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선생

규남 하백원은 말한다. “하나의 발명품은 전 인류의 행복이다”
규남 하백원은 조선 말기 순조 때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출신이다
규남 하백원은 신경준, 위백규 황윤석과 함께 호남 4대실학자 일컬어진다

1800년대 조선을 위기의 시대로 본 선비가 바로 화순 출신 규남 하백원이다. 규남 하백원은 무등산의 3대 절경중 하나인 규봉의 남쪽 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의 뒷산 산록의 규봉암 바위 이름을 자신의 호 규봉이라 부르며 이곳에서 저항과 개혁의 목소리를 크게 울렸다.

그가 가장 답답하게 생각한 것은 조정의 쇄국정책이였다. 18세기 세계 각국은 이미 근대화를 급속히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조선은 형식적인 윤리와 공리공담으로 고집을 하고 있으니 속이 탔다.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조선에서도 외부 문물을 익히기에 힘썼다. 차 한대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또 상거래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에서 당쟁이나 일삼는 양반들에게 실망을 했다. 이런 판국에 실학사상마저 제대로 움을 틔우지 못하고 있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과학을 해야 한다. 규남은 인물,사상,지리 수차에 이르기까지 인문, 자연 과학을 망라해 학문에 전념하였다. 그가 제작한 ‘자승차,’자명종‘에 관한 연구는 과학사에 획기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리치의 세계지도를 최초로 손수 그린 장본인이다.

뛰어난 창의력으로 이 땅에 과학문명의 꽃을 피워낸 과학작요 성리학자이며 실학자이다. 규남은 서기 1781년 출생하여 1844년 (정조 5)에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하진성과 장흥 고씨 부인 사이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관은 진주 하씨로 거려 명신인 진주부원군 하집의 후예이며 동복은 13대조 진사 하치 이래의 세거지 였다.

그는 타고난 재질이 순미하고 안광과 용모가 명철방정하였으며 일찍이 글을 읽기 시작하여 6세 때 봉선화에 대한 시를 읊어 선배 장노들을 놀라게 하였고 그때부터 그의 화평 온후한 기상을 기이하게 여겼다.

7,8세 때 악성 종기를 앓아 여러 달 동안 봉침치료를 받으면서 독서의 일과를 거르지 않을 만큼 학구에 정열이 대단 하였다.이 무렵 송사 정재면은 그를 한번 보고서 그가 원대한 그릇이 될 것이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64세로 일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생애를 3기로 나눌 수 있다.수학기와 학문의 발전기, 말년의 자숙기, 6세에 벌써 제1기라 할 수 있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20세 남짓 되기까지 규남은 충남에 있는 송환기의 문화생으로 학문을 닦았다.12세 때 이미 경서 공부를 마쳤고 중국 송나라 정호,주희의 문집을 독파할 정도였으며 15살 땐 문사로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이때 많은 영향을 미친 스승 송환기는 송시열의 5대손은 조야에 덕망이 높았던 선비로 한참 학문이 무르익기 시작한 향기를 전수 해 주었다.

제2기는 진사에 합격한 23세부터 53세까지 학문에 전념한 30여년으로 본격 실학연구에 몸을 바친 시기다. 이 시기엔 실학의 대가인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와 있었으며 장흥 관산의 존재 위백규가 죽었다. 두 실학자에 직간접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발명해낸 과학적 기지는 한국 과학발전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제3기는 말년을 보낸 10년, 51세 때 처음으로 참봉에 임명되어 벼슬길에 나갔고 금부도사로 전임되었으며 2년 뒤에 형조좌랑으로 있을 때 그는 송사를 처리함에 공평해 장관이 판결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그에게 문의 했으며 소를 올릴 때면 모두 좌랑이 검토해 주기를 원했다. 61세 때 석성현감을 부임하자 탐관오리의 횡포와 조세의 문란으로 피폐한 고을을 회생시켰으나 지방 토호들의 모함으로 충청도 보령현으로 귀향을 가게 되였다. 그는 유배지에서 독서를 즐겨하며 학문을 계속 했는데,그에게 배우러 학업을 청해 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1843년 특사로 풀리어 향리로 돌아온 이듬해 고향에서 세상을 떠났다.

놀고먹는 귀족계급은 나라와 백성을 좀 먹는다”는 극론을 펴 실학자 홍대용 사상에 감명을 받고‘새로운’것에 대한 열망을 가졌던 선비였다. 유학의 고루한 틀에서 벗어나 이용후생하려는 실학에 눈을 돌려 나라의 어두운 현실을 바라보며 헐벗고 굶주린 백성과 이웃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이 깊은 선비였다. 그 때문에 가난에 찌들었으면서도 많은 서적을 구입 온 방안을 온통 책으로 쌓아놓고 무려 1만권이나 되는 책을 읽으며 나라가 살찔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나선 선비다.

허례허식을 일삼고 당쟁 싸움이나 즐기는 세속의 벼슬아치들과는 달리 뜻이 맞지 않은 선비들과 친교를 맺지도 않았던 선비였다. 호남의 4대 실학자로 손꼽힌 규남의 독창적인 연구 업적은 세계화와 전문화를 부르짖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사구시의 생활철학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그분이 살았던 무등산 아래 규봉암과 마을을 연계지어 후학들이 찾아가는 문화와 학문의 선비의 고장이 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