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화의 장인 목운 오견규 화백

수묵화가 오견규화백의 호는 <목운>이다. 오화백은 ‘목운’이라는 자신의 호는 나무위의 구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평소 오견규씨의 품성과 그림을 보면 ‘목운’의 의미를 금방 알수 있다. 나무에는 구름이 걸리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그것은 무욕이요, 선비로서 고고하게 붓을 잡다가 생명을 다하겠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사람으로 태어나 무욕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오화백은 지금까지 무욕을 자신의 평생 화두로 삼고 있지만 다른면에서 보면 지날칠 정도로 욕심이 많은 작가인지도 모른다. 그의 욕심은 물욕이나 금욕이 아닌 바로 그림에 대한 욕심이다.

오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공간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며 그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며 화폭은 언제나 한 귀퉁이가 펑 뚫려있는 듯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도 그 공간에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곰실거리고 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의 여백은 여백이 아니라 필설로 풀어낸 대하소설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할 것이다.
수묵화가 목운 오견규, 어지럽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같은 이시대를 향해 그는 아주 낮은 음성으로 이렇게 읖조리고 있다. 마치 잠언처럼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박혀온다.

“나는 나의 작품에 목운이라는 아호를 씁니다. 굳이 풀이를 하자면 나무와 구름이지요, 덧붙이자면 나무 위에 구름 한점 떠 있는 자연현성일 뿐입니다. 그지없이 단순하고, 평평범범하고 눈앞에 드러난 것이어서 나는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조차도 어려운 미술용어를 붙여서 해석하고 뜯어 볼만한 건더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내 그림의 이야기는 외롭고 높은 무소유의 삶을 표방하지는 않아도 어제를 돌아다 보는 마음으로 기나긴 삶의 풍경을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허름한 돌감길을 끼고 농가 몇 채 오순도순 소박하게 살면서 밤이면 별처럼 꿈을 쏟아내며 작은 그릇 생생히 숨쉬는 삶을 채워 낸다면 알아주는 이 없어도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목운 오견규의 그림은 농촌을 배경으로 소박하면서도 상큼함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어 한편의 서정시처럼 아름답다. 이것은 그의 문학적 감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황토 빛 전라도 전서가 있고, 시가 있고, 질박한 농민의 삶이 물씬 묻어 있다.

특히 최근 오화백의 그림은 색채가 화려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무거운 먹색에 매몰되지 않아 상쾌한 아름다움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그의 색채는 사뭇 도발적이기도 하며 수묵의 먹빛 속에 돌출적으로 노랑 은행나무나 짙은 초록빛 보리밭이 등장한다.

평론가 장석원 교수의 ‘참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드러나는 색채의 조율은 오견규 다운 자연관이 두드러진 대목’이라고 오화백의 화풍을 평 한것처럼 그의 그림은 먹빛과 도발적일 만큼 화려한 채색이 조화를 이뤄 감각적인 미감을 한껏 살려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오화백은 새로운 수묵화 세계에 천착했다.
이런 실험성을 보여준게 1994년 겨울 ‘4인전에 출품했던 <월출산>을 비롯해 1996년 <청학동에서>, 2001년<새인봉을 지나며><낮달은 보이지 않고>같은 일련의 밝은 수묵화들이 바로 그것이다.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들은 먹을 통해 사물의 사실성을 극대화시켜 마치 흑백사진처럼 사색적이고 은유적인 깊은 맛을 느낄수가 있다. 이들 그림에서는 먹그림이 주는 중량감과 경쾌함, 어두움과 밝음이 조화를 이루어 감각적 서정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묵운 오견규는 1947년 광주에서 태어나 27세 되던 해 아산 조방원 선생문하에서 붓을 잡았다.
그후 서울, 광주에서 네차례 개이전과 <조용한 빛 밝은 기운전>(중국광저우 예술박물관, 2005), <파리 한국현대미술전>(파리아네다 갤러리, 2004), <80년대 민중미술 그림 읽기 전>, <한국평경 100인전>등에 참여했다. 그는 국전심사, 광주광역시전 초대 심사․ 운영위원과 전남도전 초대 심사위원, 한국화 대전․ 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광역시 미술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동신대 강사를 지낸바 있는 그는 현재 아산미술문화재단이사, 송광사 사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