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업(66) 전남 우렁이 생산자 연합회장

농업의 최 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일곱 번째 순서로 친환경농법의 선봉 왕우렁이의 양식으로 꿈을 키워가고 있는 김업 씨를 만나 보았다.

Interview - 언제부터 우렁이 양식을 시작했고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광주에 있는 전기회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다 57세 때 퇴직했었다. 회사생활을 하던 당시 우연히 우렁이농법에 관한 소식을 접했는데 친환경농법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 했을 때 우렁이 양식에 대한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직 후 받은 퇴직금을 투자해 9년 전 도곡면 죽청리에 1,000㎡ 규모로 처음 시작했다.

우렁이를 양식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처음 시작한 후 5년동안은 어려운 점도 많았고 고생도 많이 했다. 누구 하나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타지역의 우렁이 농가에 가서 사진이나 비디오로 촬영을 해와 집에서 밤새가며 공부하곤 했었다. 우렁이농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좋지 않던 때라 주위에서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기간 동안 우렁이를 두고 나름대로 임상실험도 하면서 양식에 대한 노하우를 키워 나갔고 나중에는 어느정도의 생산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번에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애를 먹었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 때문에 퇴직금으로 나온 1억 5천만원을 고스란이 날리고 빚까지 7천만원 상당 안게돼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다 몇해전부터 전라남도에서 친환경농법을 적극 권장하면서 우렁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그에 따른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2년 전부터는 ‘전남 우렁이 생산자 연합회’ 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고 작년에는 ‘화순 친환경 우렁이 영농조합’을 설립해 화순 우렁이농가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우렁이농법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되는가?
현재 친환경농법에 있어 우렁이를 대체할만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 왕우렁이는 피, 물달개비, 방동사니 등 논에서 나타나는 전 잡초종을 먹는 먹이습성으로 잡초제거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리농법의 경우 벼를 상하게 할 우려가 많고 일손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는데 비해 우렁이는 한번 풀어 놓으면 수확기까지 따로 손을 봐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겨울이 되면 99.5% 폐사하기 때문에 땅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지질을 향상시켜주는 등 98%에 이르는 강력한 제초와 일손감소, 비료의 역할까지 말그대로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우렁이 농법이다.

왕우렁이는 제초효과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우렁이 양식에 대해 말해달라
우렁이는 추우면 살지 못한다. 온도별로 보면 9℃일때 활동을 하고 18℃일때 먹이를 먹으며 25℃일때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 2월에 알을 채취해서 부화장으로 옮겨 30℃정도 온도를 유지해주면 15일 후에 산란을 하게 된다. 이를 수조에 옮겨 30~40일 정도 키우면 농가에 공급할 크기의 우렁이를 수확할 수 있다. 보통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가 논에 방사하는 시기인데 1,000㎡당 5㎏의 우렁이가 들어간다.

농가에 공급하고 남은 우렁이는 가공해서 인터넷 등을 이용해 식용으로 판매하거나 왕겨와 섞어 비료로 제작하기도 하는데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종패(씨조개)의 경우에는 부화장에서 산란한 우렁이를 수조에 옮겨 콩알만한 크기가 되었을 때 물을 뺀후 건조된 흙위를 따뜻하게 덮어주면 우렁이는 땅속으로 들어가 겨우내 동면하게 된다. 다음해 2월경에 수조에 다시 물을 채우면 우렁이는 다시 흙위로 올라와 사료를 먹으며 자라게 된다.

연간 소득과 양식 규모는 어느정도 되는가?
올해의 경우 매출은 5천만원에 순소득은 3천만원 정도 올렸다. 1㎏당 5,000원에 판매가 되는데 40톤 정도 수확을 했다. 수확량에 비해 소득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확이 100%의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식 규모는 10,000㎡정도로 처음에 비해 10배정도 확장을 한 셈이다.

판로는 어떻게 되는가?
화순지역의 친환경 농가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판매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우렁이 때문에 판로가 상당히 불안정한 편이다. 화순우렁이 영농조합은 나를 포함해 다섯농가로 구성돼 있는데 확장을 더 해서 공급량을 늘리고 싶어도 불안정한 판로 때문에 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벼에 붙어 있는 왕우렁이 알들.

외지 비료상들의 로비로인해 경상도쪽의 물량이 화순지역에 많이 들어오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우렁이는 장시간 이동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논에 방사돼서도 폐사하는 일이 다반사인 점을 감안해 화순에서 생산되는 우렁이가 우리지역에는 최고라는 것을 농가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렁이 양식의 전망은 어떤가?
한마디로 얘기하면 밝다. 전남은 친환경농법을 가장 많이 하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아직까지 제초에 있어 우렁이만큼 탁월한 것도 없기 때문에 우렁이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화순의 경우에는 영농조합이 이미 설립 돼 있어 새로 시작하는 농가들에게 기술적으로도 많은 도움일 될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9년째 우렁이 양식에 매달리고 있는 김업 씨는 “우렁이가 제초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지금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화순하면 ‘친환경으로 재배한 우렁이쌀’로 유명해지는 포부를 갖고 있는 그는 현재의 불안한 판로에도 불구하고 맡겨만 준다면 우렁이를 화순 전역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능주면 원지리에 위치한 10,000㎡ 규모의 왕우렁이 양식장.

왕우렁이 실외 양식장. 추위에 약한 왕우렁이의 특성 때문에 날씨가 따뜻할 때만 운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