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사(주지 남천스님)는 도곡면 효산리 곤지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어느 곳에 가면 “여기에 작고 아담한 예쁜 집을 짓고 온갖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한가하니 새소리 바람소리 벗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도곡면 효산리에 위치한 불문사가 그런 곳이다.

불문사는 능주에서 도곡으로 가는 도로 왼쪽 곤지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작은 오솔길 같은 도로를 따라 절집 앞에 이르면 향기 가득 머금은 화사한 꽃들로 둘러싸인 불문사가 있다.

불문사 주지인 남천스님은 1964년 23살의 나이에 불교에 귀의했다. 남천스님은 그냥 산이 좋아 산을 자주 찾았고, 그러다보니 절집과 자주 접하게 됐고, 그러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심이 생기면서 귀의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냥 불교가 좋아서 부처의 가르침이 좋아서 그 가르침 속에 푹 빠져들고 싶어 귀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절집이 있는 곳은 명당이라더니.....

남천스님은 굳이 절집을 자주 드나들지 않아도 마음속에 부처의 가르침을 새기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모두가 ‘부처’라고 말한다. 어차피 불교가 깨달음을 통해 부처의 경지에 이르려는 종교가 아니던가.

불문사는 명당이다. 전면에 호남 제일의 명산 무등산이 훤히 바라다보이고 만연산과 국사봉이 동복간으로, 서북간으로는 종괘산이 보처하는 형국을 갖추고 있다. 또 화순천과 지석천이 불문사가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합류해 절터를 반달처럼 휘감으면서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국이다. 옛말에 절집이 있는 곳은 명당이라고 하더니 불문사가 있는 곳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도곡면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무등산이 바라다보이는 불문사 대웅전 앞에 서면 마음이 편안하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간간이 들리는 풍경소리... 세상이 잠시 정지한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고단한 영혼들의 쉼터 불문사 납골추모관

불문사에서 운영하는 납골 추모관(이하 납골당)은 전라도에서는 처음으로 지어졌다. 납골당에는 고단한 삶을 마친 영혼들이 도솔천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남천스님의 자상한 마음이 담겨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알려주는대로 그것이 ‘나’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일 뿐. 자신의 성도 이름도 고향도 갈 길도 모른 채 가느다란 생명줄에 의지해 온갖 번뇌와 망상, 병과 싸우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과 마주할 시간은 가까워지고 그 죽음은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 모른다.

남천스님은 그런 인생이 죽음을 맞아 평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절집 바로 옆에 납골당을 지은 것이다. 지금이야 절집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이 흔해졌지만 불문사에 납골당이 지어지던 2001년만 해도 납골당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남천 스님은 자신과 연을 맺은 모든 이들이 불교의 이상향인 도솔천에 이르길 바란다.

깊은 인연으로 만난 영혼들, 도솔천에 이르길....

스님은 후손들이 조상들을 잘 모시겠다며 산에 분묘를 만들고 정작 명절 등에만 찾으면서 관리에 소홀하면서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고 지적한다. 분묘인지 잡풀더미인지 구분이 어려운 분묘도 부지기수다. 그럴 바에야 납골당에 모시고 후손들이 자주 찾아보면서 고인을 기리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남천스님은 묻는다.

남천스님은 불문사를 산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납골당에 안치된 이들 모두가 자신과 연이 깊다고 한다. 이승에서 옷깃 1번을 스치려면 전생에서 3천번 을 만나야 하는데 사후에 자신과 만났으니 그 얼마나 깊은 인연이던가.

혹자는 무섭지 않냐고 묻지만 전생이 없는 이생이 없고, 이생이 없는 후생이 없는 법, 비록 머물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전생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무서울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영혼이 불가의 이상향인 ‘도솔천’에 이르기를 늘 발원한다.

불문사에서는 무등산과 화순 만연산, 종괘산이 바라다 보인다.

인연 맺은 모든 이들과 도솔천에서 만나고 싶어

음력 정월 초하루와 저승문이 열리는 7월 백중, 추석명절에 꼬박꼬박 천도제를 지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남천스님은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 구석구석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부처의 가르침 속에 담긴 진리를 깨달아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불문사를 찾는 모든 불자들과 납골당에 안치된 영혼들이 전생에서의 업보를 끊고 먼 훗날 모두가 도솔천에서 한자리에 만날 수 있기를 늘 축원한다.

불문사 061-372-4567
납골당 안치비 46만5천원(15년)
주지 남천스님 011-620-5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