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송광사 우화각

양복사산악회 창립등반대회

부처님 만나려 가는 산행을 더욱 돋보이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 것인가? 전날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싹가시고 여느 봄날과 같은 전형적인 봄날이다. 신록이 본격적으로 푸르러가는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고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희망과 생명의 4월이다.

양복사(주지 인성․仁晟 스님)산악회(회장 박봉채) 창립 등반대회가 14일 70여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화순을 출발하여 송광사을 참배하고 조계산을 거쳐 선암사를 참배하는 일정으로 마감하였다. 산행과 명찰순례를 통해 신행을 보다 튼실히 하고 회원간의 친목과 우의를 도모하면서 부처님의 은덕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광사가는 길에 개나리가 반겨주고 있다

화순을 떠나 송광사가는 길은 15번 국도를 타고 간다. 남면까지 잘 뚫린 4차선 길을 달리다 주암호가 시작되면 이내 길은 2차선으로 좁아든다. 길가 산에는 왕벚꽃나무가 꽃을 피워 봄바람에 눈꽃 흩날리듯 하늘거리고 있고 진달래는 수줍은 듯 엷은 분홍색을 보아달라고 한다.

대원사 입구, 서재필 기념관을 지나 18번 국도로 접어들어 송광사에 다다렀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송광사에 대덕(大德)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지만 냇물에 배추잎 하나가 둥실 떠내려 온다. 이 스님이 그것을 보고 “에이 헛걸음했구나. 이렇게 시물을 아낄 줄 모른는데 무슨 대덕이 있겠는가.”하고 오던 발걸음을 돌리려던 차에 사미승 하나가 배춧잎을 쫓아 줄달음쳐오는 것이었다. 이에 이 스님은 “그렇면 그렇지!”하고 송광사로 올라갔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송광사 승풍의 청정준엄함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바로 그 냇물을 거슬러 올라오니 사하촌 상가가 있고 1km쯤 편백숲을 가로지르는 길이 있고 드디어 일주문 현판이 나왔다. 대승선종조계산송광사(大乘禪宗曹溪山松廣寺)와 승보종찰조계총림(僧寶宗刹曹溪叢林)이다. 이곳이 승보종찰임과 조계종의 근본도량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양복사 주지 인성 스님이 송광사 대웅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봉채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광사 풍경 중의 가장 빼어난 곳 중 하나인 우화각은 소동파가 적벽부에 쓴 대로 날개 돋쳐 날아오르는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육감정, 침계루, 임경당 등을 보면서 무서운 모습으로 대중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천왕상을 지나 대웅보전으로 향했다.

송광사 대웅보전은 우리 건축사상 목조건물이 가질 수 있었던 온갖 장점을 결합하고 파생될 수 있는 온갖 결함을 배제하여 현대 감각에 알맞은 108평 순 목조 대웅전 건물을 이룩하였다. 고건축 권위자인 신영훈 선생이 건축 부문을 총괄하였고 대웅전 안의 불상과 보살상은 간송미술관 최완수 선생이 총괄한 것이다.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참례한 양복사산악회 회원들은 주지인 인성 스님과 산악회 박봉채 회장의 인사말과 당부의 말을 들었다. 인성 스님은 인사말에서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 하나인 승보사찰로써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한다는 말씀과 함께 유익한 산행이 되기를 바라며 회원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이어 산악회 박봉채 회장은 “창립등반을 가질 수 있어 매우 보람되며 70여명의 회원이 이 좋은 봄날에 참석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산행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다”고 당부하였다. 이날 참석한 양복사산악회 회원들은 강순팔, 조유송 군의원, 김영균 남도일보 기자 등 양복사산악회 회원 70여명이 참석하였다.

영혼을 씻어준다는 척주각과 세월각

청신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숲

대웅보전 앞에서 간단한 기념촬영을 끝내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우화각을 나와 왼쪽으로 돌아서면서 보이는 두 개의 제각이 있다. 척주각(滌珠閣)과 세월각(洗月閣)이 나오는데 이는 재를 지내로 오는 죽은 이의 영가(靈駕)를 목욕시키는 곳이라 한다. 글뜻으로 보아 구슬을 씻기는 곳이 남자 영가의 목욕소이고 달을 씻기는 곳이 여자 영가의 목욕소이겠다.

척주각과 세월각을 뒤로 하고 송광사 절집을 모두 지난 뒤 본격적으로 산길을 오른다.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백척간두에서 또다시 한발을 내디디는 치열성을 가지고 용맹정진하는 푸른 옷 스님들의 기운이 조계산을 휘감은 것 같기도 하다. 20여분을 오르니 청청한 대밭이 펼쳐지고 푸른 대밭에서 청신한 바람이 이마를 건드리고 지나가고 있다.

아빠와 함께 가족이

송광사 뒤란에서 40분 정도 오르니 ‘걸친바위’가 나왔다. 대피소와 송광사굴목재를 지나 점심공양을 하였다. 양복사산악회 회원들은 서로를 위하여 정성 넘친 음식들을 준비해와 서로 나누면서 점심공양을 하였고 공양 후에는 친목을 도모하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여흥시간을 보내며 회원들간 우의와 친목을 다졌다. 여러 거사들과 보살들은 평소 드러내지 않은 ‘끼’를 발산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얼었던 계곡물도 힘차게 흘러내리고, 활엽의 신록이 짙어지면서 연초록의 눈부심이 우리 눈의 피로와 탁도를 씻어주는 것도 같다. 봄은 우리에게 희망과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우리는 양복사산악회 산행을 통해서 대자연의 섭리와 부처의 자비와 광명, 조계산의 청정 기운, 봄의 기운과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점심공양이 끝난 후 산행은 조계산 ‘보리밥집’을 지나 선암사로 이어지는 총 3시간여의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양복사산악회는 조계산(송광사․선암사)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간단한 마침회의를 끝으로 모든 행사를 끝냈다.

다음 산행은 5월 12일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 해인사로 예정돼 있다.
산행코스
송광사-토다리-대피소-송광굴목재-보리밥집-선암굴목재-선암사

선암사 승선교

선암사 벚꽃 아래 안호걸 기자