다. 진폐증은 점차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고 합병증을 가져 오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치의 병으로 불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탄 가루가 박힌 폐가 제 구실을 못하고 호흡 기능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받는 진폐환자들을 위해 설립된 (사)전국진폐재해자협회 전남지회(이하 진폐협)는 비영리 단체로서 진폐증을 앓고 있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운영비로 인해 힘겹게 단체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원조 화순지회장은 “회원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을 위해 진폐회관이 반드시 설립되어야 한다”며 이회장 뿐만 아니라 화순의 많은 진폐증 환자들의 염원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폐회관 건립은 그동안 소외된 진폐증 환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이원조 회장의 설명이다. 진폐환자 중에는 산재가 인정되어 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진폐증이 의심 되지만 정부에서 정한 9가지 합병증에 포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폐판정을 받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요양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재가 환자들이 많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이원조 회장은 “과거 석탄산업이 활황일 때 광부들은 석탄 1톤당 800원씩 보험료를 납부했고 그 재원으로 다른 업종의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었다”며 “다른 국가사업에는 몇조원씩 써 대면서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이제는 우리를 쓰레기 취급 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한림대학교 의대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팀이 강원 남부지역 재가 진폐환자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9%가 직업이 없고, 2인 가구 월 평균 수입이 56만 6,500원에 그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주영수 교수는 “재가 진폐환자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며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초 생계비에 준하는 지원이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진폐환자들이 철저히 소외된 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는 점에 비춰봤을 때 진폐환자들의 권익 신장이 기대되는 진폐회관 설립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지 만은 않다. 최근 이원조 회장은 지난 10월 26일 회원들과 함께 화순군청을 방문하여 전완준 화순군수에게 회관건립을 요청하였으며 해결방안으로는 현재 화순분회가 임대해 있는 건물을 구입하여 임대료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분회를 꾸려갈 수 있다고 전달 한 바가 있다. 이에 전완준 화순군수는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변을 해 회관 건립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폐회관의 건립이 언제 어떻게 가시화 될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화순지회의 요청에 따라 화순군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신속한 처리로 그동안 소외 받았던 진폐환자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해본다.

진폐협회 회원과 전완준 군수와의 간담회 모습

진폐재해자협회 화순지회 사무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