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이 아니라 동굴을 지나는 기분입니다.”

광주에 직장을 둔 최모(38·화순읍 삼천리)씨는 화순에서 광주까지 날마다 출퇴근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어두운 너릿재 터널을 지나야 하는게 못내 불만이다. 10ｍ전방도 구분하기 힘든 어두운 조명 때문에 최씨가 최근 2년간 너릿재 터널안에서 당한 접촉사고만 4건에 달하다보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씨는 참다 못해 얼마전 화순군에 터널 조명이 너무 어둡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너릿재터널 관리는 익산 국토유지관리청 산하 광주 국도유지 건설사무소의 소관업무라는 군의 답변이 최씨가 얻은 소득의 전부였다.

최씨의 경우처럼 최근 너릿재 터널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시야확보도 되지 않을 만큼 어두운 조명시설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터널내 낡고 노후된 조명의 밝기는 대부분 기준치를 훨씬 밑돌고 있는데다 고장이 원인인듯 군데군데 소등된 조명들도 늘고 있어 운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어두운 조명은 이곳을 지나는 초행길 운전자들을 당황케하는 등 요즘 너릿재터널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터널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이나 실내와 외부온도차가 심한 경우 터널 진입과 동시에 차량유리에 서리가 끼고 터널내부는 어두워 운전자들은 시야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주민들의 불편에 대해 정작 화순군은 국도유지 건설사무소의 업무에 군이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조명시설 개보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너릿재터널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군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고 조명관리에 들어간다면 국도유지관리청에서도 굳이 막을 이유가 없지 않겠냐며 군의 뒷짐행정을 비난 하고 있다 .

주민 이모(42·화순읍 광덕리)씨는 “너릿재 터널 내부가 너무 어두워 터널 진입과 동시에 긴장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며 “시야확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차가 급정차를 할 경우 뒷따르던 차량들은 속수무책으로 접촉사고를 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또 “출퇴근 시간대 너릿재 터널 부근에서 빈번하게 정체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도 터널내에서 발생하는 접촉사고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지역민 뿐 아니라 터널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터널 조명시설과 관련한 민원이 종종 제기되고 있지만 너릿재 터널 관리는 광주 국도유지 건설사무소가 관할하고 있어 군이 관리에 나서기도 어려운 입장"이라며 "국도유지 건설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터널내 고장난 조명시설을 교체하는 등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국도유지 건설사무소 관계자는 "71년도에 완공된 너릿재 터널의 노후화가 조명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인것 같다"며 "연2,3회에 걸친 정기적인 보수작업을 제외하고도 터널 조명제어기를 수동으로 전환하는 등 수시로 터널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편이 초래되는 것 같아 책임감을 느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익산국토유지관리청에 너릿재터널 조명시설 개보수를 위한 예산요구를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정도에는 해결책이 나올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